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자아 도취자, 다 큰 고아들이 하는 거....가 슈퍼히어로란다. 그런가? 하고 돌아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몇 있다. 아무래도 독설을 퍼부을 모양인 이 신인 슈퍼히어로의 이름은 '쉬헐크'다.
<변호사 쉬헐크(Shehulk: Attorney At Law)> 티저 예고편
쉬헐크의 실사화 소식이 발표되었던 게 2019년 'D23 엑스포'였으니 첫 티저 예고편까지 꼬박 3년이 걸린 셈이지만, 그간의 팬데믹 여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딜레이 없이 예정대로 올해 8월 공개를 앞두고 있다. 2019년 당시 쉬헐크 실사화 이야기는 꽤 의외기도 했고 새롭기도 했는데, <인크레더블 헐크> 이후 어벤져스 시리즈가 일약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헐크의 솔로무비가 제작되지 못했을 만큼 판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헐크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유니버셜 픽쳐스는 헐크가 등장하는 시리즈를 만드는 데 그리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제작은 할 수 있지만 배급은 유니버셜에서 동의해야 하다 보니 이래저래 스크린 개봉으로 이어지기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때문에 수없이 이어진 헐크 솔로무비 관련 질문에 어벤져스에서 헐크를 맡아 열연해 온 마크 러팔로는 포기하는 게 좋겠다는 식의 답변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쉬헐크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제작된다고 하니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고, 이걸 계기로 헐크 솔로무비-쉬헐크와 함께라고 하더라도-가 드디어 제작될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사항도 잠시 품어 볼 수 있었다. 향후 계획이야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쉬헐크가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대중에게 첫선을 보이기까지는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코믹스판 쉬헐크는 어떤 캐릭터?
원작에서 쉬헐크는 '헐크' 브루스 배너의 사촌동생이다. 꽤 유능한 변호사였던 제니퍼 월터스는, 범죄조직과 관련된 사건을 맡아 변호하던 중 공격을 받는다. 이때 마침 제니퍼를 만나러 오랜만에 방문했던 헐크로부터 수혈을 받게 되는데, 감마선에 노출된 혈액을 수혈받으면서 쉬헐크로 각성하게 된다.
브루스 배너로서는 어린 시절 남매같이 지냈던 사촌동생인 제니퍼에게 자기 혈액을 수혈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아주 가늠하지 못한 것은 아니겠으나, 당장 수혈하지 않으면 제니퍼가 죽을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브루스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없었던 탓에 결국 감마선에 노출된 배너의 혈액이 전해지면서 제니퍼 역시 헐크 계열의 능력을 갖게 됐다.
쉬헐크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헐크' 브루스 배너와 달리 녹색 피부로 변한 것 외에는 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감마선 노출이 아니었기 때문에 브루스 배너가 헐크로 변신할 때 본래의 지능을 잃어버리고 이성도 유지하지 못하는 것에 비해 '쉬헐크' 제니퍼 월터스는 변호사로서 법정에서 변론도 가능할 정도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이후 충격적인 사건을 거치며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하며 '헐크'와 같은 상태에 치달은 적도 있지만, 근래에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블 세계관에서 본업이 변호사인 캐릭터는 대표적으로 데어데블, 그리고 쉬헐크가 있는데 둘 모두 동료 히어로들이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거나 조언이 필요할 때마다 그들을 위해 법률적인 상담을 해 주는 등 꽤나 큰 도움을 줬다.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의 제목이 <변호사 쉬헐크>라는 점을 보면, 제니퍼 월터스가 변호사로서 활약하는 다소간의 법정 드라마적 요소도 보여줄 예정인 듯하다.
거기에 후반에 덧붙여진 설정이기는 하지만, 쉬헐크는 데드풀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설정이 있어서 이 점을 이용하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도 가능하다. 데드풀만큼 막 나가는(!) 설정은 좀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스크린을 넘어 관객들에게 직접 말을 걸거나 하는 연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다.
‘헐크’와 ‘쉬헐크’, 그리고 ‘어보미네이션’
<변호사 쉬헐크>의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요소들은 대략 네 가지인데, 브루스 배너가 '프로페서 헐크' 즉 이성과 지성을 유지하고 있는 헐크의 모습으로 등장해 제니퍼 월터스가 쉬헐크로서 거듭나게끔 도울 것이라는 점, 그리고 '어보미네이션' 에밀 블론스키와 쉬헐크가 어떤 의미로든 엮이게 된다는 점, 그리고 '쉬헐크' 제니퍼 월터스가 쉬헐크로서의 자신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점, 슈퍼히어로와 관련된 기관에서 변호사로서 일하게 된다는 점 정도다.
이 중 헐크로서의 브루스 배너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은 마블 팬들에게 꽤 반가운 일일 것이고, <어벤져스: 엔드게임> 전후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제니퍼의 이야기이기는 하나 제니퍼가 쉬헐크로서 각성하는 데 있어서 꽤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임은 분명해 보이기에 비중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기대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어보미네이션'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이어 다시 등장할 예정인데, 예고편에서 대놓고 모습을 드러낸 걸 보면 나름대로 비중 있는 역할일 가능성이 있으며 제니퍼가 새롭게 일하게 될 기관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소서러 슈프림인 웡과 친분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어보미네이션이 쉬헐크와 어떻게 엮일지도 꽤 재미있는 스토리 요소가 될 듯하다.
생각해 보면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형태의 초인이 되었지만, 전혀 다른 이유로 힘을 얻었고 이후 행보도 너무나 달랐던 어보미네이션과 헐크의 관계를 '쉬헐크'에 이르러 다시금 다루는 것일지도 모른다. 헐크는 시리즈로 제작되지 못했고 배우 교체 이후로는 솔로 무비도 나오지 못했으니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낼 만한 무대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서, 세계관 내에서 파워 순위를 매겨도 꽤 상위권에 속하는 어보미네이션을 그냥 보내기는 이래저래 아쉬운 일이기도 할 테니 말이다.
신규 히어로의 기원에 대해 다루는 최초의 이야기는 꽤 매력적이다. 평범한 인간이었던 혹은, 특수한 능력을 지닌 능력자일 뿐 히어로는 아니었던 존재들이 각자의 문제와 내면의 고민들을 통해 히어로로 거듭나는 시작점을 그리기 때문이다. 덕분에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미리 알아야 할 이야기도 없으니 진입장벽도 낮다.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를 통해 데뷔한 <문나이트>의 경우 호불호가 다소 갈리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았던 바 있다. 또한 기존 MCU의 스핀오프이자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오리지널 시리즈들도 연이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완다비전>의 경우 마블 스튜디오 최초로 에미상 노미네이트에 성공했으니 이제 MCU가 드라마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말도 예전 이야기가 됐다.
<쉬헐크>는 <오펀 블랙>에서 클론 역할을 1인 다역으로 연기하면서 에미상을 수상한 배우 타티아나 마슬라니가 주인공을 맡았고(한차례 부정한 적은 있지만 아마도 비밀 유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릭 앤 모티> 각본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제시카 가오가 수석 작가로서 각본 담당을, <모던 패밀리>와 <쉐임리스>를 연출했던 캣 코이로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코미디 요소가 강하다는 <쉬헐크>가 기존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만큼이나 흥미로운 작품이기를, 그래서 헐크를 다시금 영화 속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