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 투 더 퓨쳐>

2015년 10월 21일. 일명 ‘빽 투 더 퓨쳐 데이’를 맞아 영화가 예견한 상징적인 미래와 실제를 비교하던 게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1985년을 중심으로 과거와 미래로 30년, 그리고 3편에서는 앞선 이야기에서 조금 더 뒤로 나아가 100년 전의 서부 시대까지. 130년 사이를 어지러운듯 가지런히 오가던 <빽 투 더 퓨쳐> 시리즈는 시간 여행 장르의 전설이 됐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 <빽 투 더 퓨쳐>가 왓챠에 들어왔다. 알고 보면 더 재밌을 <빽 투 더 퓨쳐> 시리즈의 비하인드 이야기를 전한다.


1 캐스팅 교체 연쇄 작용

<빽 투 더 퓨쳐> 시리즈의 뒷이야기 중 가장 잘 알려진 건 캐스팅 교체와 연관된 것일 테다. 당초 마이클 J. 폭스가 아닌 에릭 스톨츠가 주인공 마티를 연기하기로 되어 있었다. 폭스에게 넘어가기 전까지 스톨츠는 약 6주간 마티를 연기했는데,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메소드 연기를 추구하는 스톨츠의 연기 스타일이 퍽 진중한 데가 있어서,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쿨’한 분위기를 풍기는 마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스톨츠 역시 본인이 역에 맞지 않음을 인정했다. 영화에서 그랬듯 어느 한 가지가 바뀌면 예상치 못한 연쇄 작용을 일으키는 법. 캐스팅 교체는 마티 역에서 끝나지 않았다. 마티 여자친구 제니퍼 역은 원래 미국 시리즈 <오피스>의 젠으로 유명한 멜로라 하든이 맡기로 되어 있었으나, 164cm의 폭스보다 키가 컸던 그 대신 클로디아 웰즈가 합류하게 됐다. (개인 사정으로 하차한 웰즈의 빈자리는 <빽 투 더 퓨쳐 2>부터 엘리자베스 슈가 채웠다.)


2 제작사 나타나라 … 40번의 거절

<빽 투 더 퓨쳐>는 가히 전설적인 영화지만, 제작 당시만 해도 이 영화가 성공하게 되리라고 생각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신인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와 각본가 밥 게일은 별다른 성과 없이 약 4년간 이 영화에 매달린 끝에, 대본을 콜럼비아 픽처스에 가져갔지만 제작사는 이야기가 재미없다며 거절했다. 둘은 콜롬비아의 비판을 받아들여 영화 내 가족 드라마 장르 비중을 키우는 쪽으로 대본을 수정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티와 고등학생 로레인의 관계를 좋지 않게 보고 다시 한번 거절했다고. <빽 투 더 퓨쳐>에는 어린 시절의 엄마 로레인이 30년 전으로 돌아온 마티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는, 당시로써는 다소 파격적인 설정이 있었다. 총 40번 이상 제작을 거절당한 영화는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 등 미래를 내다본 이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세상에 나왔다.


3 명왕성에서 온 우주인? 원제가 달랐다

“미래로 돌아가야 해.” 말이 안 되지만 말이 너무 되는 ‘빽 투 더 퓨쳐’라는 제목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마티가 별 탈 없이 미래로 돌아가려는 이야기를 잘 담기에 꽤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제작사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대표로 있던 시드 쉐인버그의 마음은 만족시키지 못했다. 스필버그는 대표가 그에게 보내온 메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쉐인버그는 “대본은 끝내주는데, 제목이 인상적이지 못하다”며 제목을 ‘스페이스 맨 프롬 플루토’(Space Man From Pluto)로 고칠 것을 추천했다고. 이것이 더 독창적이고 재밌다며 여기서 스페이스 맨, 즉 우주인이 곧 마티를 이른다고 부연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스필버그가 이를 완곡히 거절해 지금의 제목을 유지할 수 있었다.


4 냉장고 타임머신?

영화 덕을 톡톡히 본 차, 드로리안은 <빽 투 더 퓨쳐>의 상징이 됐다. 첫 영화 개봉 이래로 벌써 36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드로리안은 가장 독특한 타임머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빽 투 더 퓨쳐>의 타임머신이 처음부터 드로리안이었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냉장고처럼 생긴 타임 체임버로 기획됐다. 저메키스와 베일은 영화를 볼 아이들이 혹시나 타임머신로 생각하고 집에 있는 냉장고에 들어갔다가 안에 갇힐까 걱정해 방향을 틀었다. 마티와 브라운 박사는 냉장고 대신 UFO처럼 보이는 드로리안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게 됐다.


5 자동 맞춤 재킷의 비밀

공중을 나는 하버보드, 끈이 자동으로 묶이는 신발, 홀로그램 광고판… 1985년에서 2015년으로 여행한 <빽 투 더 퓨쳐 2>는 미래를 상상해 만든 발명품으로 가득하다. 화상 통화, 전자 결제 시스템, 드론 등에 관해서는 예견이 적중하기도 했다. 이 중, 몸을 감지해 소매 길이와 품을 알아서 조정하는 마티의 자동 맞춤 재킷이 작동하는 장면은 CG 없이 만들어졌다. 네 명의 스탭과 네 개의 끈을 동원해 100% 수작업으로 만든 장면이다. 양쪽 주머니를 담당하는 두 명과 소매를 담당하는 두 명이 앵글 바깥 바닥에 누워서는, 크리스토퍼 로이드가 “자동 맞춤”이라고 외치는 순간, 재킷 속으로 연결된 끝을 동시에 잡아당긴다. 이게 비법이다.


6펩시가 PPL에 들인 비용은?

나이키, 피자헛, AT&T 등 성공적인 PPL로도 유명한 <빽 투 더 퓨쳐>. 어떤 시대로 날아가든 마티가 카페에서 즐겨 주문하던 펩시도 영화로 크게 득을 봤다. 펩시는 시대 변화를 쉽게 알아차리게 하는 장치로 쓰였다. 과거 1955년에는 카페인 프리 펩시인 ‘펩시 프리’가 없고, 미래 2015년에서 마티는 ‘펩시 퍼펙트’라는 신제품을 발견한다. 제작진은 이 장면들에 쓰일 콜라로 펩시와 코카콜라 중 어떤 브랜드를 고를지 고민했는데, 펩시가 극중 배경인 1955년과 1985년 사이 로고 디자인을 바꾸지 않았던 것이 선정의 이유였다고 한다. <빽 투 더 퓨쳐> 광고를 위해 펩시가 들인 비용은, 촬영 중인 제작진과 출연진을 위해 충분한 콜라를 비치해두는 것이 전부였다고.


7 마티와 브라운 박사의 수수께끼 같은 우정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은 <빽 투 더 퓨쳐>의 수수께끼. 마티와 브라운 박사는 분명 역대급 콤비 케미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록 음악과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는 평범한 10대 소년 마티가, 그보다 나이가 몇 배는 더 많은 괴짜 같은 과학자 브라운과 어울리게 되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첫 편 첫 장면, 브라운 박사의 차고/연구실에 있던 거대한 스피커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애초에 브라운 박사가 왜 필요 이상으로 큰 이 스피커를 갖고 있었는지 궁금증이 들 수도 있겠지만, 필시 수많은 (실패한) 발명품 중 하나 정도였을 테다. 저메키스와 게일이 말하기를 마티와 박사 사이 우정의 납득 가능한 계기를 쉽게 떠올릴 수 없어서, 마티가 즐겨 키는 기타의 앰프를 생각해냈고 둘이 친한 이유에는 관심이 깊게 쏠리지 않게 하려 했다고 한다.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