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 최다 우승에 빛나는 배우 존 시나가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서 도미닉(빈 디젤)의 동생 제이콥 역을 맡아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합류했다. 빈 디젤, 드웨인 존슨 등 근육질 배우의 계보를 잇는 존 시나를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간략하게 살펴본다.


말라서 놀림 받던 유년시절

어린 시절 존 시나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45kg은 나갈까 싶을 정도로 비쩍 말라서 옷차림이나 음악 취향 같은 거로 놀림 받기 일쑤였다. 12살의 크리스마스 즈음,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 결심하고 싸움을 배우는 대신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됐을 때 시나는 주변 그 누구보다 강해져 있었다. 졸업앨범에서 ‘최고의 몸’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그는 대학에 진학해서도 풋볼 선수로 활약했다.


보디빌더에서 레슬러로

졸업할 땐 풋볼 선수로 자기 커리어를 쌓아가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캘리포니아로 적을 옮겨 유명 헬스클럽에서 보디빌더로 일하면서 생계를 꾸렸다. 직장 동료가 프로레슬링을 소개시켜준 덕분에 22살 되던 1999년 캘리포니아 지역의 프로 레슬링 회사 ‘UPW’를 통해 데뷔해, 2년 후엔 드디어 ‘WWF(현재는 WWE)’와 계약했다. 당시 한창 잘나가던 커트 앵글과의 데뷔 전에서부터 전혀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UPW 때부터 줄곧 유지했던 깍두기 머리와 사이보그 같은 캐릭터는 그 이상의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WWE 최고 스타

존 시나가 스타 레슬러가 된 건 래퍼 캐릭터 ‘닥터 오브 떠그애노믹스(The Doctor of Thuganomics)’를 선보이면서부터다. WWF 초창기엔 선역을 맡았지만, 상대방을 저열한 말들로 깎아내리는 랩과 야비한 짓거리를 일삼는 악역은 그 막돼먹은 매력(?)을 뽐냈고 브록 레스너, 언더테이커와의 경기 등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뒤 그 캐릭터는 유지하되 선역으로 활동하면서 존 시나의 팬덤은 크게 불어났다. 2004년 3월, ‘레슬마니아 XX’에서 빅 쇼를 꺾고 처음 WWE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시나는 WWE 챔피언 13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면서 언더테이커, 스티븐 오스틴, 더 락을 이어 프로레슬링 업계 최고의 자리에 섰다.


밀리언셀러 래퍼

존 시나의 거친 랩은 비단 링 위에서만 울려 퍼지지 않았다. 2004년 WWE의 사운드트랙 앨범에 시나의 트랙 ‘Basic Thuganomics’가 수록된 데 이어, 그 이듬해 그의 이름을 내건 랩 앨범까지 제작됐다. 시나와 그의 사촌 다 트레이드마크(Tha Trademarc) 듀오 명의의 음반 <You Can't See Me>다. 앨범에서 두 곡의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졌는데, ‘Bad, Bad Man’은 드라마 <A 특공대>, 마이클 잭슨, 마돈나 등 80년대 팝 문화의 향수가 물씬하고, ‘Right Now’는 시나의 고향인 메사추세츠 웨스트 뉴버리에서 찍었고 간간이 실제 시나의 홈비디오 장면이 삽입됐다. <You Can't See Me>가 분명 수작은 아니었지만, 시나의 스타덤에 힘입어 꾸준히 팔리면서 발매 5년 후엔 134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영화 데뷔

영화 데뷔작은 <더 마린>(2006). WWE가 직접 제작한 두 번째 영화로, 프로레슬링 비디오 감독인 존 보니토가 연출을 맡았다. 이라크 전에서 돌아온 해병대원 존(존 시나)이 갱단에게 아내를 납치당하고 그를 구하러간다는 이야기. 본래 시나리오는 악역을 알 파치노를 염두에 둔 채 써졌지만 출연료가 적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결국 <터미네이터 2> T-1000의 배우 로버트 패트릭이 그 역을 맡게 됐다. 평론가의 평은 극히 드물었고(개봉 전 언론시사회를 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썩 좋지 않았지만, 흥행엔 그럭저럭 성공했다. 이후 <더 마린> 시리즈는 6편까지 이어졌고 나머지는 모두 극장 개봉 없이 2차 시장으로 직행했다.

<더 마린>


배우로 자리잡은 작품

간간이 액션, 스포츠 영화에 간간이 출연해왔지만 존 시나가 정작 배우로서 존재를 각인시킨 건 코미디에서였다. 미국 코미디영화 거장 주드 아패토우 감독의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2015). <SNL> 출신의 에이미 슈머와 빌 헤이더, 이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게 되는 브리 라슨, 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 등이 출연한 작품이다. 시나는 여러 남자들과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주인공 에이미(에이미 슈머)가 사귀던 ‘헬스 중독자’ 스티븐 역을 맡았다. 액션을 선보이진 않지만 그의 우람한 육체는 머리 비었지만 힘 하나는 좋은 남자의 이미지 하나는 확실히 구현했다. 수건 한 장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채 활약하는 신은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에서 가장 웃긴 대목이다.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


'작가' 존 시나

존 시나의 재능은 작가의 영역까지 뻗어 있다. 2018년 트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주인공인 아동 도서 <엘보우 그리스(Elbow Grease)>를 발표해 현재까지 베스트셀러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주인공 엘보우 그리스는 진취적인 자세와 맡은 바에 집중해 열심히 임하는 능력을 가진 트럭이다. 얼마든지 달라도 괜찮으니 너 자신 그대로여도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한편 지난 4월엔 그가 트위터에서 전한 용기를 북돋는 말들을 모은 책 두 권이 발매되기도 했다.


<대디스 홈 2>

마크 월버그와의 연결고리

흔히 ‘레슬링계의 마키 마크(Marky Mark)’로 불린다. 마키 마크는 마크 월버그가 배우로 데뷔하기 전 사용했던 래퍼 이름으로, 근육질의 몸과 막돼먹은 캐릭터에 랩 실력도 출중한 배우라는 이미지 때문일 터. 월버그 주연의 <대디스 홈> 시리즈에도 출연한 바 있는데, 시나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리부트 <범블비>의 주연까지 맡게 되면서, 시나와 마크 월버그 사이의 접점은 또 하나 늘었다.

<범블비>


Make-A-Wish

메이크어위시 재단은 난치병 아동들을 돕는 국제기관이다. 이름 그대로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데, 주로 “~로 가고 싶어요”, “~를 만나고 싶어요”, “~를 하고 싶어요” 등이 있다. “만나고 싶어요”에서 가장 많이 호명되는 스타가 바로 존 시나다. 그가 후원을 시작하고 650회가 넘는 만남이 성사됐다. WWE 최고 스타이자 배우로서도 저변을 넓혀가는 시나의 스케줄을 생각한다면 시나의 활동이 보통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 행복을 주면 그들이 처한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신념으로 희망의 힘을 부지런히 전하고 있다.


존 시나의 영화 취향은?

‘최애’ 장르는 코미디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흑인 보안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풍자극 <블레이징 새들스>(1974)와 벤 스틸러 감독/주연의 <트로픽 썬더>(2008)를 손꼽았다. 두 작품 모두 인종 문제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한 애니메이션을 상당히 좋아한다. 평소 무엇을 보는 걸 좋아하느냐는 질문엔 NASCAR 카레이싱과 재패니메이션이라고 대답할 정도. 최고로 손꼽는 작품은, 흔히 가장 마초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불리는 <북두의 권>이다. 의외이면서도 <북두의 권> 주인공 켄시로를 생각해보면 꽤 자연스러운 취향 같기도.

<블레이징 새들스> / <트로픽 썬더>

<북두의 권>


"저는 자오 시나입니다"

지난 25일 존 시나는 중국 웨이보에 사과 영상을 올렸다. <분노의 질주 9> 홍보 인터뷰 중에 “대만이 처음으로 <분노의 질주 9>를 볼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고, 중국 네티즌이 이를 두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기고 대만을 독립국가로 칭했다며 시나를 맹비난해, 이를 무마하기 위한 영상이었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중국어를 공부해 유창한 실력을 보여준 바 있던 그는 자신을 ‘자오시나’로 소개하면서 중국어로 “중국과 중국인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며 사과했다. 전편인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중국 내 수익이 미국의 기록을 뛰어넘는 4억 달러에 달했다. 한편, 존 시나는 성룡과 함께 액션영화 <스내푸>를 촬영해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DC 유니버스 합류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이어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도 합류한 존 시나는 오는 여름 개봉하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통해 ‘DC 확장 유니버스’에도 합류했다.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피스메이커. 인종차별주의자 아버지 밑에서 자라 평화를 위해서라면 이를 방해하는 이들을 죽이는 다크 히어로다. 제임스 건 감독은 시나에게 “불쾌한 캡틴 아메리카”처럼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이어 피스메이커의 솔로 TV시리즈도 내년 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