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스탄틴>에서 DC 캐릭터를 연기했던 키아누 리브스가 자신을 닮은 주인공이 나오는 코믹스 <BRZRKR>(버커서)를 집필하고, <고스트 라이더>의 니콜라스 케이지는 아들과 함께 <부두 차일드>라는 오컬트 미스터리물을 창작했다. 유명 셀럽들이 코믹스의 스토리를 쓰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데, 다재다능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나 보다. 이 외에도 코믹스 작가로 활동 중인 셀럽들은 누가 있을까?
제라드 웨이
세계적인 록밴드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보컬 제라드 웨이는 코믹스 작가로도 성공한 인물이다. 만화가 지망생이었던 그의 재기 발랄한 상상력은 넷플릭스를 통해 영상화된 <엄브렐러 아카데미>나 DC에서 발간된 <둠 패트롤> 시리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원작자의 세계관을 잘 유지하면서, 기존의 히어로물과는 결이 다른 스토리를 쓴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음악을 하면서 얻은 영감과 경험이 코믹스 작가로도 성공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자신과 같은 밴드에서 활동 중인 동생인 마이키 역시 코믹스 작가로 데뷔했다.
J.J. 에이브럼스와 아들 헨리
J.J. 에이브럼스는 2019년에 아들 헨리와 함께 새로운 <스파이더맨> 코믹스 시리즈를 집필했다. 피터 파커와 메리 제인의 아들인 벤 파커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다. 마블은 그를 섭외하려고 오래 공을 들였다고 하지만, 코믹스의 반응은 생각보다 신통치 못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중점으로 다루었지만, 기존의 스파이더맨과 색깔이 너무 달랐다. 어쩌면 J.J. 에이브럼스가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와 비슷한 시기에 작업을 병행하면서 발생한 문제일 수도. 어쨌든 J.J. 에이브럼스의 명성과 화제성에 비하면 그의 코믹스 작가 데뷔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을 듯하다.
케빈 스미스
<점원들>, <제이 앤 사일런트 밥> 등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감독 케빈 스미스는 코믹스 마니아로 유명하다. 딸 이름을 할리 퀸 스미스로 지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코믹스에서도 좋은 작품들을 내놓았다. <배트맨: 와이드닝 가이어>나 <배트맨: 캐코포니> 같은 그가 직접 쓴 코믹스는 상당한 호평을 이끌어냈다. 1960년대 배트맨 TV 드라마와 그린 호넷 드라마의 인물들이 함께한 <66년도 배트맨이 그린 호넷을 만나다>라는 독특한 작품을 내기도 했다.
에밀리아 클라크와 로사리오 도슨
마블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전>에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진 에밀리아 클라크도 초능력 미혼모의 싸움을 그린 <MOM: 마더 오브 매드니스>라는 코믹 시리즈를 공동 집필했다. 에밀리아는 배경설정부터 의상디자인까지 많은 부분에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엄마들이야말로 슈퍼히어로다’라는 표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진짜 엄마가 슈퍼히어로인 시리즈를 이미지 코믹스에서 출간했다.
<데어데블> <제시카 존슨> <루크 케이지> 등 넷플릭스의 마블 시리즈를 연결하는 클레어 템플 역을 맡은 로사리오 도슨 역시 코믹스 작가로 데뷔했다. 로사리오는 몇 년 전에 데이비드 애치슨과 함께 오컬트 범죄를 수사하는 코믹스를 썼는데, 비록 무산되긴 했지만 한때 영화화가 논의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패튼 오스왈트를 비롯한 코미디언들의 코믹스 작가로의 활약
코미디언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마블 드라마 <에이전트 오브 쉴드>에서 무한증식 쌍둥이요원 쾨닉 패밀리 역을 맡은 패튼 오스왈트는 코미디언 겸 시나리오 작가로도 유명하다. DC에서 <JLA: 월컴 투 더 워킹 위크>라는 ‘저스티스 리그’의 단행본을 집필했고, 최근 애니메이션 <마블 모독>의 목소리 출연을 하게 된 인연으로 스핀오프 코믹스인 <모독: 헤드 게임즈>를 만들었다.
세스 마이어스와 빌 헤이더, 두 코미디언은 할로윈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더맨: 짧은 할로윈>을 함께 써서 찬사를 받았다. 폴 시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다른 히어로들과 만나는 <가디언즈 팀 업> 시리즈를 집필한 데 이어, <어스토니싱 앤트맨> 시리즈에는 악역으로 직접 만화 속에 등장하기도 했다. 드라마 <빅뱅이론>에 출연한 브라이언 포셴은 데드풀이 미국의 역대 대통령 유령들과 만나는 스토리를 작가 제리 더갠과 공동으로 작업했다.
영화 각본가들이 쓴 코믹스
각본가 겸 감독으로 유명한 데이빗 S. 고이어는 <다크나이트>, <블레이드>,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엑스맨> 시리즈 등에 참여해 슈퍼히어로와 남다른 인연을 자랑한다. 이 같은 장기를 살려 그는 DC 코믹스에서 <스타맨>과 <JSA(Justice Society of America)> 시리즈를 작업해 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체인질링>과 <토르: 천둥의 신> <월드 워 Z>의 각본가인 J. 마이클 스트랙진스키는 코믹스 세계에서 명망이 높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장기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집필하면서 스파이더맨의 기원을 재정립했고, <토르>, <슈퍼맨: 어스 원>, <원더우먼> 시리즈 등의 코믹스에 참여했다.
블랙 아이드 피스의 래퍼 타부와 마크 해밀
전 세계 팝차트를 휩쓸었던 힙합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래퍼 타부는 2020년에 영화편집자인 벤자민 재켄도프와 함께 마블 코믹스의 <웨어울프 바이 더 나이트>를 발표했다. <어벤져스>와 <저스티스 리그>의 연출을 맡았던 조스 웨던은 자신의 영화와 TV 시리즈를 제작하는 동안 많은 코믹스를 집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그가 작업한 마블의 <어스토니싱 엑스맨> 시리즈와 <런어웨이즈> 시리즈는 영화, TV 드라마만큼 자신의 대표작이 되었다.
‘루크 스카이워커’ 마크 해밀은 DC 애니메이션의 조커 목소리, 드라마 <플래시>의 빌런 트릭스터를 맡았던 만큼 코믹 컬처와 매우 가까운 사람이다. 그 역시 코믹스 작가로 데뷔해 자경단원의 활약을 그린 <블랙 펄> 시리즈를 집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프로레슬러 얼티밋 워리어, 세계적인 셰프 앤소니 부르댕, 배우 라시다 존스 등도 각각 독특하고 매력 있는 설정의 코믹스들을 집필하며 인정받았다.
에그테일 에디터 ·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