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원의 마지막. <007 노 타임 투 다이>에 딱 맞는 말이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전작 <007 스펙터> 이후 6년 만에 개봉하는 007 신작이자 2006년 <007 카지노 로얄>부터 15년 동안 제임스 본드를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 영화이며, 코로나19 발병으로 자그마치 1년 7개월이나 개봉을 미룬 대작이니까.
그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오랜 기다림 끝에 9월 29일 개봉했다. 개봉을 앞둔 9월 24일, 씨네플레이는 이번 영화에 합류하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라미 말렉과 라샤나 린치를 랜선으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라미 말렉은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007 제임스 본드에 대적하는 악당 사핀을, 라샤나 린치는 새로운 00 요원으로 활약할 노미를 맡아 관객들 앞에 선다. 두 사람이 직접 전해준 <007 노 타임 투 다이> 현장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에 연기한 사핀(라미 말렉)과 노미(라샤나 린치)는 <007> 프랜차이즈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다. 만일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캐릭터를 설명한다면?
라사냐 오, 처음 받는 질문이다. 한 단어라… (노미는) 진정성 있는.(authentic)
라미 그 단어 좋은 거 같다. 음, (사핀은) 불안에 떨게 하는(unnerving).
이번 영화를 촬영할 때 가장 스릴이 있었던 장면을 뽑는다면?
라미 마음에 드는 질문이다. 라샤나가 끝내주는 액션씬을 촬영했다.
라사냐 예고편에 나오는 장면인데, 노미가 슬라이딩을 하고 누군가를 쏘는 장면이다. 이삼 주 동안 야간 촬영을 한 이 씬은 리허설만 몇 달 동안 했다. 모든 게 제때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했다. 나나 누군가가 실수하면 다시 세팅해야 하는데 10분, 20분, 그보다 더 걸릴 수도 있었다. 이 장면을 찍으면서 나 또한 많이 배웠다. 상황이 변할 때마다 빨리 파악해야 했고, 마치 연기학교에서 그랬던 거처럼 설령 뭐가 잘못됐더라도 그냥 계속해야 한다는 걸 상기시켰다. ‘옆으로 넘어진다, 나쁜 놈이 저기 있다, 저기에도 있다, 일어난다, 겨눈다’. 액션 안무는 정말 정신없었다. 하지만 촬영하는 매 순간이 기억에 남았고, 제작진이 예고편에 넣기도 했으니까 최고의 순간이기도 하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
라미 진짜 멋졌다. 이번 영화가 어려웠던 것 중 하나는 필름으로 찍는다는 것이다. 멈춰선 안되고 “이건 계속 가야 돼. 계속 가야 돼, 멈추면 안돼” 하면서 촬영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멈칫한다면 감독님이 “아, 안돼!”하는 걸 듣게 되니까(웃음).
라사냐 나도 들었다. 영화에서 보게 될 엄청난 장면을 준비했는데, 내가 촬영 중 한 번 망쳤었다. 세팅이 다 되어있었는데 내 생각엔 내가 너무 빨리 걸었거나 아니면 너무 느리게 걸어서 문제였던 것 같다. 그날 마지막 촬영 장면이라 새벽 4시쯤이었는데, 방금 말한 것처럼 '아'하는 순간을 만들었다.
이번 영화는 다니엘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영화이기도 하다. 그와의 작업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라미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무래도 사핀이 본드를 처음 만나는 첫 장면이다. 이런 말이 있지 않나. ‘시간이 멈추고 고요해지면서 인생에 큰 변화가 올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게 아마 사핀과 제임스 본드였던 것 같고. 또 내게 그런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나와 다니엘 크레이그 사이에. 다니엘을 딱 봤을 때 “와, 제임스 본드다” 느꼈다. 가끔은 제임스 본드와 다니엘 크레이그를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이미 5편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고, 그 자체이니까. 굉장한 경험이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촬영장에서도 제임스 본드 자체다. 타고난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서 본인이 몸소 보여주는 것 같다. ‘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모두들 최선을 다하자’ 하는 것처럼.
라미 말렉에게 질문하겠다. 사핀을 연기하기 위해 분장을 받았다. 분장에는 시간이 보통 얼마나 걸렸나? 연기할 때 불편하지는 않았나?
분장은 총 세 시간 정도 걸린 것 같고, <왕좌의 게임>에 참여했던 훌륭한 특수 메이크업 팀이 함께했다. 분장도 나중엔 즐기게 됐다. 나 스스로를 가다듬고, 오늘 어떤 것을 하며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과정을 성가신 일로 두기보단 스스로 하루를 보낼 때 도움이 되는 시간인 걸 알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연기에도 도움을 줬다, 사핀의 기괴한 '결'을 보여주니까. 세 시간 들여서 (캐릭터로) 영원을 얻는 셈이라 즐길 수 있었다. 캐리 후쿠나가 감독과 함께 일하는 서티랫 앤 라라브 의상 디자이너가 만든 마스크도 있었고. 우리는 동양권의 영향과 서양권의 영향을 녹인 의상을 원했다. 그런 것들이 사핀이 어떤 인물인지 쉽게 짐작할 수 없게 하고, 사핀을 모호하게 만드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라샤나 린치에게 묻는다. 새로운 요원을 연기하기 위해 트레이닝을 했다. 연습하면서 총기와 맨몸 액션 중 본인이 더 잘한다고 생각한 건?
좋은 질문이다. 난 그냥 다 잘한다고, 심지어 내가 안 해본 것까지도 다 잘한다고 말하고 싶다(웃음). 촬영을 위해 트레이닝하는 동안, 난 내가 맨주먹으로 하는 것보다 무기를 쓰는 게 더 낫다는 걸 알았다. 지팡이를 쓰든, 칼을 잡든, 뭐 쓰든 간에 이건 사실 똑같은 움직임으로 액션을 하는 거다, ‘손’이란 걸 써서. 이 맨손으로 하는 액션을 조금 더 잘 소화해야 다른 장르나 영역에서도 액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부분을 꾸준히 신경 쓰려 한다. 아마 여러분도 (손을 잘 쓰면) 뭘 하든 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전문가는 아니니까 내 조언은 듣지 않았으면 한다(웃음).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를 반드시 봐야 하는 이유를 하나씩 뽑자면?
라사냐 한국 관객들이 이 <007> 시리즈, 그리고 라미를 굉장히 애정한다고 많이 들었다. 날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니 보셨으면 좋겠다. 영화의 환상적인 순간들이 마음에 드실 것이다. 저희가 발견하지 못했던 영화의 순간이라든지 다른 <007> 시리즈와의 닮은 점과 다른 점, 또한 다른 클래식 영화와 비교될 수 있는 점들을 발견하셔서 알려주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자신감이 있어서 관객들이 영화를 즐겨주시고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다. 다 보시고 나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를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한국 관객분들의 의견이 굉장히 기대된다.
라미 만약 드라마, 액션, 그리고 이런 감정적인 신들을 좋아하신다면 감동을 받고, 또 충격을 받으실 수 있는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시는 동안은 아마 스크린에 딱 붙어서 재미있게 관람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영화의 음악과 촬영도 정말 훌륭해서 오감을 만족시켜줄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뭔가를 즐기고 싶으시다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으로 즐기고 싶으시다면 극장에 오셔서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관람해주시길 바란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