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르만 로맨스>는 7년 동안 책을 출판하지 못하고 있는 성공한 인기 작가 겸 교수 김현(류승룡), 그의 삼십년지기 친구인 출판사 사장 순모(김희원), 김현의 전 부인 박미애(오나라)와 그들의 고등학생 아들 김성경(성유빈) 등이 중심이 되어 김현이 새로운 소설을 출간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이 줄거리입니다. 사건들이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지면서 서로 얽혀있어 매우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인데요. 법률적으로 궁금했던 부분을 살펴볼게요.


1. 자녀 대학 등록금도 양육비 부담의무가 있을까요

김현은 미애와 이혼했고 그들 사이에는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 성경이 있는데 미애가 성경을 양육하고 있습니다. 즉 미애가 양육친이고 김현은 비양육친으로, 김현은 매달 미애한테 양육비 명목으로 300만 원을 주고 있는데요. 성경은 최근 방황을 하고 있어서 미애와 김현이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기도 하고, 성경이 학교와 학원에 결석을 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미애는 방황하는 성경과 대화가 잘 안 되자 김현한테 연락해서 ‘성경이 대학에 안 간다고 한다. 빨리 와서 설득을 좀 해봐라’는 취지로 연락을 해요. 이에 김현이 ‘등록금도 비싼데 돈도 아끼고 잘 됐다’면서 건성으로 대답하자, 미애는 ‘성경이 대학에 안 가면 김현이 양육비를 계속 줘야 한다. 합의서에 성경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양육비를 준다고 적었고 기한을 적지 않았기 때문에 김현은 성경이 대학을 안 가면 양육비를 계속 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는데, 얼핏 들으면 미애의 말이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양육비를 준다’는 취지로 기재된 합의서는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지 그리고 합의서가 효력이 있다면 미애의 말이 맞는지 한 번 살펴볼게요.

부부가 이혼 등으로 혼인관계를 종료할 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양육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정해야 하는데, 이는 부부가 협의로 정하거나 협의가 안 되면 재판으로 정하게 됩니다. 양육에 관한 사항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① 누가 미성년 자녀를 양육할 것인지 양육자를 결정하고 ② 양육비용은 각자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③ 비양육친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에 관한 내용입니다. 양육비는 비양육친이 매월 양육친한테 돈을 보내라는 식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양육비는 미성년 자녀가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즉, 2011년에 민법상 성년이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개정되어 자녀가 만 19세에 이르기 전날까지 지급해야 하는 것이죠. 따라서 부모는 원칙적으로 성년 자녀에 대해서는 양육비 부담 의무가 없고 그것은 비양육친뿐만 아니라 양육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자녀가 성년이 된다고 하여 경제적 자립이 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죠. 부모는 자녀가 만 19세가 넘어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등록금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고 자녀는 취업할 때까지 경제적 자립이 안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오히려 대학생 자녀한테 돈이 더 많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따라서 부부가 이혼한 경우에 양육친은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양육친은 자녀가 성년이 되었다고 해서 이제 양육비를 안 줘도 된다고 하는 것은 사회 현실과 분명히 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법에 의하면 미성년 자녀에 대해서만 양육비 부담 의무가 있으나, 부부가 합의로 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비를 정하는 것은 가능하고 그렇게 부부간 합의로 정한 사항도 효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판례입니다. 즉, 부부가 이혼할 때 성년 자녀의 대학 등록금에 대해서도 양육비를 부담한다고 약정(합의)할 수 있고 이러한 약정은 비양육친한테 효력이 있기 때문에 양육친은 비양육친을 상대로 약정에 근거하여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것이죠.

영화에서 미애와 김현은 이혼할 때 합의서에 ‘김현이 아들 성경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양육비를 부담한다’고 정했는데, 판례에 의할 때 이러한 내용의 합의는 효력이 있고 김현은 미애와의 약정(합의)에 따라 성경의 대학 등록금을 부담할 의무가 있으며, 만약 김현이 성경의 대학 등록금을 주지 않으면 미애는 김현을 상대로 약정금청구소송을 제기하면 됩니다. 그런데 성년 자녀의 대학 등록금도 부담한다는 약정이 효력이 있는 것과 별개로, 미애의 주장처럼 성경이 대학에 안 가면 김현은 양육비를 계속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합의서에 양육비 부담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녀가 대학에 안 가는 경우에도 양육비를 계속 부담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애초에 합의한 의도와도 맞지 않겠죠. 따라서 만약 자녀가 대학에 가지 않는다면, 합의서상 대학 등록금 부담 조항은 그 상황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고, 이 경우에는 미애가 김현한테 합의서에 근거하여 대학 등록금 명목으로 금전을 청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쌍방폭행을 저질렀지만 처벌되지 않는 경우는

김현의 고등학생 자녀인 성경은 우연한 계기로 옆집에 사는 정원과 친해집니다. 정원은 성경과 재미있게 놀지만 성경의 오해가 생기면서 성경과 정원의 남편 사이에 싸움이 발생하고 두 사람은 쌍방폭행으로 입건되는데요. 경찰의 연락을 받고 파출소에 간 김현은 경찰로부터 이와 같은 설명을 듣고 무슨 종이에 서명을 하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경찰이 ‘성경이 때린 정원의 남편은 지금 병원에 갔다, 그러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니까 처벌은 안 받는다. 아버님도 여기에 서명하세요’라는 취지로 설명하는데요. 즉, 성경과 정원의 남편이 쌍방 폭행으로 입건되었으나,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가 있으면 기소할 수 없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는데, 성경도 (정원의 남편에 대한)처벌불원서에 서명을 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리고 성경은 지금 고등학생으로 미성년이기 때문에 성경의 친권자인 부(父) 김현이 서명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영화에서 분명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정원의 남편은 성년이므로 성경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는 정원의 남편이 직접 해야하고, 만약 정원이 남편을 대신하여 처벌불원서에 서명을 해도 그것은 효력이 없어서 성경은 처벌받게 됩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