<더 히든>은 8월 27일(목) 올레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영화의 공장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비롯한 많은 영화가 개봉을 미뤘다. <뮬란>을 비롯한 몇몇 영화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OTT(Over the Top) 스트리밍 시장으로 직행했다. <더 히든>은 후자의 경우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분명 극장에서 볼 수 있었을 영화다. 이 영화의 예고편을 찾아본 열혈 영화팬이라면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더 히든>은 TV나 모바일 기기로 봐도 그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거다.
블룸하우스의 신작
<더 히든>을 기다렸던 팬들은 분명 이 영화의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이름을 알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블룸하우스는 2009년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기점으로 2010년 이후 할리우드의 공포영화를 대표하는 스튜디오로 성장했다. 한마디로 블룸하우스의 로고는 믿고 볼 수 있다는 보증수표다. <더 히든>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블룸하우스의 야심이 곳곳에 드러나는 영화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인시디어스>, <더 퍼지> 시리즈 등이 저예산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제작된 전통적인 호러 장르 영화로 블룸하우스의 기반이 됐다. 인종차별의 메시지를 담은 <겟아웃>, 데이미언 셔젤이라는 뛰어난 재능의 감독을 발굴한 <위플래시>, 전혀 다른 액션의 문법을 제시한 <업그레이드>,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클랜스맨> 등은 장르의 영역을 확대해가는 블룸하우스의 미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더 히든>은 블룸하우스의 이 두 가지 전략에 모두 속한 영화다. 다시 말해 <더 히든>은 귀신 들린 집이라는 전통적인 공포영화의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이를 변주해낸,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색다른 공포영화다.
‘도망쳐’라는 메시지
무엇이 <더 히든>을 새롭게 보이게 만들까. 시놉시스부터 살펴봐야겠다. 전직 은행가 테오(케빈 베이컨)와 주목받는 여배우 수재나(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들은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사랑스러운 딸 엘라(에이버리 티우 에섹스)와 함께 영국 웨일스 시골에 위치한 저택으로 휴가를 떠난다. 한적한 풍경과 아름다운 저택에서의 평화로운 시간도 잠시, 테오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저택의 주인 스테틀러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됨과 동시에 누군가 자신의 일기장에 남기고 간 도망치라는 메시지를 발견한다. 그날 이후, 테오의 눈앞에는 저택에 숨겨졌던 미지의 공간과 의문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결코 도망칠 수 없는 과거의 악몽들을 마주하게 된다. <더 히든>은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독일 출생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다니엘 켈만의 소설 <유 슈드 해브 레프트>(You should have left, 당신은 떠났어야 했다)이 원작이다.
텅빈 방의 공포
스토리 뿐만 아니라 연출에서도 <더 히든>은 새로운 호러의 모습을 보여준다. 데이빗 코엡 감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 <패닉룸>(2002), <스파이더맨>(2002), <우주 전쟁>(2005),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미이라>(2017)의 각본가로 참여한 코엡 감독의 이력을 통해 <더 히든>이 보통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코엡 감독이 <패닉룸>의 각본가라는 점에서 묘하게 비교되는 지점이 있다. <더 히든>은 블룸하우스 영화답게 저예산을 지향한 듯하다. 웨일스의 저택 안에서 주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런 공간적 특성은 <패닉룸>과 비슷하다. <패닉룸>에서 맥(조디 포스터)과 그의 딸 사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갑자기 들이닥친 도둑들을 피해 패닉룸으로 숨어든다. 밀폐된 방의 안과 밖, 맥의 폐소공포증 등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관객에게 몰입감을 선사했다. <더 히든>도 마찬가지다. 맥의 폐소공포증은 테오의 죄의식과 유사하다. 테오는 꿈을 통해 현실과 이어지는 공포를 만들어낸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저택의 공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도망가려는 시도는 극도의 긴장을 생산한다. 나도 모르게 일시정지 버튼에 손이 갈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기묘한 공포가 숨통을 조여오기 때문이다. <더 히든>을 보면 텅빈 방, 소실점을 향해 쭉 뻗어 있는 복도, 단순히 꺼졌다 켜졌다 하는 조명이 이렇게 무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린 재능의 발견
아무리 탄탄한 스토리와 뛰어난 연출이 있다고 하더라도 배우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한다면 말짱 헛일이다. 그런 점에서 <더 히든>은 걱정할 일이 전혀 없다. 케빈 베이컨이라는 명배우와 아만다 사이프리드 그리고 딸 엘라를 연기한 아역 배우 에이버리 티우 에섹스(Avery Tiiu Essex)까지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 사실 가장 크게 칭찬을 하고 싶은 배우는 아역 배우 에섹스다. <패닉룸>과 다시 비교한다면 어린 시절의 크리스틴 스튜어트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은 연기를 보여줬다. 이 영화가 영화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더 놀랍다.
공포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 <더 히든>은 그런 블룸하우스의 명성에 걸맞는 영화다. 스토리, 연출, 연기까지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다. 메이드 인 블룸하우스의 색다른 공포를 체험하고자 한다면 <더 히든>이 후회 없는 선택이다. 코로나19의 시대. 극장에 가지 못하는 답답함과 무더위를 모두 날려 버릴 수 있을 것이다. 팁 하나. 사실 모든 공포영화에 공통된 것인데 <더 히든>이 선사하는 극한의 공포를 느끼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헤드폰을 착용하고 볼 것.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