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멋있다, 쿨하다는 뜻을 담는 형용사로 쓰일 정도로, 상징적이고 독보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된 구찌. 구찌 그룹을 탄생시킨 구찌 가문 이야기가 영화화됐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이후 약 한 달 만에 내놓는 신작 <하우스 오브 구찌>다. 구찌 일가를 둘러싼 돈, 권력, 배신, 스캔들, 충성심, 야망, 그리고 살인 이야기, <하우스 오브 구찌>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룬다. 구찌 그룹의 총수였던 미우리치오 구찌(아담 드라이버)의 살인을 청부한 혐의로 18년간 복역한 그의 전부인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레이디 가가)가 이야기를 이끈다.

지난 7월 포스터와 첫 예고편이 공개된 데 이어, 얼마 전 새 포스터, 예고편이 공개됐다.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이 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패션 하우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답게 예고편 속 화려한 패션쇼, 파티, 코스튬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캐스트의 이탈리아 억양과, 배경 음악으로 쓰인 블론디의 디스코 ‘하트 오브 글래스’(Heart Of Glass)가 귀를 사로잡는다. 예고편에 따르면, 영화는 마우리치오와 레지아니가 결혼할 무렵인 1970년대 초반부터 그 사건이 있었던 1990년대 중반 사이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킬러가 마우리치오를 스토킹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아직 둘이 행복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지아니는 마우리치오를 설득해(구슬려) 그의 그룹 내 영향력을 키우게 하고, 이는 마우리치오가 사촌 파올로 구찌(자레드 레토) 등의 가족과 갈등을 겪게 한다. 마우리치오의 삼촌이자 구찌의 전임 회장인 알도 구찌(알 파치노)가 체포되는 장면, 파트리치아가 공범 피나 아우리엠마(셀마 헤이엑)를 협박하는 장면 등도 담겼다. 잠깐 사이 쏟아져 나온 등장인물의 이름들에 머리가 어지러워졌어도 괜찮다. 지금까지 영화에 대해 알려진 정보와 사라 게이 포든이 쓴 동명의 원작 논픽션을 토대로, 주요 캐릭터의 역할을 알아보며 <하우스 오브 구찌>를 기다리자. 영화는 11월 24일 북미에서 개봉한다.


구찌오 구찌

작품에 등장하진 않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구찌오 구찌는, 1921년 피렌체에서 구찌를 탄생시킨 구찌의 창업자다. 구찌오는 슬하에 다섯 자녀를 두었다. 아내와 전남편의 아들 우고, 구찌오의 첫 딸 그리말다, 그리고 세 아들 알도, 바스코, 로돌포다. 그리말다와 알도 사이에 아들 엔초가 태어났는데 10살이 채 되기 전에 죽었다. 초기 구찌는 가죽제품 전문점이었다. 구찌오는 세 아들과 가업을 키웠고, 구찌는 이탈리아 밖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다. <하우스 오브 구찌>는 구찌오의 아들 알도와 로돌포, 알도의 아들 파올로, 로돌포의 아들 마우리치오, 그리고 마우리치오의 아내 파트리치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파트리치아 레지아니

레이디 가가

<하우스 오브 구찌>의 주인공. 대중에게는 ‘블랙 위도우’로, 상류 사회에서는 ‘레이디 구찌’로 불렸던 마우리치오 구찌의 전부인. 평범한 집안 출신으로, 레지아니가 재산을 보고 아들과 결혼하려 한다고 로돌포는 둘의 결혼을 반대했지만, 마우리치오는 개의치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레지아니는 마우리치오가 야망을 갖고 그룹 내 영향력을 키우도록 설득했다. 예고편에서 파티를 즐기는 알도가 화면에 비치는 가운데, “구찌엔 젊은 피가 필요해. 낡은 건 버릴 때야”라는 레지아니의 말이 보이스 오버된다. 이에 마우리치오가 “그들은 내 가족이야”라고 반박 아닌 반박을 하면, 레지아니는 “나도야”라며 그의 말을 일축한다. 레지아니는 분명 어떤 식으로든 구찌의 세대교체에 영향을 준 인물이다. 마우리치오가 구찌의 수장이 된 것도 둘의 결혼 생활 중의 일이다. 1973년 시작된 둘의 결혼 생활은 12년 끝에 파탄에 이른다. 레지아니는, 새 연인 파올라 프란치와의 재혼을 앞둔 마우리치오를 사람을 시켜 살해했다. 그는 18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했음에도 아직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예고편 속 레지아니는 언제나 큼직한 주얼리로 치장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가 즐기던 스타일링이라고.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레이디 가가가 연기했다.


마우리치오 구찌

아담 드라이버

레지아니의 전남편. 구찌오, 알도, 로돌포에 이어 구찌의 총수로 지냈던 로돌포의 아들. 알도가 탈세, 횡령 문제로 수감되자 로돌포가 자리를 이어받았고, 그가 죽고 마우리치오가 구찌의 수장이 되었다. 알도와 함께 구찌의 미국 사업 확장을 도왔다. 이때 레지아니와 함께 뉴욕과 피렌체, 밀라노를 오가며 지냈다. 90년대 초반 자금난에 빠진 그룹을 회복시키지 못한 마우리치오는 투자사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지분을 팔고 경영권을 넘겨주었다. 어느 날 짧은 출장을 간다며 집을 나서서는 다시 레지아니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이혼 2년 후 구찌 밀라노 지사 앞에서 암살되었다. 이때 그의 나이는 46살이었다. 아담 드라이버가 연기했다. 드라이버는 한 달 차로 먼저 개봉한 리들리 스콧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도 참여했다.


알도 구찌

알 파치노

구찌오의 장남. 마우리치오의 삼촌. 20살이 되던 해부터 가업을 도왔다. 피렌체에 기반을 둔 사업을 로마 등으로 확장하자고 구찌오를 설득한 것이 알도였고, 미국 진출도 책임졌다. 구찌오에 이어 1953년부터 구찌를 운영하다가 1982년 탈세, 횡령 문제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GG 로고 벨트, 재키백 등 지금까지도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템들이 알도가 구찌를 운영하던 시절 탄생했다. 알 파치노가 알도를 연기했다.


로돌포 구찌

제레미 아이언즈

구찌오의 막내아들. 마우리치오의 아버지. 그레이스 켈리에 헌사한 구찌의 시그니처 플로라 프린트 스카프를 처음 만든 것이 로돌포 구찌다. 어려서 사업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마우리치오 단코라라는 예명의 배우로 활동하다가 나중에 복귀했다. 아들 마우리치오의 이름은 그의 예명에서 땄다. 알도가 회장으로 있을 때 부회장으로 지냈고, 알도가 자리에서 물러난 후 총수가 되었는데. 그가 구찌를 이끈 기간은 단 1년. 1983년 심장마비로 죽었다. 제레미 아이언즈가 연기했다.


파올로 구찌

자레드 레토

충격적인 변신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자레드 레토는 알도의 아들, 마우리치오의 사촌 파올로 구찌를 연기했다. 가족 내에서 종종 불화를 일으키던 파올로는 가업에서 두 차례 내쫓겼다. 고소가 취미인 듯한 그는, 본인의 이름을 건 새 회사를 차리겠다고 구찌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가 하면, 정서적 가혹 행위 등을 이유로 가족 몇몇을 고소했다. 알도의 유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법원에 제출한 것도 아들인 파올로였다. 예고편에서 알도는 “파올로, 넌 구찌 사람이야. 좀 맞게 입으렴”이라며 파올로의 복장을 지적하지만, 문제를 일으키기 전인 1960년대까지만 해도 파올로는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였다.

1990년대 톰 포드가 죽어가는 구찌를 구했다면, 2015년 이후 구찌를 다시 한번 살려낸 건 지금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는 알레산드로 미켈레다. 구찌의 뮤즈 중 한 명인 레토는 미켈레는 절친한 사이다. 레토는 <하우스 오브 구찌> 촬영차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미켈레를 만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자레드 레토


주세피나 '피나' 아우리엠마

셀마 헤이엑

레지아니의 심령술사로 1994년부터 함께 살던 최측근. 당시 피나는 레지아니가 마우치리오와의 결혼 생활과 구찌 일가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함께했는데, 나중에 마우치리오의 청부 살해를 위해 가까이 지냈음을 인정했다. 피나는 레지아니가 프로 킬러를 고용하는 것을 도왔고, 레지아니는 피나에게 35만 달러(한화 약 4억 원)를 쥐여 주며 협박해 입막음했다고. 레지아니가 체포될 때, 피나도 세 명의 공범과 함께 체포되어 2010년까지 수감 생활을 했다. 셀마 헤이엑이 피나를 연기했는데. 참고로 헤이엑의 남편은 구찌의 모회사인 PRR(현 케링 그룹)을 창업한 프랑수아 피노의 아들 프랑소와 앙리 피노다.


파올라 프란키

카밀 코탄

레지아니의 신경을 건드린 마우리치오의 연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건이 있기 전까지 마우리치오의 아파트에서 5년을 함께 살았었다. 프란키가 2016년 한 인터뷰에서 말하길, “이혼하고도 레지아니는 스파이를 심어 우리를 스토킹했다. 마우리치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 끊임없이 전화해 괴롭히고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보디가드를 고용하자고 마우리치오를 설득했지만, 그는 둘 사이 두 딸이 있기에 그 정도까지 가진 않을 거라 했다.” 마우리치오가 죽은 다음 날 레지아니가 자신에게 퇴거 통지서를 보냈고, 이후 레지아니와 두 딸이 아파트에 입주했다고. 시리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얼마 전 개봉한 <스틸워터> 등에 출연한 카밀 코탄이 연기했다.


도메니코 드 솔레

잭 휴스턴

1980년대부터 회사의 법률 고문으로 있던 마우리치오의 측근. 1994년 마우리치오가 물러나면서 가족 경영 체제를 탈피한 구찌의 첫 CEO.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경영 개편으로 연간 수익을 2억 달러(2300억 원)에서 30억 달러(3조 5천억 원)로 끌어올렸다. <아이리시맨>에서 로버트 F. 케네디를 연기했던 잭 휴스턴이 드 솔레 역을 맡았다.


톰 포드

리브 카니

지금은 본인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지휘하는 디자이너이자, 두 편의 영화(<싱글맨> <녹터널 애니멀스>)를 연출한 감독 톰 포드. 그의 이름을 세상에 처음 널리 알린 때가, 포드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을 때였다. 그는 여성복을 전담하는 디자이너로 구찌에 들어왔다가, 파산 직전의 그룹을 재건하기 위해 드 솔레가 CEO로 임명되면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승진했다. 그는 브랜드만의 클래식 룩을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구찌가 다시 한번 전성기를 누리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꾸준히 가수 활동을 하다가 <페니 드레드풀> 시리즈로 연기를 시작한 리브 카니가 톰 포드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