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시 조

그의 음악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감히 상상을 하지 못하겠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없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완전할 수 없다. 12월6일, 그의 생일을 핑계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음악을 다시 들어보려 한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에 쓰인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히사이시 조(久石讓)는 1950년 12월6일 일본 나가노현에서 태어났다. 5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 도쿄 쿠니타치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했다. 본명은 후지사와 마모루(藤澤守)다. 대학 시절 퀸시 존스의 이름을 따와 히사이시 조라는 예명을 지었다. ‘퀸시’의 일본어 발음 ‘쿠이시’(久石)를 훈독한 ‘히사이시’와 ‘존스’의 애칭 ‘조’(讓)를 합한 것이다.

히사이시 조의 아버지는 화학 교사였는데 영화를 매우 좋아해서 유치원 때부터 아들을 영화관에 데리고 다녔다. 두 사람은 수년간 1년에 300편 이상의 영화를 관람했다고 한다.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영화음악을 해야 할 운명이었을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히사이시 조는 1984년에 처음 만났다. 당시 무명이었던 히사이시 조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음악감독으로 발탁된 이후 지브리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바람이 분다>, <가구야 공주 이야기> 등이 그가 참여한 작품들이다. 은퇴를 번복한 미야자키 감독의 새 작품 <애벌레 보로>에서도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하사이시 조(왼쪽)과 기타노 다케시.

1991년에는 기타노 다케시와 인연을 만들었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가 시작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전혀 다른 성향이지만 지브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히사이시 조는 기타노 다케시와의 공동작업 역시 훌륭하게 해냈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이후 <소나티네>, <키즈 리턴>, <하나-비>, <기쿠지로의 여름>, <브라더>, <돌스> 등에서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일본을 대표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는 두 감독과 히시이시 조는 완벽한 파트너처럼 보인다. 재밌는 사실은 하시이시 조가 “두 감독과 개인적 친분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거다. 2002년 <기쿠지로의 여름>의 개봉을 앞두고 <씨네21>과 만난 히사이시 조는 “(두 감독과) 개인적 친분은 전혀 없다. 일로 만나는 관계일 뿐이다. 두 사람 다 존경한다. 인생의 선배로서 그렇다.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표현할 순 없는 관계다. 각자 열심히 몰두해서 일할 때는 개인적인 정이 끼어들 시간이 없다. 내가 갖고 있는 일에 대한 기본 자세가 그런 것이다. 친구 관계에선 일을 함께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친구는 아니여서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히사이시 조는 일본의 두 명장과의 작업을 통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런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그에게 음악을 부탁했다. 히사이시 조는 <웰컴 투 동막골>과 드라마 <태양사신기> 등의 음악을 작곡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인생의 회전목마’를 들을 수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어느 여름날’을 들을 수 있다.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바다가 보이는 마을’을 들을 수 있다.

음악감독이 아닌 그냥 감독으로서의 히사이시 조를 기억하는 이는 많이 없을 것 같다. 그는 2001년 <콰르텟>이라는 음악영화를 직접 연출한 적이 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했다. 히사이시 조는 자신이 연출한 영화에 대해 “한마디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웰컴 투 동막골> 히사이시 조 영상.

히사이시 조에 대해 어설픈 글로 떠드는 것보다 그가 만든 음악을 하나 더 듣는 게 나을 것 같다. 특히 히사이시 조와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면 ‘스튜디오 지브리 25주년 기념 히사이시 조 콘서트’ 실황 영상을 찾아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눈물 흘릴 준비하고 보시라.

<기쿠지로의 여름>에서 ‘summer’를 들을 수 있다.
<하나비>에서 들을 수 있는 ‘Hana-Bi’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음악과는 다른 분위기다.
<키즈 리턴>에서 ‘Kids Return’은 영화의 마지막에 나온다.

에디터의 ‘히사이시 조 플레이리스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어느 여름날(あの夏へ)
<하울을 움직이는 성> - 인생의 회전목마(人生のメリーゴーランド)
<마녀 배달부 키키> - 바다가 보이는 마을(海の見える街 3. 海の見える街)
<기쿠지로의 여름> - Summer
<하나비> - Hana-Bi
<키즈 리턴> - Kids Return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