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수스쿼”라고 이야기하면, “몇 년 전에 이미 개봉하지 않았어?” 하는 질문을 더 많이 받는다. 그러면 이건 리부트 아니고, 리런치하는 건데, 라면서 영화에 대한 설명을 잠시 해야만 한다. 2016년에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 '나쁜 놈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강렬한 캐치프레이즈로 조커와 할리퀸을 전면에 내세우는 듯했지만 실제 내용물은 기대와는 달랐다.
덕분에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두 번째 시리즈 혹은 새로운 수어사이드 스쿼드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받기도 했다. 물론, 흥행 성공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성공 가도에 올려놓은 제임스 건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한 이후로는 조금 달라졌지만.
2016년 8월 개봉이니 딱 5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셈인데, 이전의 출연진 일부가 등장하기는 하나 새롭게 등장하는 배우들이 대거 포함된 라인업으로 드디어 스크린 개봉에 성공했다.
시작부터 우여곡절투성이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감독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제임스 건이 DC 확장 유니버스의 작품인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감독직을 맡게 된 데는 모종의 사건들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 공격적인 트윗을 다수 했던 제임스 건을 공격하기 위해 그의 n년치 트윗을 뒤진, 미국의 한 보수언론의 폭로가 그 시작이었는데.
제임스 건의 이전 트윗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감독으로 고용되기 전에 작성된 것이었다고는 하나 아동성애 등 심각한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디즈니는 제임스 건을 해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출연진 일동은 물론, 전 세계의 마블 팬들 중 일부가 제임스 건 복귀 서명운동을 하는 등 많은 이들이 그의 복귀를 원했고 디즈니 역시 이에 제임스 건을 다시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03>의 감독으로 재임용하게 된다. 물론 다수의 출연진들이 그가 복귀하지 않으면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등 강력하게 발언한 것이 주효했겠으나, 찬반 여론이 극심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워너브라더스는 디즈니가 제임스 건을 해임한 사이 DC 확장 유니버스의 제작 확정 작품들 중 하나를 그가 맡아 주기를 제의했다고 하는데, 해임 보도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개된 정보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린 랜턴> 리부트를 포함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다수의 작품을 제시하고 그가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고 하는데, 유머러스함이 부족하다고 비판받았던 당시의 DC 실사화 시리즈에 새바람을 불어넣어 줄 사람으로 제임스 건을 점찍었던 게 아니었을까.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별, '할린 퀸젤'
흔히 전작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이야기할 때, 자레드 레토와 윌 스미스, 마고 로비 등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했음에도 '건질 건 할리퀸밖에 없었다'는 말을 하곤 한다. 범죄자들이 팀을 이루어 히어로들이나 할 법한 세계 평화 수호(!?)를 한다는, 메인 시나리오의 토대보다는 할리퀸과 조커의 얼핏 기이하기까지 한 로맨스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일 텐데. 거기에는 마고 로비가 연기한 할리퀸의 독특한 캐릭터성이 단단히 한몫을 했다.
영화 자체가 그렇게 큰 화제가 되지는 못했지만(안 좋은 쪽으로는 화제가 됐다) 할리퀸의 캐릭터성만은 파급력이 대단했는데, 원작 할리퀸 캐릭터의 특징을 재해석한 복장은 물론이고 할리퀸이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입체적인 면모들이 매력 포인트로 꼽혔다. 제임스 건 감독 역시 할리퀸의 이런 매력에는 공감했던 모양인지, 리부트가 아니라 리런치라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작업에서도 할리퀸을 주력으로 등장시켰다.
작중의 할리퀸은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거쳐 할리퀸 솔로 무비였던 <버즈 오브 프레이>를 지나, 다시금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팀에 합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전작에 이어 등장해 구면인 캡틴 부메랑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영화 속에 등장하고,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대사 속 일면에서 잠깐씩 이전의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버즈 오브 프레이>가 조커와 헤어진 할리퀸이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내용을 그렸다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조커의 사이드킥이었던 원작의 할리퀸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DC 확장 유니버스에서 다시 태어난 '할리퀸'으로서의 활약을 보여준다. 조커에게 휘둘리던 전작과는 다른 모습인 동시에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4차원의 매력을 보여주는 셈이다.
'더' 수스쿼, 더 많은 캐릭터와 더 많은 이야기
할리퀸의 새로운 모습 이외에도 영화 속 캐릭터들은 다채롭다. 제임스 건이 자신의 SNS를 이용해 공개했던 캐스팅 목록은 화려했다. <토르> 시리즈에서 아스가르드의 수문장인 헤임달 역을 맡았던 배우 이드리스 엘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영원한 아버지 욘두 역의 마이클 루커, 라바저스 멤버이자 욘두의 화살을 물려받은 크래글린 역의 숀 건, WWE 챔피언이자 영화배우인 존 시나까지.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데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관객에게는 첫 만남일 것이기 때문에 이 많은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내는 동시에 메인 서사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물론 다다익선이라는 말도 있지만, 솔로 무비에 비해 티업 무비가 성공하기 힘든 것처럼 모든 캐릭터가 저마다의 당위성을 가지고 서사를 전개해 나가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제임스 건이 늘 그래왔듯이,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이상의 설명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굳이 설명하지 않겠지만, 주요한 캐릭터들에게 서사를 집중시키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부여하면서도 집중도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기본 프레임에 대한 기준은 지키면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캐릭터가 동시에 등장할 때 흔히 발생하는 문제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비틀린 죄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히어로가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서로의 의지가 충돌하는 것까지 나름대로 깔끔하게 보여준다.
리부트가 아니고 리런치? Re-Launch의 진짜 의미
제임스 건이 연출과 각본을 모두 맡아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이어간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혹평을 들었던 전작을 역사의 뒤안길에 묻어둔 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전작의 세계관을 비롯해 주요한 캐릭터(아만다 월러, 할리퀸 정도겠으나)를 그대로 가져오는 한편 새로운 요소들을 대거 투입해 익숙한 듯 새로운 영화로 완성되었다.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전작이 훌륭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원작이 있는 작품을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새롭게 콘텐츠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문제들은 물론이고, 전작의 장점을 계승하면서도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목표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요지는 전작을 능가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대부분의 히어로 무비는 히어로 코믹스라는,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원작을 토대로 한다. 여기에서 어떤 점을 재창조해서 새롭게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기존의 매력 포인트를 어떻게 유지해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결국 이중의 난제가 있었던 셈이다. 코믹스 '수어사이드 스쿼드' 시리즈와 2016년 작 <수어사이드 스쿼드> 두 작품이 갖고 있는 요소들을 어떻게 재가공하고, 어떻게 새롭게 보이게 할 것인가.
유머러스한 연출과 각본, 히어로 무비(빌런 무비지만)라는 장르에 걸맞은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 캐릭터들의 매력적인 서사,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관객이 기대할 수 있는 요소들은 어쩌면 당연하고도 명확했다. 마고 로비의 할리퀸이 전장을 뛰어다니며 던지는 화려하고도 매력적인 액션,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쫄깃한 서사, 그리고 그 모든 '삐뚤어진 이들의 영웅담'이 어떻게 버무려졌을 것인지,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영화'인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영화의 관건은 결국 재미다. 어떤 캐릭터가 등장해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든, 원작과 완전히 다르든 아니든 간에 영화가 그 자체로 재미있다면 관객은 그에 걸맞은 호응으로 대답할 테니까.
매력 요소는 분명한 영화다.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실사화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던 수년 전에 팬들이 기대했던 좌충우돌 범죄자 팀 업어 엉망진창 영웅담이라는 요소만 놓고 본다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훌륭한 대답일 수 있다. 물론 그때 있던 캐릭터들 중 많은 인물들이 없어졌거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새로운 캐릭터로 그 자리를 메웠다. 전작의 어쩐지 답답했던 느낌을 단번에 날려 버릴 만한 통쾌함도 있다.
제임스 건의 '리런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감독이 여러 가지 고민을 거쳐 선택을 거듭한 결과물이다. 그 선택이 정답이다 아니다를 확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결국 결정은 관객의 몫이다.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