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흥을 채워줄 영화 두 편이 공개됐다. 11월 17일 개봉한 <디어 에반 핸슨>과 11월 19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틱, 틱... 붐!>(이하 <틱틱붐>)은 각각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해 많은 관객들에게 기대를 받고 있다. 일견 포스터는 비슷해보이지만 뮤지컬이란 점을 빼면 감성도, 장점도 서로 다른 두 영화를 본격적으로 뜯어 살펴보자.
스타일
뮤지컬과 영화의 절충안 · 뮤지컬의 영화화 정석
두 작품은 원작에서부터 스타일이 상이하다. <틱틱붐>은 3명의 배우가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주인공 조나단 라슨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방식이고, <디어 에반 핸슨>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뮤지컬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그려가는 형식이다. <틱틱붐>은 무대의 연출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조나단 라슨이 쇼를 펼치되 그의 기억을 플래시백처럼 관객들에게 직접 보여준다. 원작과 영화 양식간의 절충안을 제대로 찾은 셈. 반대로 <디어 에반 핸슨>은 원작 뮤지컬을 어느 정도 각색만 해서 뮤지컬 영화로 만들었다. 좀 더 재치있는 연출을 좋아하고 <버드맨> 같이 무대의 순간을 묘사하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틱틱붐>이 마음에 들테고, 서사에 몰입할 수 있는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디어 에반 핸슨> 쪽이 좀 더 좋을 것이다.
주제
꿈과 일상 사이의 흔들림 · 내가 나를 인정하기까지
<틱틱붐>은 <렌트>를 만든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렌트>를 만들기 전, 예술가로 성공하고 싶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실에 부딪혔던 순간들을 뮤지컬로 승화한 것. 영화 내내 “다음주면 30살인데”라는 말을 반복할 정도로 조급한 마음을 가진 아마추어의 마음이 2시간 동안 펼쳐지기 때문에 현재 자신의 꿈을 밀어붙여야 할지, 아니면 타협해야 할지 기로에 선 사람이라면 <틱틱붐>의 내용이 굉장히 와닿을 것이다.
반대로 <디어 에반 핸슨>은 자존감이 낮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10대 에반 핸슨이 주인공이다. 심리치료를 위해 자신에게 쓴 편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학우의 손에서 발견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에반 핸슨이 거짓말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깨닫는 가족의 의미, 스스로를 인정하기까지의 변화가 그려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다. 예술가의 다사다난이나 다소 요란한 분위기에 관심이 없다면 <디어 에반 핸슨>이 좀 더 잘 맞을 가능성이 높다.
연기
연기는 모두 ‘올백급’(feat. 바네사 허진스의 미친 보컬)
두 영화 모두 연기 부분에선 ‘올백’(All 100)을 줘도 무방할 정도로 배우들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틱틱붐>의 앤드류 가필드는 오랜만에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 변하는 지인들의 모습에 고민하는 예술가이자 유쾌하게 주위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조나단 라슨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마이클 역의 로빈 드 지저스, 수잔 역의 마이클 쉽도 빛나지만 무대에서 라슨을 보좌하는 두 보컬 조슈아 헨리와 바네사 허진스의 폭발적인 보컬도 뮤지컬 본연의 재미를 보강한다.
<디어 에반 핸슨>의 주인공 벤 플랫은 우리나라 관객에겐 조금 낯선 인물인데, 원작 뮤지컬부터 에반 핸슨을 연기한 뮤지컬 배우다. 원년 멤버가 주연을 맡은 덕에 노래 실력이나 각 넘버의 감정선은 보장한다. 벤 플랫 외에 우리에게 익숙한 줄리안 무버, 케이틀린 디버, 에이미 아담스가 출연하는데 넘버의 양은 많지 않은 편. 그러나 각자의 넘버에서 흡입력 있는 연기로 인상적인 순간을 만든다.
포인트
린-마누엘 미란다의 재해석 · 원년 멤버들의 참여
<틱틱붐>은 영화 자체도 재밌지만, 이 영화로 감독에 입봉한 린-마누엘 미란다를 알면 또 새롭게 느껴진다. 미란다는 <인 더 하이츠>, <해밀턴>의 작곡가이자 초연 배우로 현재 브로드웨이를 휘어잡고 있는 거성이다. 조나단 라슨처럼 지금 이 시대 뮤지컬계의 천재라고 자주 언급되는 인물. 그런 그가 단 하나의 작품을 남기고 떠난 천재 조나단 라슨의 <틱틱붐>(이 작품은 조나단 라슨 사후 그의 지인들이 완성했다)을 스크린으로 완벽하게 옮긴 것을 보면 시대를 초월한 천재들의 조우처럼 느껴진다. 반면 <디어 에반 핸슨>은 뮤지컬의 각본가 스티븐 레벤슨과 음악감독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의 듀오, 파섹 앤 폴이 영화에도 직접 참여했다. 사실 원년 멤버들이 참여한 것치고는 영화 버전의 평가가 썩 좋지 않으나, 그럼에도 파섹 앤 폴이 담당한 음악 파트는 누구라도 만족하게 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