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쓰더라도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을 위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인질> <싱크홀> <모가디슈>가 아닌 영화를 만날 수 있는 9월의 특별전을 소개한다.


찰리 채플린 특별전

~ 9월 7일 @ CGV 아트하우스관

<살인광 시대>

무성영화와 유성영화의 시대를 아우르는 대스타 찰리 채플린의 특별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개봉한 채플린의 첫 장편영화 <키드>(1921)부터 연출과 연기를 병행한 마지막 작품 <뉴욕의 왕>(1957)까지, 채플린의 대표작 9편을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영화에 소리와 색채가 없던 시절 다양한 표정과 몸짓을 통해 삶의 희노애락을 전한 채플린의 작품들은, 영화라는 예술의 본질이 ‘움직임’을 포착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시티라이트>(1931), <모던 타임즈>(1936), <위대한 독재자>(1940) 같은 친숙한 영화도 반갑지만 채플린이 연쇄살인범을 연기한 비교적 덜 알려진 걸작 <살인광 시대>(1947)를 힘주어 권한다.


크지쉬토프 키에슬로프스키 회고전

~ 9월 22일 @ 서울아트시네마

<끝없는>

얼마 전 연례 프로그램 ‘시네바캉스’를 마친 서울아트시네마는 폴란드 거장 크지쉬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을 진행 중이다. 초기 단편 <관공서>(1966)부터 마지막 영화 <세 가지 색: 레드>(1994)에 이르끼까지, 총 42편의 작품을 통해 키에슬로프스키의 작품 세계를 소상히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근래 <데칼로그> 연작과 <세 가지 색> 연작은 많은 극장을 통해 상영된 바 있지만, <데칼로그>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 작품들은 볼 기회가 극히 드물었던 터라 더욱 뜻깊은 기획전이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다큐멘터리에서 극영화로, 노동 현장에서 추상적인 세계로 옮겨가는 가운데 우리가 사는 현실을 향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던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 세계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5년이 흐른 현재에도 묵직한 깨달음으로 닿을 것이다.


Netflix in CGV

9월 1일 ~ 9월 12일 @ 전국 CGV 80여 지점

<승리호>

팬데믹 이후 극장가에 발길이 뚝 끊기면서 개봉을 앞두던 한국영화들이 속속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고대하던 화제작을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어 좋은 한편, 작품에 담긴 비주얼과 분위기를 최적의 환경에서 경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Netflix in CGV’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영화들을 처음으로 극장에서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승리호>, <콜>, <낙원의 밤>, <새콤달콤>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영화 7편이 상영된다. 조성희 감독이 구현한 우주 공간, 싸이코패스 영숙(전종서)의 무지막지한 폭주,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핏빛 누아르를 드디어 큼직한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 4편을 골라볼 수 있는 할인 관람권을 판매하고, 7편 모두 보는 관객에겐 영화관람권과 포토티켓 이용권이 증정된다.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9월 9일 ~ 9월 16일 @ 메가박스 백석

<한 시간>

올해로 13회를 맞는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한국에서 가장 규모있는 다큐멘터리 특화 영화제다. 경기도를 기반으로 해 DMZ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프로그램은 비단 분단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내세운 동서고금의 다큐멘터리를 아우른다. 국제, 아시아, 한국, 단편으로 나뉘어진 경쟁부문과 지난 1년 사이 세계에서 화제를 모은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비경쟁부문 등 39개국의 126편이 모였다. 이탈리아의 거장 다큐멘터리스트 지안프랑코 로시가 중동의 국경들 주변을 기록한 <야상곡>, 돼지 닭 소 등 동물들의 일상을 흑백 이미지로 담은 <군다> 등이 상영된다. 한국의 시네필들에게 신뢰가 두터운 유운성 영화평론가가 꾸린 미니 프로그램은 미국의 위대한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가 연출한 영화 <한 시간>(1990)과 일본 감독 하라 마사토가 50년 만에 완성한 <초국지소지천황>(2021) 등이 포함됐다.


인디애니페스트 2021

9월 9일 ~ 9월 14화 @ CGV명동역

빌 플림턴 <별 방도가 없다면>

한국의 유일한 독립 애니메이션 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지향한다. 각각 독립 애니메이터, 애니메이션 전공 학생, 웹 기반의 애니메이터의 작품들의 경합을 벌이는 3개의 국내 프로그램과 더불어 일본, 중국, 러시아, 싱가폴, 인도, 대만, 이란 등의 애니메이션들이 엄선된 해외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올해 특별전의 주인공은 미국 독립 애니메이션의 대가 빌 플림턴이다. 한국에서 개봉된 최초의 해외 성인 애니메이션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1997)의 감독 빌 플림턴이 근 30년간 발표한 10개 단편이 상영되고, 9월 11일엔 감독의 마스터클래스도 진행한다.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전

9월 23일 ~ 10월 7일 @ 시네마테크 KOFA

<말라버린 꽃>

시노다 마사히로는 오시마 나기사와 함께 1960년대 후반 일본 뉴웨이브를 이끈 감독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오시마에 비해 시노다 마사히로의 작품은 한국에서 매우 드물게 상영됐다. 오시마가 자국 일본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급진적인 정치 영화로 활동 반경을 넓혀나갔다면, 시노다의 영화엔 감각적이고 모던한 이미지로 구현한 염세주의가 만연했다. 그는 1972년 삿포로 동계 올림픽 기록영화조차 경기를 즐기는 관객의 흥분보다는 선수들이 감내하는 고통에 초점을 맞춰 연출했다. 한국영상자료원과 일본국제교류기금이 기획한 이번 기획전은 데뷔작 <사랑의 편도차표>(1960)부터 실험적인 터치의 야쿠자 영화 <말라버린 꽃>(1964), 마틴 스코세이지가 리메이크한 <침묵>(1971) 등 총 13편을 선보인다. 총 필모그래피 절반에 가까운 규모에 대부분 35mm 필름 상영이다.


원데이 시네마 시즌2

~ 11월 @ 광주극장

<라 플로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가운데 하나인 광주극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진행했던 프로그램 ‘원데이 시네마’ 두 번째 시즌을 준비했다. ‘원데이 시네마’는 4시간이 훌쩍 넘는 초장편 영화들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최신작 <시티 홀>(2020)이 시작을 끊었다. 9월 25일 상영하는 프랑스 무성영화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아벨 강스의 <바퀴>(1923)는 제작 당시 8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으로 완성됐다가 150분으로 개봉된 비운의 작품으로, 오랜 판본을 거듭해 2019년에 417분으로 복원된 버전이다. 미국 현대 사회의 폐부를 드러낸 O.J 심슨 사건을 파헤친 <O.J. : 메이드 인 아메리카>(2016)를 10월에 상영한 뒤, 11월엔 교토부(京都府)의 한 여성이 농사 하는 과정을 8시간에 걸쳐 담아낸 다큐멘터리 <일과 나날 (시오타니 계곡의 시오지리 다요코의)>(2020)과 장장 13시간 28분 러닝타임에 저마다 다른 장르의 여섯 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진 <라 플로르>(2016)로 ‘원데이 시네마’ 두 번째 대장정을 마무리 한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