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올해도 끝자락입니다. 연말을 기다린 분들도, 아닌 분들도 계시겠죠? 오늘은 우리 인생의 모퉁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 '기다림'이란 녀석에 대한 영화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럼 오늘도 에디터 개취 주의하시며 출발!

참고로 아래 소개할 영화들은 12월 24일(토)~30일(금)까지 5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춥고 사람 많은데 가지 말고, 우리 안방극장에서 따뜻한 연말 보내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되는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늑대소년>
감독 조성희 / 출연 송중기, 박보영 / 상영시간 125분 / 제작연도 2012년

병약한 소녀 순이(박보영)는 요양 차 가족들과 한적한 마을로 이사를 갑니다. 그곳에서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의문의 늑대소년(송중기)을 발견하게 되죠. 생긴 건 1등 신랑감인데 하는 짓이 영 사람 같지 않은 그가 왠지 신경 쓰였던 순이는 그에게 철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들을 하나씩 가르쳐줍니다.

먹을 것을 보고 기다리는 법, 옷 입는 법, 글을 읽고 쓰는 법 등등. 이러니 누군들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철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본성이란 무서운 것.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그의 숨겨져 있던 위험한 본성이 드러나고, 철수는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순이는 철수를 숲 속에 숨기고, 자신도 떠나려고 하죠.

영화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기다려" 입니다. 순이가 철수를 길들이기 시작하며 사용한 말인데요. 그 당시에는 몰랐던 이 말로 인해 마지막까지 철수는 정말 기다립니다. 주구장창 기다립니다. 순이만 기다립니다. ("늑대소년은 순이 명령으로 움직입니다")

이렇게 평생을 단 한 사람을 위해 기다리기만 할 수 있을까요. 정말 판타지 같은 내용이라 (거기다 주인공이 송중기라) 많은 여성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작품이기도 한데요.

<늑대소년>은 <남매의 집>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등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의 첫 상업영화입니다. 매 작품마다 독특한 미장센과 새로운 연출 스타일을 구현해낸 그답게 영화 속 공간과 시대적 배경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내 영화의 감성을 배가시킵니다.

그에 더해 박보영과 송중기가 그려내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라니. 영화는 극장판과 개봉 당시 삭제되었던 장면들을 추가한 확장판 이렇게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원 데이>
감독 론 쉐르픽 / 출연 앤 해서웨이, 짐 스터게스 / 상영시간 107분 / 제작연도 2011년

둘의 첫 만남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7월 15일, 바로 그날 엠마(앤 해서웨이)와 덱스터(짐 스터게스)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었죠.

아니, 사실 엠마는 덱스터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여자라면 다 좋아하는 덱스터의 바람둥이 기질에 엠마는 그를 친구로 두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는데요. 

영화 속에서는 1988년부터 2011년까지의 스무 해 동안 바로 이 7월15일 만을 보여주며 세월과 함께 변화하는 둘의 모습과 사랑과 우정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순간들을 그려냅니다.

왜 하필 7월 15일이었을까요. 영국에서 '성 스위틴 데이'라고 불리는 이 날은 영국의 전설 속 원 데이로, 그날 비가 내리면 40일 내내 비가 내리고, 반대로 맑다면 40일 동안 아름다운 날씨가 이어진다는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 스토리는 친구와 연인 사이의 로맨스를 보여주는 굉장히 전형적인 영화인데요. <원 데이>는 영상, 색감, 음악 등을 통해 이 영화만의 특별한 지점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의 작가 데이빗 니콜스는 <원 데이>의 각본가로 참여해, 원작 고유의 분위기를 스크린에 그대로 되살려냈죠.

어쨌든 그래서! 결국 엠마의 길고도 긴 20년의 기다림은 빛을 발하게 될지 가장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아직 안 보신 분들? 혹시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기다리고 계신 분들? 한 번쯤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원 데이> 바로보기


<어톤먼트>
감독 조 라이트 /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제임스 맥어보이 / 상영시간 122분 / 제작연도 2007년

영화의 카피는 이렇습니다. "기다림이 아플수록 사랑은 깊어집니다" 이 말에 여러분도 동의하시나요? 

1935년 영국, 부유한 집안의 딸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는 시골 저택에서 여름을 보내던 중 집사의 아들이자 명문대 의대생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주칩니다.

사실 이들은 어릴 때 만난 적 있는 사이였죠. 그때부터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쉽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던.. 그날 밤..!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세실리아의 여동생 브라이오니(시얼샤 로넌)이었는데요. 그녀는 둘의 사이를 오해하게 되고, 로비는 그로 인해 전쟁터로 끌려가게 됩니다. 이때부터 기다림이 시작됩니다.

세실리아는 로비가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간호사로 일하게 되었고, 로비 또한 세실리아를 다시 만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전쟁터에서 버팁니다. 그래서 둘은 아픈 기다림 끝에 깊은 사랑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영화는 소설 <속죄>를 원작으로 하며, <오만과 편견>의 조 라이트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오만과 편견>에 이어 또 한 번 키이라 나이틀리를 주연으로 세웠구요. (다음 영화 <안나 카레니나>에서도 키이라 나이틀리를..ㅋㅋㅋ) 그녀는 고전영화에 정말 최적화된 얼굴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임스 맥어보이는 말할 것도 없..! 

또 영화 속 OST와 영상, 의상이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조금은 어두울 수 있는 영화의 내용과는 반대로 <어톤먼트> 하면 '예쁜 영화'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터미널>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톰 행크스 / 상영시간 128분 / 제작연도 2004년

고백하자면, <터미널>은 이 포스팅을 쓰게 된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크로스!한 영화인데 유명하지 않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요. 그런 분들에게 꼭! 추천해드리고 싶었거든요. 

동유럽 작은 나라 크로코지아의 평범한 남자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는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입국 심사대를 채 빠져 나가기도 전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바로 그가 미국으로 날아오는 동안 고국에선 쿠데타가 일어나고, 일시적으로 유령국가가 되었다는 것인데요!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뉴욕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된 빅터는 그렇게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공항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됩니다. 

하지만 공항 관리국의 프랭크(스탠리 투치)에게 그는 골칫거리일 뿐이고, 때문에 그를 어떻게든 공항에서 쫓아내려고 갖은 수를 씁니다.

런데 이 와중에 말이죠. 빅터는 공항에서 로맨스도 싹 틔웁니다. 아름다운 승무원 아멜리아(캐서린 제타 존스)와 말이죠.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든,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든 모두에게 공평한 단 한 가지가 있죠.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른다는 것인데요. 빅터의 시간도 똑같이 흘러 어느덧 9개월이 되었고, 그는 공항에서의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인생에서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보낼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는 것과 무언가를 하면서 기다리는 것. 어떤 게 더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죠?!

사족을 덧붙이자면, 영화에 출연하는 디에고 루나는 곧 개봉 예정인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


<비포 선셋>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 상영시간 79분 / 제작연도 2004년

영화는 시리즈의 전작인 <비포 선라이즈>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청춘들에게 유럽여행 뽐뿌 일으키는 영화..!) 그리고 비엔나에서 하룻밤을 보내죠.

꿈같은 하루가 지나 이제는 헤어질 시간. 둘은 6개월 후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진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둘의 관계가 여느 연인들처럼 상투적으로 변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렇게 시간은 덧없이 흘러 6개월은 9년이 되었습니다.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제시는 둘의 만남을 책으로 써내 작가가 되었고, 이 책의 낭독회에 셀린느가 나타나며 둘은 파리에서 재회하게 되는데요.

마치 판타지와 같은 이야기를 다룬 <비포 선라이즈>와 달리 <비포 선셋>은 그보다 현실적인 부분에 닿아있습니다. 비엔나에서의 그들은 오롯이 둘뿐이었다면, 9년이 지난 후에 그들 곁엔 각자 사랑하는 사람이 있죠.

영화는 '79분간의 대화'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배우들의 대사가 주를 이룹니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삶과, 사랑, 그 시간 동안 변한 자신들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9년이라는 시간 후의 만남. 어긋난 약속 뒤의 하루는 그래서 더 소중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늘의 뒹굴뒹굴 VOD는 여기까지! 볼 영화 정하셨나요? 그럼 모두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씨네플레이 에디터 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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