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작품 선보였을 뿐인데. 어느새 전 세계가 이 감독의 신작을 기다리고 있다. <겟 아웃> <어스>를 통해 본인만의 세계관을 빚어낸 조던 필 감독이다. 미국 사회에서 본인이 느낀 인종 차별의 아이러니함과 불편함을 공포와 스릴러 안에 담아낸 그는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를 영화적으로 훌륭하게 비틀었다는 평을 받았다. 데뷔작 <겟 아웃>을 통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거머쥔 이유이기도. 올해 조던 필 감독은 신작 <놉>(NOPE)을 들고 관객들을 찾는다. 이제 영화 팬들 사이 조던 필은 기다림의 대상이 된 만큼 업계와 팬 모두 그의 신작 <놉>에 거는 기대가 크다. 늘 정해진 틀 안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보단 본인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이기에 신작 <놉>역시 어떤 이야기일지 쉽사리 예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놉>에 대해 알려진 몇 가지 사실들을 알아보며 <놉>은 어떤 영화일지 함께 추측해보자.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
<놉>.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국내에선 하나의 밈(meme)으로 통하기도 하는 <놉>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물론 아직까지 조던 필 감독이나 유니버설이 제목에 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없지만, 해외 매체들은 공개된 예고편을 통해 제목 추측에 나섰다. 본래 NOPE은 '아니'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이지만, 조던 필 감독의 <놉>은 단순히 NOPE의 의미가 아닐 거라 해외 매체들은 분석했다. 아마도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거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놉>의 예고편이 공개된 후 흘러나온 추측 중 하나는 <놉>(NOPE)이 'Not Of Planet Earth(외계)'의 줄임말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공개된 포스터, 예고편을 통해 알 수 있듯, <놉>은 계속해서 하늘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암시하는 그림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통해 <놉>이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닌 외계인, 지구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룰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그래서 <놉>은 대체 어떤 이야기?
IMDb에 등록된 한 줄 스토리를 먼저 살펴보자. 캘리포니아 내륙에 거주하는 소외된 주민들이 기이하고 소름 끼치는 현상을 목격한다는 내용이다. 장르는 공포와 공상 과학. 이것만 봐선 도무지 어떤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는데. 지난달 공개된 공식 예고편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놉>의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조금은 감을 잡을 수 있다. 예고편에서 유독 화제가 되었던 장면들과 함께 <놉>을 향한 예측들을 몇 가지 종합해봤다.
── <놉>은 외계인 영화?
앞서도 이야기했듯 예고편이 공개된 후 눈치챌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내용. <놉>이 외계인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해외 매체들은 <놉>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초기작인 <미지와의 조우>(1977)에 존경을 표현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 언급하며, 외계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확실할 것이라 보도했다. 몇몇 장면만 보더라도 그 추측의 이유를 쉽사리 알 수 있는데. 가장 확실한 장면 중 하나는 외계 생명체로 보이는 이의 손을 잡는 아이의 모습이다. 예고편 후반부에 짧게 스쳐 지나가는 이 장면은, 마치 <E.T>의 가장 유명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며 영화가 외계인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걸 암시한다. 그 외에도 외계 생명체의 머리가 보이는 장면, 다니엘 칼루야가 우주선을 올려다보는 장면, 케케 파머가 하늘 위로 빨려 올라가는 장면, 'From Jordan Peele' 자막이 등장하는 모습이 마치 UFO 같다는 의견을 종합해보면 <놉>에는 외계 생명체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놉>은 현재가 아닌 과거를 배경으로 한다?
예고편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놉>의 시간 배경이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 과거가 일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2000년대 초반임을 나타내는 듯한 소품들을 예고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니엘 칼루야가 외계인(으로 추측되는 생명체)을 마주했을 때 들고 있었던 휴대폰이 폴더폰이라는 점, 지금은 없어졌지만 캘리포니아 대부분의 지역에 매장을 가지고 있었던 대형 체인점인 프라이즈 일렉트로닉스 (Fry's Electronics) 트럭이 나오는 장면들을 통해 시간적 배경을 대략적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아마도 과거에서부터 출발한 영화는 현재로 돌아오며 과거 출현한 외계 생명체가 현시대에 영향을 준 부분을 그릴 수도 있다는 의견 역시 흘러나왔다.
── 말(馬)은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가 될 것이다?
영화의 포스터, 그리고 예고편이 공통적으로 가르키고 있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말이다. 얼마 전 공개된 <놉>의 포스터는 검은 구름을 향해 마치 빨려 들어가는 듯한 말의 모습을 포착해 담아냈는데, 예고편에서 역시 말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예고편의 시작부터 말이 등장한다. 영화의 시초라 불리는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활동사진을 통해, 말을 타고 있는 흑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다음 장면에선 말과 함께 서 있는 다니엘 칼루야(제임스 헤이우드 역)와 케케 파머(질 헤이우드)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헤이워드 목장은 할리우드 유일의 흑인 소유 말 조련장"이었다는 대사에 뒤이어 "우리는 영화가 만들어진 그 순간부터 연결되어 있었다" 말하며 그들 집안이 영화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한다. <겟 아웃>에서 잠깐 등장했던 사슴이 영화 속에서 중요한 메타포로 작용한 바가 있는데, 이번 작품에선 두 주인공과 말이 긴밀하게 관련이 있는 만큼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던 필 감독이 올린 이 영상의 정체는?
예고편이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놉>의 이야기는 오리무중인 가운데. 얼마 전 조던 필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 영상을 업로드 하며 'NOPEMOVIE' 해시태그를 달았다. 아마도 영상과 <놉>이 긴밀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해당 영상은 멕시코 한 지역에서 수백 마리의 새 떼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뉴스 영상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새들이 떼죽음을 당한 명확한 이유가 없어 전 세계가 공포에 빠졌는데, 일각에선 외계인과 관련한 음모론을 꺼내기도 하며 의문의 죽음에 물음표를 보냈다. <놉>이 외계인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던 필 감독 역시 이를 암시하며 영상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들이 쏟아졌다. <놉>이 외계인과 관련한 이야기를 펼칠 것이라는 의견에 더욱더 힘이 쏠리고 있다.
다시 만난 다니엘 칼루야부터 스티븐 연까지
<놉>에선 반가운 얼굴과 새로운 얼굴이 함께 만난다. 먼저 <겟 아웃>의 영광을 함께 했던 다니엘 칼루야가 조던 필 감독과 다시 만나 영화의 중심에 섰다. 예고편에서도 잠깐 만나볼 수 있었던 것처럼 혼란과 공허가 동시에 담긴 다니엘 칼루야의 눈망울은 이번에도 신비롭고도 공포스러운 영화 분위기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다니엘 칼루야와 함께 예고편에서 가장 많이 만나볼 수 있었던 배우는 케케 파머. <허슬러>를 본 이들이라면 그를 기억할 수 있을 텐데.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질 헤이우드 역을 맡으며 영화의 많은 부분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면 단연 스티븐 연. 조던 필 감독 영화엔 처음으로 출연하는 스티븐 연은 예고편에서 카우보이 룩을 입고 나타나 팬들의 궁금증을 키웠다. 이들과 함께 <유포리아>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배우 바비 페레이아 역시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그가 맡은 다니엘 역 역시 어떤 인물인지 공개된 바가 없다.
일부 장면이 아이맥스(IMAX)로 촬영됐다.
<놉>의 일부 장면,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약 두 시퀀스 정도가 아이맥스로 촬영됐다. 일반 65mm 필름과 아이맥스 65mm 필름이 함께 사용됐다. 조던 필 감독은 <놉>을 통해 처음으로 아이맥스에 도전했다. <놉>의 촬영은 <테넷>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등으로 잘 알려진 호이터 판호이테마(Hoyte van Hoytema) 감독이 맡았는데. 그만큼 <놉>의 시각적 규모가 조던 필 감독의 전작보다는 훨씬 더 웅장할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다.
개봉일은 언제?
유니버설 측은 영화의 내용에 대해선 절대적인 함구를 유지하고 있지만, 개봉일 만큼은 그 어떤 작품보다 빠르게 확정했다. 북미에선 7월 22일 개봉하며, 국내에서는 7월 20일부터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조던 필 감독의 전작 <겟 아웃>의 개봉일이 (북미 기준) 2월 24일, <어스>가 3월 22일이었던데 반해 이번 작품은 여름 성수기 기간에 개봉한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겟 아웃>과 <어스>를 거치며 조던 필 감독의 입지가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