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한 배우는 바로 정유미다. 단편 <첩첩산중>, <리스트>까지 모두 6편. 2008년 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부터 2013년 <우리 선희>까지 거의 해마다 한 편씩 홍상수 감독과 작업한 셈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는 상용(공형진)의 부인 유신 역으로 비교적 비중은 작았지만, 현실과 경남(김태우)의 야릇한 꿈에 등장하면서 짙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부터는 주로 주연으로 활약했다. 홍상수의 필모그래피가 남자 캐릭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운데, 몇 안 되는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들을 이끌어갔다. <옥희의 영화>(2010)의 옥희와 <우리 선희>(2013)의 선희는 모두 영화를 전공하는 대학생이고, 같은 패딩점퍼를 입고 나온다는 점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