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들은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다. 그간 여러 배우들이 작품 속에서 훌륭한 노래 실력을 뽐내며 관객을 놀래켜왔다. 가수 못지않은 배우들의 성량을 확인할 수 있었던 뮤지컬, 음악 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아래 소개한 영화들은 모두 왓챠에서 감상 가능하다.


레미제라블 2012

연출 톰 후퍼 출연 휴 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헬레나 본햄 카터, 사챠 바론 코헨, 에디 레드메인, 사만다 바크스

뮤지컬 영화 사상 최초로 촬영장 속 배우들의 노래를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낸 <레미제라블>은 그 원대한 시도만큼 훌륭한 결과물로 관객과 평단을 만족시킨 작품이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휴 잭맨)을 주인공을 한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 그리고 이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우연히 만난 신부를 통해 구원을 받은 장발장은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며 가난한 이들을 돕는다. 시장 자리에 오른 그는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비운의 여인 판틴을 만나고, 그의 딸 코제트를 대신 거둬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원칙주의자 자베르 경감이 마들렌 시장의 진짜 정체를 눈치채며 장발장의 인생에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다. 코제트는 혈기왕성한 청년 마리우스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마리우스를 비롯한 파리의 청년들 사이에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혁명의 바람이 분다. '나는 꿈을 꾸었네' 한 곡으로 158분에 다다르는 영화 속 최고 명장면을 탄생시킨 앤 해서웨이를 비롯해 휴 잭맨, 에디 레드메인, 아만다 사이프리드, 헬레나 본햄 카터 등 할리우드에서 노래로 지지 않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크레딧만 봐도 배가 부른 작품. 촬영장에서 캐릭터가 되어 숨 쉬고 있는 배우들의 감정을 더 면밀히 느낄 수 있다는 점 역시 <레미제라블>만의 미덕이다.


인사이드 르윈 2013

연출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출연 오스카 아이삭,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뉴욕에 거주 중인 르윈은 실패한 뮤지션이다. 집이 없는 그는 매일 밤 지인들의 집을 전전한다. 듀엣으로 노래하던 파트너는 자살했고, 솔로로 나섰지만 알아주는 이도 별로 없다. 친구의 아내가 된 전 여자친구는 자신과의 하룻밤으로 얻은 아이의 낙태 소식을 전하고, 우연히 떠맡은 지인의 고양이는 행방불명된다. 되는 일이 없어 낙담하던 그는 유명 음악 프로듀서가 시카고에서 오디션을 주최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인생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시카고로 향하는 르윈. 하지만 그 여정조차 험난하다. <인사이드 르윈>은 제목 그대로 열등감과 외로움, 절박함으로 불든 르윈의 복잡한 내면을 좇으며 그의 고달픈 여정을 따라가는 로드 무비다. 관객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포크 뮤지션 르윈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데엔 코엔 형제의 섬세한 연출력, 오스카 아이삭의 밀도 있는 연기력의 공이 컸을 터. 오스카 아이삭은 이 작품을 통해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하우스 오브 구찌> <아네트> 등 명감독들과 연이어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아담 드라이버의 신인 시절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반갑다. 다소 난해한 창법으로 코러스를 행해 웃음을 전하던 뮤지션 알 코디를 연기했다.


라라랜드 2016

연출 데이미언 셔젤 출연 엠마 스톤, 라이언 고슬링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LA. 이곳에 배우 지망생 미아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이 산다. 면전에서 각종 무시를 당할지언정 미아에겐 오디션이 가장 중요한 스케줄이다. 배는 고플지언정 세바스찬은 재즈가 전하는 낭만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꿈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하는 서로를 알아보고 단번에 빠져든 두 사람. 젊은 연인은 몇 번의 계절을 함께 보내며 미완성인 서로의 무대를 채워나가지만 성공과 꿈, 사랑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오색찬란, 알록달록한 꿈같아 보이지만 우리가 거쳐온 지난날의 풍경과 그리 다르지 않은 미아와 세바스찬의 현실. 그래서 더 많은 관객의 마음을 울렸던 <라라랜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영화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손꼽혔다. <위플래쉬>로 이미 관객을 놀래킨 저스틴 허위츠의 음악은 버릴 곡이 하나 없고, 멜로디에 얽힌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목소리는 듣는 이마저 단번에 LA 곳곳의 명소로 데려가는 마법을 선사한다. 찐 가수인 존 레전드가 출연했다는 점도 반가운 포인트다.


비긴 어게인 2013

연출 존 카니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

<라라랜드>가 나오기 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 영화(!)의 타이틀을 지니고 있었던 작품. <비긴 어게인>은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가 갑작스러운 이별을 노래로 극복하며 단단한 뮤지션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로맨스 영화다.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한 남자친구 데이브를 따라 뉴욕에 온 그레타. 음악적 파트너로서도 함께했던 데이브의 마음이 변해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상심한 그는 뉴욕을 떠나려 하지만, 한물간 스타 음반 프로듀서 댄이 그레타의 실력을 단번에 알아보며 그레타의 뉴욕 체류가 조금 더 길어진다. 뉴욕 곳곳을 스튜디오 삼아 복잡한 마음을 노래로 풀어가던 그녀는 뉴욕의 소음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선율 안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한다. 데뷔 19년 만에 음악 영화라는 의외의 선택을 한 키이라 나이틀리는 독보적인 음색으로 노래에도 재능이 있음을 입증했다. 인생에서 길을 잃은 자들을 위한 <비긴 어게인>의 수록곡들은 쓸쓸한 가을 관객의 마음에 위로를 전하기 충분했다. 입소문을 타 역주행에 성공한 <비긴 어게인>은 한국에서 3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면 전 세계에서 <비긴 어게인>을 가장 사랑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 중 41%에 다다르는 흥행 수익을 한국에서 기록했다.


맘마미아! 2008

연출 필리다 로이드 출연 메릴 스트립, 아만다 사이프리드,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사계절 어느 때나 보는 것만으로도 여름의 청량함을 소환할 수 있는 <맘마미아!>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결혼을 준비 중인 소피는 엄마 도나와 함께 작은 호텔을 운영 중이다. 결혼을 앞두고 어린 시절부터 부재했던 아빠에 대한 그리움에 젖은 그는 엄마의 일기장을 모다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의 이름을 발견하고 그들을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한다. 소피의 초대장을 받고 도나의 호텔에 도착한 세 남자. 오랜만에 오래전 연인을 만난 도나는 혼란에 빠진다. 이들 중 소피의 아빠는 누굴까? 뮤지션 아바의 곡들로 꾸려진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맘마미아!>는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의 춤과 노래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소피가 청량함을 뽐내는 장면도 아름답지만, 도나와 친구들이 댄싱 퀸의 박자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드는 장면은 모두의 가슴에 뭉클한 용기를 불어넣기 충분하다. <맘마미아!>는 2008년 개봉 당시 기록한 추석 시즌 외화 최고 흥행 성적을 무려 9년 동안 유지하며 오랜 시간 뮤지컬 영화계 왕좌 자리를 지켰고, 2018년엔 후속편 <맘마미아!2>가 관객 곁을 찾았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