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가 한국인 최초로 골든글로브 수상자가 된 역사적인 날, <테드 래소> 시즌 2의 제이슨 서데이키스는 TV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수상이다. 대학 2부리그 미식축구팀 감독에서 별안간 영국 프리미어리그 감독으로 발탁된 테드 래소의 런던 정착기를 다룬 <테드 래소>는 특유의 착한 서사와 타율 좋은 유머로 첫 시즌부터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2020년 첫 에피소드를 공개한 <테드 래소>는 현재 시즌 2까지 방영했다. 쇼는 2020년 첫 시즌 방영 중 시즌 2 제작을, 종영 직후 시즌 3 제작을 확정한 바 있다. 아직까지 시장점유율 면에서 고전 중인 애플TV+의 희소한 효자 오리지널 시리즈, <테드 래소>와 그 인기 요인에 대해 살펴본다.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시스템도, 오프사이드 규정도 정확히 모르는 텍사스 출신의 미식축구 감독이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AFC 리치몬드의 감독이 되었다. 구단주 레베카(한나 웨딩햄)의 작품이다. 상처만 남긴 축구광 전남편의 전부였던 리치몬드를 이혼과 함께 넘겨받은 레베카는 팀을 망하게 하고 싶었다. 복수의 큰 그림을 완성시켜 줄 구원자는 테드 래소. 축구팬들의 당연한 야유와 그의 실력 부족과 함께, 리그 강등 직전의 리치몬드가 그대로 자멸하기만을 기다렸지만, 래소의 무해한 인간성이 변수가 된다. 전염성 강한 낙천성과 믿음에서 비롯한 우직한 근성은 리치몬드를 조금씩 바꿔 놓는다.

<테드 래소>는 축구 이야기이면서 축구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구단 운영진이 나오고 선수들이 나오며 경기 내용이 나오는 시리즈가 맞다. 다만 전문적인 축구 전술이나 진지한 스포츠 비즈니스 같은 걸 기대하는 시청자를 위한 시리즈는 아니다. <테드 래소>는 여느 드라마 장르 시리즈처럼 차라리 사람 사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테드 래소는 성인(saint)인가

<테드 래소>는 착한 드라마다. 분위기가 비슷한 보다 유명한 시리즈로는 <굿 플레이스>가 떠오른다. 처음부터 아주 냉정하게 평가하기로 작정하고 래소를 대했던 스포츠 전문기자 ‘인디펜던트 소속’ 트렌트(제임스 랜스)가 쓴 작중 칼럼의 마지막 말을 빌려보자면, “테드 래소를 응원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테드 래소는 낙천적이다. 주변에서 한 번이라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낙천적이다. 시즌 1의 메인 이슈는 (1) 축구 문외한인 축구 감독이 팀을 과연 잘 이끌 것인가, (2) 미국 출신 이방인의 런던 생활은 순탄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래소는 불을 불로 받아치는 류의 사람이 아니다. 그는 현명하기까지 해서 그 어떤 속이 빈 야유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재치 있고 적절한 농담을 곁들인 소신 있는 말로 넘긴다. 일관성 있는 그의 선심은 마초의 성향이 짙은 몇몇 선수들마저 온순하게 돌려놓았고, 다른 축구 시리즈였다면 끝까지 조연 중의 조연이나 단역으로 남아 있었을 장비 담당자 네이선(닉 모하메드)의 이름을 부르고 나중에는 그의 능력을 인정해 그를 코치진으로 불러들이기까지 한다. 가끔은 착해 빠져서는 사서 고생을 하지만 그 고생은 즐길 정도의 갈등이고, 너무 교훈성이 강해서 부대끼지 않을 정도로만 낙천적이다. 래소는 축구를 잘 알아서 ‘축구’ 감독이 되지 않았고, 선수들을 독려할 줄 아는, 스스로도 팀 플레이어인 축구 ‘감독’이 되었다. 쇼의 주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영국과 미국의 다름을 묘사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파리에 간 시카고 출신 마케터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다른 문화를 비난조로 깎아내리는 시리즈 속 유머는 거북하기까지 하다. <테드 래소>는 빈정 뺀 묘사를 하며 다른 길을 걷는다.

리치먼드 선수 개개인의 이야기를 중간중간 조명하면서 테드의 뒷이야기까지 커버하기에 한 시즌은 어쩌면 부족했을지 모르겠다. 두 번째 시즌에는 호감 사는 성격의 근원과 아픔에 대한 뒷이야기가 나온다. 교훈성이 강한 에피소드가 몇 있지만, 전반적인 평이 전 시즌보다 좋다.

영화/시리즈에 전 축구 감독

이렇게까지 인용이 많은 시리즈를 본 적이 없다. 가뜩이나 말 많은 래소 대사의 지분을 십분 차지하는 건 영화, 드라마, 배우 혹은 유명인이다. 래소는 런던에 제일 먼저 온 소감을 “더이상 캔자스가 아닌 것 같아!”(We’re not in Kansas anymore,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대사)로 압축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설득할 때에는 <제리 맥과이어>와 <노팅 힐>을 인용하는 감독이다. (“자네가 우리 팀을 완성할 거야. (You complete our team.) 난 그냥 감독이야. 한 소년 앞에서 부탁을 하는… (I’m just a coach standing in front of a boy…)”)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 <해리 포터>… 모두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의 제목 혹은 상징적인 대사가 등장한다. 아는 만큼 알아채는 재미가 있다.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