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폐막했다. 작년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2년 만에 개최된 영화제를 통해 전세계 영화 팬들이 손꼽아 기대하는 신작들이 대거 손보였다. 심사위원장 스파이크 리를 비롯해 마티 디옵, 매기 질렌할, 예시카 하우스너, 멜라니 로랑, 밀렌 파르메르, 클레버 멘돈사 필류, 타하르 라힘, 그리고 한국배우 송강호까지, 심사위원진이 선택한 수상작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황금종려상

<티탄>

Titane

줄리아 뒤쿠르노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은 너무 일찍 공개됐다. 폐막식 초반 심사위원장 스파이크 리가 (신인감독상에 해당하는) 황금카메라상을 호명해야 하는 타이밍에 그만 실수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티탄>이라고 발표해버린 것. 아버지의 불찰로 인한 차 사고를 당해 머리에 티타늄을 장착하면서 살아가는 여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티탄>은 식인을 소재로 한 <로우>의 파격을 한발 더 밀어붙인 설정들로 무장해 객석을 충격에 빠트렸다. 특히 주인공이 자동차와 성행위를 벌이는 장면에 대한 소문이 자자했다. 장편 데뷔작 <로우> 이후 5년 만의 신작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줄리아 뒤쿠르노는 <패왕별희>와 공동수상한 <피아노>(1993)의 제인 캠피온 이후 두 번째(단독으론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여성 감독이 됐다. 왓챠가 수입해 극장에서 먼저 선보인 후 왓챠에서 서비스될 예정.

줄리아 뒤쿠르노


심사위원대상

<영웅>

A Hero

아쉬가르 파라디

<6번 칸>

Compartment No. 6

유호 쿠오스마넨

심사위원대상은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하디의 <영웅>과 핀란드 감독 유호 쿠오스마넨의 <6번 칸>이 함께 받았다. 2011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와 <자전거를 탄 소년> 이후 10년 만의 공동수상. 파하디와 쿠오스마넨 모두 칸 영화제가 꾸준히 지지를 보낸 감독이다. 파하디의 작품은 <과거>(2013)부터 네 번 연속 경쟁부문에 초청돼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가져간 바 있다. 쿠오스마넨은 데뷔작 <올리 마키 생애 가장 행복한 날>(2016)이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고 5년 만에 내놓는 새 영화 <6번 칸>으로 그랑프리를 받았다. 빚을 갚지 못해 복역 중인 남자가 이틀간의 휴가 동안 빚을 면제해달라고 설득하러 다니는 여정을 그린 <영웅>과 암벽 그림을 보러 열차에 탄 핀란드 대학생이 같은 열차 칸에서 러시아 광부를 만나 그의 업주를 찾아가는 <6번 칸> 각자 이란과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팍팍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사실적인 연출로 그려내고 있다는 접점이 있다. <영웅>은 영화사 '찬란'이 수입했다.

아쉬가르 파하디,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상

<아네트>

Annette

레오스 카락스

올해 칸 영화제 개막작이자 레오 카락스 감독의 9년 만의 새 장편 <아네트>는 영화제 초반부터 고른 호평을 받으며 유력한 수상작으로 점쳐졌다. 몇 차례 칸 경쟁부문에 초청됐지만 매번 빈손으로 돌아갔던 레오 카락스는 <아네트>로 처음 칸 감독상을 받았다. 아덤 드라이버와 마리옹 코티아르를 캐스팅 한 첫 영어 영화인 <아네트>는 전작 <홀리 모터스>(2012)에서 노래 'How Are You Getting Home?'을 사용한 미국 밴드 스팍스의 두 형제 멤버 론 마엘과 러셀 마엘이 이야기를 쓰고 음악까지 만든 뮤지컬 영화다. 포토콜 때 딴곳으로 가 담배를 피우는 자유분방한 모습이 포착돼 영화만큼이나 화제가 됐던 카락스는 역시(?) 폐막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론-러셀 마엘 형제가 대신 일정을 소화했다. <아네트> 역시 왓챠가 수입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각본과 음악을 맡은 스파크의 론 마엘, 러셀 마엘


여우주연상

<더 워스트 펄슨 인 더 월드>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르나트 라인제브

<더 워스트 펄슨 인 더 월드>의 르나트 라인제브는 노르웨이 배우 최초로 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제시 아이젠버그와 이자벨 위페르가 함께 한 <라우더 댄 밤즈>(2015)로 처음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신작 <더 워스트 펄슨 인 더 월드>는 그의 초기작 <리프라이즈>(2006)와 <오슬로, 8월 31일>(2011)을 잇는 '오슬로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오랫동안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찍고 싶었던 트리에는 이제 막 30대가 됐지만 마음은 어지럽기만 한 줄리(르나트 라인제브)가 파티에서 만난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져 나이 많은 애인과 헤어지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트리에의 2011년 작 <오슬로, 8월 31일>에 조연으로 참여하며 영화계에 데뷔한 르나트 라인제브는 그로부터 10년 만에 다시 한번 트리에와 작업한 영화로 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됐다.

르나트 라인제브


남우주연상

<니트램>

Nitram

케일럽 랜드리 존스

대중들 사이에서 <아네트>의 애덤 드라이버와 <레드 로켓>의 사이먼 렉스가 유력한 후보에 거론됐던 남우주연상은, 한국 관객에겐 <겟 아웃>(2017)과 <쓰리 빌보드>(2017) 등으로 친숙한 미국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존스는 1996년 호주 최남단 지역 포트 아서에서 35명이 살해당하고 23명이 다친 학살 사건의 가해자 마틴 브라이언트에서 영감을 얻은 캐릭터 니트람을 연기했다. 호주 스노우타운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저스틴 커젤 감독의 데뷔작 <스노우타운>(2011)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조용한 마을에서 성장해 그곳 사람들을 소총으로 쏴죽인 캐릭터를, 수많은 영화에서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인물을 연기해온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훌륭히 소화했다는 건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케일럽 랜드리 존스


각본상

<드라이브 마이 카>

Drive My Car

하마구치 류스케

2018년 <아사코>로 처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일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드라이브 마이 카>는 평론가 사이에서 경쟁작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작품이었다. 한국에도 출간된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의 처음을 장식한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를 각색한 영화는, 각본을 함께 썼던 아내를 떠나보낸 연극 감독이 히로시마에서 새 작품을 맡게 되고, 그를 수행하는 말 없는 여자와 서로의 과거를 고백한다는 이야기. 원작은 50쪽 남짓의 단편 분량이지만, 영화는 179분의 러닝타임이라 그 차이가 어떻게 메워졌을지 기대되는바. <드라이브 마이 카>는 각본상과 더불어 국제비평가연맹상,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했다. 영화사조아/트리플픽쳐스가 수입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심사위원상

<메모리아>

Memoria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아헤드의 무릎>

Ahed's Knee

나다브 라피드

심사위원상은 재작년 <바쿠라우>(올해 심사위원 클레버 멘돈사 필류의 영화다)와 <레 미제라블>에 이어 공동수상이다. <메모리아>와 <아헤드의 무릎>은 각각 칸 황금종려상, 베를린 황금곰상을 받은 바 있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나다브 라피드의 신작이다. 라피드의 <아헤드의 무릎>은 40대 영화감독이 외딴 사막 마을에서 한 여자를 만나 자신의 오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제 후반부에 공개돼 극찬이 쏟아졌던 위라세타쿤의 <메모리아>는 감독이 처음 고국 타이를 벗어나 콜롬비아에서 촬영을 진행한 작품이다. 배경이 되는 공간의 원시적인 에너지를 구현해 죽음과 역사를 대면하는 위라세타쿤의 오랜 화두가 콜롬비아에선 어떻게 펼쳐졌을까.

나다브 라피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