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관객상, 감독상 등 주요 부분을 석권한 음악영화 <코다>가 절찬 상영 중이다. 들을 수 없는 가족 곁에서 자랐지만 노래를 향한 꿈을 향해 씩씩하게 나아가는 히로인 루시의 성장을 그린 영화 속 음악을 살펴보자.


Something's Got a Hold On Me

ETTA JAMES

드넓은 바다에 배 한 척. 거기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가족과 함께 뱃일을 하는 주인공 루비가 에타 제임스의 'Something's Got a Hold on Me'를 틀어놓고 그걸 따라부르고 있다. 그저 흥얼대는 게 아니라 잔뜩 힘주어 부른다. 두 가지를 직감한다. 고된 업무에 노래를 부르는 게 루비의 낙이고, 루비의 음악이 취향이 꽤나 올드 하다는 것. 'Something's Got a Hold on Me'는 블루스 보컬리스트 에타 제임스가 1962년 발표한 노래다. 영화 <버레스크>(2010)에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가 커버했고, DJ 아비치(Avicii)가 샘플링해 'Levels'를 완성시킨 바 있다. 열창하는 루비와 달리 아빠와 오빠는 전혀 반응이 없는데, 그물을 잡아 올려 물고기들을 분류하고 배를 정리해 부두에 도착하고 나서야 두 남자가 듣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Something's Got a Hold on Me'는 루비가 일을 마치고 바로 등교하는 길의 BGM으로 이어진다.


My Pal Foot Foot

THE SHAGGS

루비의 범상치 않은 취향은 평소 방 안에서 듣는 음악에서도 드러난다. 유일한 친구 거티가 집에 놀러왔을 때, 루비는 섀그스의 'My Pal Foot Foot'을 들려준다. 리듬도 연주도 부러 엉망으로 연주한 것처럼 들리는 음악. 그중 루비가 가장 좋아하는 파트는 혼란스러운 연주가 계속되다가 40초 정도 지나 아무렇지 않게 보컬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친자매로 이뤄진 3인조 밴드 섀그스는 1969년 아버지가 가진 돈을 거의 다 털어넣어 만든 앨범 <Philosophy of the World>를 내놓았지만, 제작한 초판 1000장 중 900장이 사라지고 레코드 회사마저 잠적해버렸다. 나머지 100장이 방송국에 배포됐지만 거의 방송을 타지 못했다. 섀그스가 처음 알려진 건 70년대 초 프랭크 자파(Frank Zappa)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들의 앨범을 추천하고 "비틀즈보다 좋다"라고 소개하면서부터다. 이후 너바나(Nirvana)의 프론트맨 커트 코베인(Kurt Corbain)을 비롯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섀그스의 자유분방한 음악을 극찬했다. 섀그스의 음악을 그저 장난처럼 받아들인 거티는 루비의 추천 따위 아랑곳 않고 아까 거실에서 본 루비의 오빠를 어떻게 유혹할까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나중에 집에 놀러 온 마일스는 턴테이블 옆에 놓인 섀그스 앨범을 바로 알아보며 "나 사실 이거 훔치러 온 거야"라고 농을 던진다.


Let's Get It On

MARVIN GAYE

첫눈에 반한 마일스를 따라 합창부에 들어온 루비는 베르나르도 선생이 'Happy Birthday to You'를 시켰을 때 입도 뻥끗하지 못하고 교실을 빠져나온다. 루비가 긴장했던 이유에 대해서 털어놓은 후, 다음 수업에서 베르나르도는 애들 앞에서 다같이 부르고 있던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을 혼자 불러보라고 시킨다. 호흡을 안 한다며 베르나르도가 망측한 동작의 호흡법을 알려준 다음, 곧바로 루비는 훨씬 더 능숙한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나간다. 마일스를 비롯해 같이 수업을 듣던 학생들도 꽤나 놀란 눈치. 베르나르도 역시 (데이빗 보위가 밥 딜런을 두고 한 말) "모래와 접착제"는 아니네 하며 칭찬한다. 'Lets Get It On'은 흑인 인권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걸작 <What's Going On>에 이어 발표된 앨범 <Lets Get It On>의 타이틀 트랙이다. 전작과 달리 관능적인 로맨스의 노랫말로 가득한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2주 동안 차지하면서 현재까지 가장 유명한 마빈 게이의 노래로 회자되고 있다.


You're All I Need To Get By

MARVIN GAYE & TAMMI TERRELL

베르나르도 선생은 마빈 게이를 꽤나 좋아하는 것 같다. (모르면 몰랐지 안 좋아할 수가!) 수업 끝나고 루비와 마일스를 따로 불러내 그들에게 가을 콘서트 듀엣 무대를 맡길 거고, 마빈 게이와 태미 터렐의 'You're All I Need to Get By'가 그 레퍼토리라고 말해준다. 자기는 마일스를 안다고 했지만 마일스는 자기를 모른다고 해서 민망했던 걸까, 루비는 영 떨떠름한 반응이다. 루비는 부두로 돌아가는 길에 'You're All I Need to Get By'를 듣는다. 봄바람 같은 세레나데와 함께해서 매일같이 오는 하교길에 그나마 상쾌해 보인다.

60년대 초중반 마빈 게이는 매리 웰스(Mary Welles)와 킴 웨스턴(Kim Weston)에 이어 여성 보컬리스트 태미 터렐과 듀엣 연작을 발표했다. 'You're All I Need to Get By'는 두 번째 듀엣 음반 <You're All I Need>의 타이틀 트랙이다. 힙합 팬들에겐 메소드 맨(Method Man)과 메리 제이 블라이지(Mary J. Blige)의 'All I Need'의 샘플링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곡을 비롯해 앨범 내 많은 곡이 사랑 받았지만 터렐의 뇌종양 진단으로 인해 두 아티스트의 (정식적인) 듀엣은 더 이상 성사되지 못했다. 루비와 마일스의 러브송과도 같은 'You're All I Need to Get By'는 에밀리아 존스와 퍼디아 월시 필로의 목소리로 영화 속에서 꾸준히 등장한다. 두 사람의 감정이 깊어지면서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표현을 느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Both Sidesㅇ Now

JONI MITCHELL

루비가 노래 부를 때의 감정을 수화로 표현하는 걸 본 베르나르도는 루비에게 버클리 음대에 지원해보자고 제안한다. 혼자만 소리를 들을 수 있어 가족 곁에서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고집하던 루비가 결국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선택한 노래는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다. 성적으로 개방적인 루시의 부모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마일스의 실수로 학교에 퍼진 걸 안 루시는 심란한 마음을 안고 베르나르도 앞에서 'Both Sides Now'를 연습한다. 잘 될 리가 없다. 처음 학교 들어갔을 때 애들 앞에서 우습게 말했던 그 소리를 내뱉어보라는 베르나르도의 조언을 듣고 "최대한 듣기 싫은 소리"를 내질러본 루시는 또 다시 바로 올바른 방향을 찾아간다.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이 작곡한 'Both Sides Now'은 주디 콜린스(Judy Collins)의 목소리로 1968년 처음 세상에 나와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 이듬해 미첼 역시 두 번째 앨범 <Clouds>에 자기 목소리로 녹음했고, 중년이 되어 발표한 셀프 커버 앨범의 이름 역시 'Both Sides Now'를 붙여 마지막 트랙으로 이 노래 커버 버전을 배치했다. 미첼은 비행기에서 솔 벨로의 소설 <비의 왕 헨더슨>을 읽다가 주인공 헨더슨이 비행기에서 저 아래 구름을 내려볼 때, 자기도 따라 구름을 내려보다가 문득 'Both Sides Now'를 써내려갔다고 한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언급하진 않지만) 루비가 가족들도 노랫말을 느낄 수 있도록 'Both Sides Now'를 부르는 대목은 <코다>의 클라이맥스다.


I Fought The Law

THE CLASH

하루하루 어렵게 잡은 생선의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 부조리를 참고참던 루비의 가족은 결국 독자적으로 생선을 팔기로 한다. 바다로 나가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는 루비가 잠 깨기 위해 듣는 음악은 영국의 펑크 밴드 클래시의 'I Fought the Law'다. 휘몰아치는 드럼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아주아주 씩씩한 노래는 처음엔 새출발하는 루비 가족의 행보를 응원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새벽부터 일어나 일을 해야 하는 루비의 고단한 일상이 그토록 좋아하는 노래를 연습하는 데에 차질이 생기는 순간들이 서서히 보이고, 베르나르도가 레슨 시간에 자꾸 늦는 걸 따끔하게 지적하려 할 때 노래도 뚝 멈춘다. 클래시 특유의 박력 있는 사운드와 쾌활한 멜로디가 더해져 마치 클래시의 오리지널처럼 들리는 'I Fought the Law'는 사실 3인조 로큰롤 밴드 크리켓츠(The Crickets)가 1960년에 발표한 원곡을 리메이크 한 것이다. 데뷔 앨범을 내놓고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른 클래시가 녹음 중이었던 스튜디오의 사장이 주크박스를 통해 바비 풀러의 1965년 버전을 듣고 리메이크에 착수했고, 이 커버 덕분에 클래시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Beyond the Shore

EMILIA JONES

<코다>의 엔딩 크레딧을 장식하는 노래는 루비 역의 배우 에밀리아 존스가 노래한 'Beyond the Shore'다. <라라랜드>에서 존 레전드가 부르는 'Start a Fire'를 작곡한 마리우스 드 브리스(Marius de Vries)가 <코다>의 영화음악 감독을 맡았고, 주제가 'Beyond the Shore' 역시 그가 쓴 선율이 담긴 노래다. 기타와 피아노 연주가 단정히 진행되는 가운데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익히 들었던 에밀리아 존스의 청아한 목소리가 (션 헤이더 감독이 직접 쓴) "바다를 건너"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의 마음을 노래한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