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P.>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P.>는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분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길. 오늘도 어디선가 홀로 울고 있을 누군가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줄 수 있길 바란다. ” <D.P.>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의 말은 헛되지 않았다. 공개 이후 국내 넷플릭스 시청률 1위(9월 10일 기준)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D.P.>는 군내 가혹행위에 대한 사회적 대담을 이끌어 냈다는 평과 함께 ‘올해의 한국 드라마’라는 반응까지 얻고 있다. 연출, 연기, 메시지. 3박자가 딱 맞아떨어진 드라마가 너무 오랜만인지라, 그 열기는 더욱더 뜨겁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드라마, <D.P.>의 비하인드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왼쪽부터) 김보통 작가, <D.P. 개의 날>

──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는 실제 D.P. 출신이다

<D.P.>는 김보통 작가가 2015년부터 연재했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다. 김보통 작가는 <D.P.> 한준희 감독과 함께 드라마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원작과 드라마 모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인 D.P.의 이야기를 선명하고 생생하게 전해 사랑을 받았는데. 이는 김보통 작가가 실제 D.P. (군무 이탈 체포조)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군 생활 동안 매일같이 잔혹한 가혹행위를 피해 처절하게 내달린 탈영병들의 뒤를 쫓은 김보통 작가는 그 누구보다 그들의 상황과 고통을 면밀하게 묘사할 수 있었다. 실제 D.P.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고증이라는 반응들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 초단편 영화라고 해도 무방한 오프닝 시퀀스

<D.P.>는 오프닝부터 남달랐다. 태어나서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대한민국 남성의 삶을 압축해 놓은 오프닝 시퀀스는 매회 <D.P.>의 세계로 시청자를 초대했다. 한 편의 단편 영화 같았던 시퀀스는 감각적인 뮤직비디오/광고 영상들로 유명한 정진수 감독의 손에서 탄생했다. <D.P.>의 오프닝 시퀀스만을 담당한 정진수 감독은, 촬영 중간중간 캠코더로 배우들의 모습을 담은 건 물론, 제작사 SNS을 통해 ‘대한민국 남성들의 성장이 기록된 영상’을 공개적으로 모집하기도 했다. “스킵하지 않고 볼 수 있는 타이틀을 만들고 싶었다”는 한준희 감독의 의도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 왜 2014년이어야만 했을까

<D.P.>은 2014년을 배경으로 한다. 군내 가혹행위를 그리는 이 작품에서 2014년은, 단순히 시간적 배경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14년, 대한민국에선 실제로 윤 일병 사건과 임 병장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한준희 감독은 “2014년은 군도 사회도 변화해야 하는 큰 변곡점을 맞게 된 해”라며 실제로 두 사건을 일부 참고했다고 밝혔다.


── 안준호가 이병 ‘정해인’을 외친 이유

많은 시청자들이 <D.P.>를 보며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찾아올 것 같다고 말한 가장 큰 이유. <D.P.>는 실제 군대와 똑같이 세트장을 설계했다. 침상형 생활관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 미술팀은 TV 위치까지 똑같이 재현해내며 몰입을 높였다. 실제로 정해인은 촬영 초반 극사실주의 내무반 세트장에 압도돼, “이병, 안준호”가 아닌 “이병 정해인”을 외치는 대사 실수를 하기도 했다고. 김성균 배우의 말에 따르면 “야외 신은 지금은 쓰지 않는 실제 군부대에서 촬영”을 했는데 “화단, PX, 면회실, 연병장 이런 것들이 그냥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 한호열은 원작에 없던 캐릭터다

<D.P.>에 한호열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D.P.> 흥행의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한호열은 사실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다. 김보통 작가와 한준희 감독이 영상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롭게 만들어낸 회심의 인물. 실제로 김보통 작가의 D.P. 생활이 준호처럼 진지하기보단 “우당탕탕 요절복통 모험활극”에 가까워 그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캐릭터라고 한다. 더욱이 드라마가 되기 위해선 “준호와 짝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했고 재밌는 아이러니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버디를 만들고 싶었”기에 한호열이란 인물을 만들어 냈다고.


── 원작에서 안준호는 이병이 아닌 상병이다

원작과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원작 웹툰 속 안준호는 상병이었지만 실사화 과정을 거치며 이병 안준호가 됐다는 것이다. 김보통 작가는 <D.P.>의 극본을 매만지며 “원작의 안준호가 왜 그렇게 진지한 인물이 되었나를 보여주고 싶어” 이등병 시점부터 이야기를 펼쳐 나갈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더욱이 이병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내어주고, 보편적 공감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최종적으로 계급을 변경하게 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