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뒤에 언급할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과 <나를 찾아줘>가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압축했다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는 늘리는 데 힘을 들였다고 할 수 있다. <벤자민 버튼>은 피츠제럴드의 단편에서 모티브와 제목을 빌렸다. 소설은 <포레스트 검프> 시나리오 작가 에릭 로스를 만나 재탄생했다. 원작에서는 생략된 혹은 없던 벤자민(브래드 피트)과 그의 아내 데이지(케이트 블란쳇)의 애틋한 로맨스는 166분의 영화에서 되살아났다. 영화는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나이가 들수록 젊어지는 벤자민과, 데이지의 사랑 이야기다. 사랑, 이야기다. <벤자민 버튼> 이전까지의 핀처 작품을 생각해보자. <세븐> <더 게임> <패닉 룸> <조디악>. 뭐, 백번 양보해서 <파이트 클럽>을 멜로라고 하더라도 이외의 작품에서 로맨스는 찾아볼 수 없다. 핀처는 꾸준히 묵시록적인 스릴러에 장기를 보여왔다. 그런 그가 아름다운 멜로드라마를 만들었다. 그것도 판타지 로맨스를. 20대부터 80대 사이의 두 캐릭터를 연기한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의 열연은 이 영화를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