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짜고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 하지원! 오늘은 그녀의 필모 속 캐릭터들을 차근차근 훑어보려 합니다. '길라임'이란 캐릭터 말고도 여러 인생캐를 탄생시킨 이 언니! 호러, 액션, 멜로, 사극 등 안 되는 게 1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죠. 모두의 부러움을 살 만한 능력자가 확실하네요~. 벌써 데뷔 20년차를 넘긴 그녀의 스크린 속 팔색조 모습, 다함께 살펴봅시다. 고고!


충무로의 '호러 퀸'

<진실 게임>(2000), <가위>(2000)

그녀의 스크린 데뷔작은 <진실 게임>(2000)입니다. 이 영화는 듀스의 멤버 김성재의 의문사를 모티브로 삼고 있죠. 인기 가수 조하록의 죽음을 시작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 하지원은 그의 팬클럽 회장직을 맡은 여고생 '다혜'를 연기합니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사건 해결의 단서였던 여고생 다혜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곧이어 그녀의 두 번째 공포영화 <가위>(2000)가 개봉합니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의문의 죽음을 부르는 여학생, 경아를 연기했습니다. 날카로운 선을 지닌 그녀의 얼굴은 러닝 타임 내내 섬뜩한 냉기를 뿜어냅니다.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을 훌륭히 소화하며 그녀는 이 영화로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폰>(2002)

2002년 개봉한 <폰>은 그녀에게 '호러 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영화입니다. 그녀는 잡지사 직원 '지원'을 연기했습니다. 친구의 집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부터 지원에게 걸려오는 정체불명의 전화. 핸드폰에 깃든 저주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당시 수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녀는 이 영화로 흥행 보증 배우 계보에 올라서게 됩니다.

<폰>(2002)
사실 여배우들이 공포물이라면 시나리오도 안 보고 안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가위> 이후에 너무 이미지가 그쪽으로 굳어질까봐 공포영화는 안 하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폰> 시나리오가 아주 재미있었고, <디 아더스> 같은 영화를 보면서 공포물에서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이제는 공포영화에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씨네21> 359호
하지원 인터뷰 중

코미디로 돌아온 말괄량이

<색즉시공>(2002)

<폰>이 개봉했던 해, 그녀는 조금 색다른 도전을 시도합니다. 윤제균 감독의 섹시 코미디 <색즉시공>에 출연했죠. 그녀는 이 영화에서 교내 퀸카, 에어로빅부 '은효'를 연기합니다. 다소 과감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던 이 영화에서 그녀는 기존의 음울했던 이미지를 벗고 섹시하고 발랄한 여대생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합니다. 엑스트라까지 깨알 개그를 시전했던 이 영화는 당시 4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섹시 코미디의 바이블이 되었습니다.

<내 사랑 싸가지>(2004)

그녀는 '인터넷 소설' 속 여주인공으로 변신하기도 했습니다. <내 사랑 싸가지>(2004)는 동명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왈가닥 여학생 '하영'을 연기합니다. 맥주 캔 한번 잘못 걷어찼다가 싸가지남 형준(김재원)의 노예 신세가 되는 하영은 그와 투닥거리다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교복을 꼭 입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 영화에 욕심을 냈던 하지원은 당시 27살의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10대 여고생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습니다. 영화가 다소 오글거렸던 건 시나리오 때문이라(...) 생각하고 싶네요.

연륜이 묻어나는 캐릭터들

<형사 Duelist>(2005)

20대 후반에 들어서며, 그녀는 기존의 발랄함과 코믹함을 벗고 조금 더 진중한 면모가 돋보이는 캐릭터를 선택하기 시작합니다. 이명세 감독이 6년 만에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 <형사 Duelist>(2005)에서 그녀는 숙적 슬픈눈(강동원)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조선의 여형사 '남순'을 연기했습니다. 상대 배우였던 강동원의 배역 명이 '슬픈눈'이었지만, 스크린 속 그녀의 눈 또한 슬픈눈 못지 않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영화 <형사 Duelist>와 드라마 <다모>는 모두 방학기의 <다모>를 원작으로 두고 있었죠. 같은 인물을 두 번이나 연기했다는 점이 흥미롭군요.

<1번가의 기적>(2007)
<해운대>(2008)

<1번가의 기적>(2007)과 <해운대>(2008)는 모두 윤제균 감독과 함께 작업한 영화입니다. <1번가의 기적>에서 그녀는 '깡따구' 센 복서 '명란'을 연기합니다. 그녀는 이 영화를 위해 실제로 6개월 동안 복싱을 배웠습니다. 연기에 대한 노력을 보상하는 듯 <1번가의 기적>은 흥행에 성공하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죠.

<해운대>(2008)에서는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연희' 역을 맡았습니다. 억척스럽게 살아가며 힘들 때 씩 웃어버리고 마는 연희는 <해운대>를 '사람 냄새' 나는 영화로 만들어준 캐릭터입니다. 촬영 내내 보이지 않는 쓰나미를 피해 뛰어다니며 고생하던 그녀는 이 영화로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게 됩니다.

<내 사랑 내 곁에>(2009)

<내 사랑 내 곁에>(2009)에서 하지원은 루게릭 병에 걸린 남편 종우(김명민)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아내 '지수'를 연기합니다. 누군가의 아내로 스크린을 찾은 그녀는 보다 연륜 넘치는 성숙한 매력도 장착했습니다. 무려 20kg를 감량한 '몸 연기'를 보여준 김명민 못지않은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 하지원은 이 영화로 청룡영화상과 백술예술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아픈 남편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한없이 억눌러야 했던 그녀의 절제된 감정 조절이 돋보이던 영화였습니다.

'액션'이 되는 여배우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

2010년은 그녀의 해였습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 하나의 신드롬이었죠. 그녀는 '길라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본격적으로 '액션'이라는 수식어를 달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본방사수'를 외쳤던 이 드라마에서 그녀는 액션과 로맨스, 두 장르의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 독보적인 여배우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7광구>(2011)

모두의 기대를 품은 그녀의 차기작은 영화 <7광구>(2011)였습니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시추선의 해저장비 매니저 '차해준' 역을 맡았습니다. 스킨스쿠버 자격증과 바이크 자격증을 따는 등, 연기를 위한 그녀의 노력은 영화 속에서 해준을 더 돋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하지원의 노력이 눈물겹다"는 평을 여럿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시나리오가 탄탄하지 못했던 탓에 <7광구>는 아쉬운 망작으로 남았습니다. 그녀에게 있어 <7광구>는 꽤 힘든 영화였습니다. 하지원은 외로웠던 캐릭터 '해준'에게서 한동안 못 빠져나와 심리 치료를 받았다고 방송에서 밝히기도 했죠.

<코리아>(2012)

드라마 <시크릿 가든> 촬영을 끝낸 그녀는 바로 <코리아>의 탁구 여왕 '현정화'로 변신하기 위해 탁구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코리아>는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북 단일팀의 기적적인 실화를 다룬 작품입니다. 언제나 자신감에 가득 차 있던 그녀의 강단 있는 눈매가 돋보인 작품이었습니다.

<조선미녀삼총사>(2013)

<조선미녀삼총사>(2013)는 완벽한 검거율을 자랑하는 조선 팔도 최고의 현상금 사냥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무술 실력은 물론 지성과 미모까지 두루 갖춘 검객, '조선미녀삼총사'의 리더 '진옥' 역을 맡았습니다. 요요를 휘둘러 한 번에 장정 서넛을 쓰러트린다는 설정의, 다소 새로운 면이 있는 사극이었으나, 빤한 스토리와 개연성 부족으로 관객에게는 외면을 당한(...) 영화였죠.

하지원의 '러블리'는 어떨까?

<허삼관>(2014)

최근 그녀는 '러블리'한 매력을 앞세운 캐릭터들로 스크린을 찾았습니다. <허삼관>(2014) 속 '옥란'은 다소 오랜만에 그녀에게 찾아온 '퀸카' 캐릭터였습니다. <허삼관>에서 사랑스러운 매력과 동시에 강단 있는 모습을 선보였던 그녀는 오는 12월, <목숨 건 연애>로 관객들을 찾아옵니다.

<목숨 건 연애>(2015)

상상력 풍부한 추리소설작가 '한제인'으로 분한 하지원은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표정들을 여럿 내세우며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낼 예정입니다. 살인사건의 범인 추적이 스토리의 뼈대인 만큼 러닝 타임을 촘촘히 메울 긴장감도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겠죠. 두 미남 배우와 그녀 사이의 로맨스 또한 기대됩니다.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며 관객들 눈을 즐겁게 해주는 배우 하지원! 이제 믿고 보는 배우가 된 그녀는 지금도 어디서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며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무슨 작품이든 어떤 캐릭터든, 반짝반짝 빛을 내는 이 배우! 곧 출연 작품 이름과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길 바랍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