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도 부산은 영화로울 예정이다.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포가 전 세계를 덮치며 영화 산업이 일시 정지되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거장들의 신작이 대거 공개되며 영화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칸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등 올해 굵직한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안았던 수상작들을 올해 부산에서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놓치면 서운할 화제작을 간단히 소개한다.

* 부산국제영화제 일반상영작 예매는 9월 30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다.

* 전 좌석을 온라인 예매로 판매하며, 온라인 예매로 매진되지 않은 작품에 한해 현장 예매가 가능할 예정이다.


유명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다면?

행복의 나라로

임상수 | 개막작 | 2020년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

<하녀> <돈의 맛>을 연출한 임상수 감독의 신작. 오랜 기간 복역하다 시한부 3개월을 선고받은 죄수 번호 203(최민식). 탈옥을 시도하던 그는 탈주 중 예상치 못한 동행인 남식(박해일)을 만난다. 그들은 우연히 윤 여사(윤여정)가 지닌 거액의 검은 돈을 훔쳐 달아나게 되고, 윤 여사는 하수인들을 시켜 그들을 뒤쫓는다. 유쾌하고 서정적인 두 남자의 여정은 관객을 감동에 이르게 만든다.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 갈라 프레젠테이션 | 칸영화제 각본상

하마구치 류스케는 꾸준히 전 세계 영화계에 제 이름을 알려왔다. 칸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를 동시에 사로잡은 올해는 그 커리어의 정점에 선 해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나오는 동명의 단편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다. 아내를 잃은 중년 배우 가후쿠와 그의 운전사로 고용된 미사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봉준호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거장의 영역을 증명했다”는 평을 남겼다.


우연과 상상

하마구치 류스케 | 갈라 프레젠테이션 |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소개된 영화 세 편 중 두 편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점이 인상 깊다. 그의 또 다른 신작은 세 편의 단편 영화를 엮어 만든 <우연과 상상>이다. 각각 다른 이야기지만, 한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세 편의 단편은 통일감을 형성한다. 거대한 사건을 마주한 인물의 심리에 우연이라는 방식을 더해 더 분명한 이야기를 건네왔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고유의 스타일이 빛나는 작품이다.


당신 얼굴 앞에서

홍상수 | 아이콘 | 칸영화제 칸프리미어

<당신 얼굴 앞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최신작이다. 오래전 미국으로 떠났던 상옥(이혜영)이 한국으로 돌아와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카메라는 동생의 집에서 한국을 다시 경험하는 상옥의 얼굴을 담아낸다. 상옥, 그를 연기한 이혜영은 찰나의 표정과 주름들로 상옥이 걸어온 지난 세월을 담아낸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이혜영의 신선한 만남이 평단의 주목을 끌었다. 2021년 칸영화제 칸프리미어에 초청됐고, “홍상수 영화 중 가장 감동적이다”라는 평을 받았다.


메모리아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 아이콘 |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감독의 이름에서부터 열광하는 이들이 있을 <메모리아>는 위라세타쿤 감독이 6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영화는 콜롬비아를 여행 중인 스코틀랜드 출신의 여성, 제시카(틸다 스윈튼)가 '쿵'하는 이상한 소리를 감지하며 시작된다. 제시카는 그 소리를 재현하고자 사운드 엔지니어를 찾아가고 소리의 형체를 짐작해 본다. 분명 우리와 함께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공존자들에 대한 이야기. 위라세타쿤 감독이 모국을 떠나 만든 첫 번째 영화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괜찮아, 잘될 거야

프랑수아 오종 | 아이콘 | 칸영화제 경쟁

85세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에마뉘엘은 아버지의 병상으로 달려간다. 아버지는 엠마누엘에게 자신의 삶을 끝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엠마누엘은 아버지의 부탁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이 쓴 동명의 소설을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영화화했다. 그의 전작을 관통해왔던 죽음이라는 소재가 성숙하게 발현된 작품이라는 평. 앙드레 뒤솔리에, 샬롯 램플링, 소피 마르소 등 유럽 대표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레드 로켓

션 베이커 | 아이콘 | 칸영화제 경쟁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영화계를 뒤흔든 션 베이커 감독이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포르노 배우로 활동하다 빈털터리가 된 마이키는 별거 중이었던 아내의 집으로 돌아온다. 뻔뻔하게 아내의 집에 발을 들인 그는 동네 도넛 가게에서 일하는 소녀를 마주하고, 마이키의 못된 ‘옛 버릇’이 되살아나며 전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블랙 코미디 장르를 즐겨 보는 이들이라면 놓쳐선 안 될 작품. 인간의 추한 단면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션 베이커의 능수능란함이 돋보인다.


베르히만 아일랜드

미아 한센 로브 | 아이콘 | 칸영화제 경쟁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거주하며 수많은 걸작을 배출한 스웨덴의 작은 섬 파뢰. 영화감독인 크리스와 그의 남편 토니는 이곳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며 각자 새로운 시나리오를 집필하기로 계획한다. 하지만 창작의 고통은 예민함과 비례하는 법. 이들은 별다른 갈등 없이 지낼 수 있을까? 관계의 균열, 내면의 흔들림과, 그로 인한 감정 변화. 그 과정의 섬세한 결 하나하나를 생생히 담아내는 재능을 입증해온 미아 한센 러브의 더 단단해진 연출력을 만날 수 있는 작품. 비키 크이셉스, 팀 로스, 미아 와시코브스카 등 할리우드의 능력 있는 배우들을 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반갑다.


언프레임드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어쩌면 대중과 가장 친숙할 감독들. 배우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감독으로 변신했다. <언프레임드>는 제목과 같이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네 명의 배우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단편 옴니버스 프로젝트다. <반장선거> <재방송> <반디> <블루 해피니스>, <언프레임드>를 구성한 네 편의 단편에서 모두 각 감독들만의 선명한 개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언프레임드>는 이후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로 독점 공개된다.


유명 배우들의 신작이 궁금하다면?

아네트

마리옹 꼬띠아르, 아담 드라이버 | 갈라 프레젠테이션 | 칸영화제 감독상

출연 배우, 감독의 이름만 봐도 충만해지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아네트>는 2012년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을 찾은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첫 영어 영화다. 오페라 여가수와 스탠드업 코미디언 사이 아네트라는 딸이 탄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함께 인생을 노래하는 두 사람의 무대는 계속되지만, 그곳엔 빛과 어둠이 함께한다.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와 아담 드라이버가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고전 영화의 흔적과 새로운 영화적 시도에 대한 탐구가 적절히 녹아든 <아네트>는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거장 레오스 카락스, 그의 여전한 젊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파워 오브 도그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 아이콘 |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1925년 미국 몬타나. 카리스마 넘치는 필은 동생 조지와 대규모 농장을 운영한다. 어느 날 과부인 로즈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필과 농장 일꾼들은 숫기 없는 로즈의 아들 피터를 조롱한다. 한편 로즈에게 마음을 품었던 조지는 로즈에게 청혼하고, 로즈와 필을 집으로 들여오지만 필은 이런 상황이 영 못마땅하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도 반갑지만, 필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로즈를 연기한 커스틴 던스트의 연기가 어마어마하다는 평.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넷플릭스를 통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프렌치 디스패치

베네치오 델 토로, 애드리언 브로디, 틸다 스윈튼, 레아 세이두, 프란시스 맥도먼드, 티모시 샬라메, 리나 쿠드리, 제프리 라이트, 마티외 아말리크, 빌 머레이, 오웬 윌슨, 크리스토퍼 왈츠, 에드워드 노튼 | 아이콘 | 칸영화제 경쟁

독창적인 미장센의 대가, 웨스 앤더슨의 신작이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20세기 초반 프랑스의 한 가상 도시에 상주하고 있는 미국 잡지사 ‘프렌치 디스패치’가 취재한 세 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칸영화제 공개 당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 중 시각적으로 가장 놀라운 작품이란 평을 받은 <프렌치 디스패치>는 초호화 출연진 리스트만으로도 볼 의미가 충분한 영화다. 베네치오 델 토로,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먼드, 티모시 샬라메 등이 모인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들의 앙상블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라스트 나잇 인 소호

토마신 맥켄지, 안야 테일러 조이, 맷 스미스 | 오픈 시네마 | 베니스영화제 비경쟁

런던 패션스쿨에 입학한 엘로이스는 힘든 학교생활을 견디고 있다. 그러던 중 1960년대 뮤지컬 스타를 꿈꾸는 샌디와 시공을 초월해 조우한다. 엘로이스는 스타가 되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야 마는 샌디에게 점점 빠져들지만, 극한의 위기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장르 영화의 귀재 에드가 라이트의 첫 정통 호러.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마스터피스라는 평을 받았다. <퀸즈 갬빗>으로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안야 테일러 조이, <조조래빗> <올드>를 통해 매력 있는 필모그래피를 쌓는 주인 토마신 맥캔지. 두 여성 배우의 합이 기대된다. 할리우드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정훈 촬영 감독이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의 카메라를 잡았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전종서 | 오픈 시네마 | 베니스영화제 경쟁

미국 뉴올리언즈의 한 정신 병원에 갇힌 소녀는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해 정신병원을 탈출한 그녀. 밤길을 헤매던 그는 한물간 스트립 댄서를 만난다. 소녀의 능력을 파악한 스트립 댄서는 그의 힘을 이용해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한 짧은 클립만으로도 전종서의 폭발적인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그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장편 데뷔작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로 영화계를 들썩였던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각종 영화제 호평받은 작품이 궁금하다면?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감독 요아킴 트리에 | 월드 시네마 |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내일모레면 서른이 되는 줄리는 옷을 갈아입듯 직업과 애인을 바꾼다. 점점 초조하지만, 무얼 하고 싶은지 몰라 난감할 따름이다. 어른으로서 책임감과 삶의 무게는 버겁기 한 이 시대의 어른 아이들을 위한 이 작품은 공개 직후 만인의 호평을 받았다. 줄리를 통해 한 세대의 얼굴을 담아낸 신예 배우 레나테 라인스베는 이 영화를 통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그의 첫 타이틀롤이었다는 점이 인상 깊다. <라우더 댄 밤즈> <델마> 등으로 예민한 공기를 포착하는 능력을 입증한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신작이다.


티탄

감독 줄리아 뒤쿠르노 | 월드 시네마 |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인해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사는 알레시아는 자동차에 특별한 애정을 느낀다. 어느 날 기이한 욕망에 사로잡혀 일련의 사건에 휘말린 그녀.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된 그녀는 10년 전에 실종된 아들을 찾고 있는 한 소방관을 만난다. 호러, 스릴러, SF, 독창적인 러브 스토리 등 다양한 장르를 유연하게 오가면서, 자동차와의 교배, 젠더플루이드 등을 독창적인 소재를 녹여낸 <티탄>은 파격적인 전개로 평단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했던 올해의 화제작이다. 줄리아 뒤쿠르노는 이 작품을 통해 칸영화제에서 단독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감독이 됐다.


신의 손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 아이콘 |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신인배우상

축구의 전설 마라도나가 SSC 나폴리단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풍문으로 도시 전체는 예수의 강림이라도 기다리는 듯 술렁인다. 축구광 파비에토 역시 이 소식에 들뜨긴 마찬가지. 하지만 거짓말처럼 찾아온 비극적 사건이 파비에토의 삶을 뒤흔들고, 그는 가혹한 시기를 통과해야 하만 한다. 이탈리아 나폴리 출생의 거장, 파올로 소렌티노가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카메라를 잡았다. <신의 손>은 마라도나가 나폴리를 방문했을 그 시절, 실제 그에게 닥쳤던 비극적인 사건을 녹여낸, 그의 가장 개인적인 영화다. 섬세한 시선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마주한 파올로 소렌티노의 신작은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