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의 공동묘지>(1967).

극장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드는 영화를 우리는 ‘공포’ 혹은 ‘호러’ 영화라 부릅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귀신영화’라 통칭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이 그러했고 이후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그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1924년 최초의 공포 영화이자 우리의 전통(통속)적 귀신을 처음 스크린에 담은 영화가 탄생합니다. 이 영화를 한국 최초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모든 스텝이 한국인으로 이루어졌다는 의미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일본인에 의해 영화가 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바로 김영환 감독의 <장화홍련전>이 그 영화인데요. 당시 이 영화가 어마어마한 흥행을 기록한 탓에 장화홍련전은 이후 귀신영화의 인기 소재가 됩니다. 1936년 홍개명 감독의 <장화홍련전>, 1956년 정창화 감독의 <장화홍련전>, 1962년 다시 정창화 감독이 <대장화홍련전>을 만듭니다. 이어서 1972년 이유섭 감독의 <장화홍련전>, 1982년 이재현 감독의 <요권괴권>, 그리고 2003년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여곡성> (1986), <장화, 홍련>(2003).

아무래도 귀신영화의 전성기는 1960년대가 아닌가 합니다. 1960년에 개봉된 요물이 사람으로 변해 사랑을 나눈다는 <백사부인>(신상옥 감독 / 최은희, 한은진, 최상)을 시작으로 흡혈귀의 원조격인 <악의 꽃, 1961>(이용민 감독 / 이애춘, 도금봉, 주증녀), 그리고 공포에 과감히 코미디를 입힌 <무덤에서 나온 신랑, 1963>(이용민 감독 / 박노식, 도금봉, 구봉서) 그리고 전설이 되어버린 <목 없는 미녀, 1966>(이용민 감독 / 이예춘. 김석훈, 도금봉), 또 하나의 전설<월하의 공동묘지, 1967>(권철휘 감독 / 강미애, 박노식, 도금봉)까지 무척이나 화려한 라인업이자 모두 귀신이 나오는 영화들입니다.

당시 최고의 호러 퀀은 단연 도금봉 배우였습니다. 악극단으로 시작한 그녀는 조긍하 감독에게 발탁되어 영화 <황진이>에서 황진이 역할로 영화계에 데뷔합니다. 이때 예명을 도금봉이라고 하였는데, 이 예명은 황진이가 머물던 송도에서 ‘도’, 황진이가 즐겨 연주하던 가야금에서 ‘금’. 영화계에서 우뚝 솟으라는 의미에서 ‘봉’. 이렇게 하여 ‘도금봉’이 탄생 됩니다. 1997년 박찬욱 감독의 <삼인조>까지 해서 약 5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도금봉 배우, 그녀는 1960년대 당시 명실상부한 호러 퀸이었습니다.

60년대 전성기를 누리던 귀신영화는 70년대로 넘어가면서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부각시키지 말라는 정부의 지침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결국 공포영화는 침체기로 접어들고 귀신영화는 비주류장르영화로 전략합니다. 그런 중에도 명맥을 유지하려 애를 쓰는데, 귀신보다 한(恨)을 부각시켜 나온 것이 박윤교 감독의 한 시리즈 <며느리의 한> <옥녀의 한> <낭자 한> <아랑낭자전> 그리고 이유섭 감독의 또 다른 한 시리즈 <엄마의 한> <누나의 한> <원녀> 등이 나옵니다. 물론 이런 중에도 전설이 된 영화가 탄생되는데 바로 이혁수 감독의 <여곡성>(1986)(석인수, 김기종, 이계인 출연)이죠. 당시 감독 중에서는 이두용 감독과 김기영 감독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두용 감독은 <야오귀> <피막> <귀화산장> 등을 통해 전통 공포영화에 스릴러를 첨부하였고, 김기영 감독은 <화녀> <충녀> <수녀> 등의 요부시리즈와 <천사여 악녀가 되라> 등의 사이코 스릴러, <육식동물> <천사여 악녀가 되라> 등의 컬트영화까지 공포의 장르 폭을 넓힌 감독이었습니다.

<곡성>(2016).

신파성 공포영화 즉 소복 입은 귀신을 통해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영화로 시작한 우리의 공포영화는 1960년대 그 찬란한 전성기를 맞이한 후 1970년대 들어서는 주변 환경으로 인해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 결국 TV 시리즈 '전설의 고향' 으로 인해 쇠퇴기로 접어들고 맙니다. 그러던 공포영화가 다행스럽게도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부터 새롭게 공포영화의 틀을 잡아가기 시작합니다. 김성홍 감독의 <손톱>(1994) <올가미>(1997) <신장개업>(1999) 그리고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1998)을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 안병기 감독의 <가위 >(2000) <폰>(2002) <분신사바>(2004) <아파트>(2006) 그리고 이수연 감독의 <4인용 식탁>(2003), 김성호 감독의 <거울 속으로>(2003), 공수창 감독의 <알포인트>(2004),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2005), 원신연 감독의 <가발>(2005), 김용균 감독의 <분홍신>(2005), 오기환 감독의 <두 사람이다>(2007),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2009), 김곡, 김선 감독의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 변승욱 감독의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2011), 허정 감독의 <숨바꼭질>(2013),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 정범식 감독의 <곤지암>(2018), 김홍선 감독의 <변신>(2019)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998년에 개봉되었던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도 하이틴용 공포영화를 시도한 최초의 영화로 당시 IMF로 인해 침체된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합니다.

‘한국영화사에서 호러나 스릴러 같은 장르영화는 진지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여고괴담>은 한국 공포영화의 역사와 시장을 되살리는 한편, 싸구려 기획 상품처럼 취급되던 장르영화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단순한 하위 장르로 여겨졌던 호러 스릴러 영화의 미학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가치와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영화 시장 구조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성취를 얻어냈다는 것은 영화산업에서 <여고괴담>이 남긴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영화천국 vol.8에 실린 박기형 감독이 말하는 <여고괴담> 중에서)

죽은 여고생이 귀신 되어 같은 학교에 9년 동안 다닌다는 <여고괴담>은 청소년 영화의 문제의식에 호러 및 미스터리를 가미한 여름 시즌 최고의 흥행작이다. 교육현실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가 영화의 형식과 효과적으로 결합되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PC통신에서는 억압적인 한국의 교육 구조에 대한 격렬한 토론들이 이어졌고, 교총에서는 교사들을 너무 부정적으로 그린다는 이유로 영화의 종영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영화는 사회적으로 컨텍스트의 힘을 부여받아 청소년들의 대대적인 지지를 받았고, ‘박기형 표 점프 컷’이란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었다. 피와 밀폐된 공간, 그리고 그 공간 속에 갇힌 몇몇 인물들을 그린 잘된 기획영화이다.’ (1999년 영화연감 ‘ 1998년 한국영화계총관’ 내용 중에서)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2021)

이 영화는 1998년 한국영화 중 흥행 3위를 기록합니다. 이 흥행을 시작으로 시리즈로 이어지게 되는데, 2편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 3편 <여고괴담3 -여우 계단>(2003), 4편 <여고괴담 4 - 목소리>(2005), 5편 <여고괴담 5>(2009)까지 그리고 12년이 지난 올해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가 곧 개봉 예정입니다. 이 영화가 6편까지 이어짐으로써 국내 최대 장수 시리즈로 이어갈지가 주목됩니다. (현재 최고 장수 시리즈는 <애마부인> 시리즈로 총 13편이 제작되었습니다.)

푹푹 찌는 한 여름을 오싹하게 만들어 주는 공포영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놀이공원에 있는 귀신의 집 같은 재미를 줄 수 있는 영화가 공포영화라고 했는데, 올 여름 극장을 귀신의 집으로 만들어 줄 영화로 이미 개봉을 한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를 시작으로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그리고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이스케이프 룸 2: 노 웨이 아웃> 그리고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올드>, <맨 인 더 다크 2><캔디맨><더 나이트 하우스> 등 라인업들 면면이 올 여름 오싹함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