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해외매체 ‘인디와이어’에서 최고의 바디 호러 영화 15편을 선정했다. 바디 호러는 기괴하게 변형된 인간의 신체를 통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장르다. 바디 호러 장르의 선구자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브루드>, <플라이>와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 스튜어드 고든의 <리-애니메이터>, 쥘리아 뒤크루노의 <로우> 등이 이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이외에도 여러 방법으로 혐오감을 주는 바디 호러 영화 10편을 소개한다.


<티탄>

<티탄> Titane (2021)

제74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은 어린 시절 교통 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는 알렉시아(아가트 루셀)가 기이한 욕망에 사로잡혀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바디 호러 영화가 충격적인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티탄>은 신체의 변형이 사람의 성격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탐구하는 사려 깊음을 보여준다. 전작 <로우>에서 채식주의자였던 수의학도가 숨겨진 식인 욕망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쥘리아 뒤크루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제인 도>

<제인 도> The Autopsy of Jane Doe (2016)

보안관의 다급한 의뢰로 신원미상 여인의 시체를 부검하던 토미(브라이언 콕스)와 오스틴(에밀 허쉬) 부자에게 공포스러운 일들이 벌어진다. 회색으로 변해버린 눈, 외상 없이 골절된 팔목과 발목, 잘려나간 혀와 같이 기묘한 흔적들이 시체에서 발견된다. 부검을 진행하면서 밝혀지는 소름 끼치는 흔적들은 영화의 긴장감을 더한다. 끔찍할 정도로 소름 끼치는 이 영화는 보여주는 장면만큼 장면을 생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제인 도>는 바디 호러 장르가 피가 잔뜩 나오지 않아도 스릴 있고 도발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크라임스 오브 더 퓨처>

<크라임스 오브 더 퓨처> Crimes of the Future (2022)

<비디오드롬>, <플라이>, <크래쉬>, <엑시텐즈> 등 바디 호러 장르의 선구자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초심을 살려 다시 돌아왔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바디 호러 장르 복귀작 <크라임스 오브 더 퓨처>는 2022년 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 중 하나였다. 영화는 멀지 않은 미래, 공연 예술의 일환으로 장기를 제거하고 다시 재생시키는 예술가 사울(비고 모텐슨)과 그의 파트너 카프리스(레아 세이두) 그리고 그들을 쫓는 국립 장기 등록소의 수사관 팀린(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이야기를 그렸다.


<터스크>

<터스크> Tusk (2014)

팟캐스터 월레스(저스틴 롱)는 전 세계를 탐험한 괴짜 하워드(마이클 팍스)를 인터뷰하기 위해 캐나다로 떠난다. 하워드의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들으며 월레스는 감탄한다. 술을 몇 잔 마신 월레스는 다음날 하워드의 집에서 깨어나고 바다코끼리로 개조된 자신을 발견한다. 케빈 스미스 감독은 팟캐스트에서 나온 바다코끼리 농담을 21세기 최고의 영화로 만들었다. <터스크>는 경이로운 생물과 결합된 충격적인 전개를 훌륭한 바디 호러의 한 작품으로 바꾸어 놓았다.


<포제서>

<포제서> Possessor (2020)

크로넨버그 가문에는 바디 호러 영화의 유전자가 있는 걸까. 브랜든 크로넨버그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아들이다. 브랜든 크로넨버그는 <포제서>로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을 확고히 하면서 아버지의 뒤를 따르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포제서>는 타인의 몸을 훔쳐 암살의 도구로 사용하는 조직을 따라간다. 알리바이는 물론 증거 인멸도, 탈출구도 필요 없는 신개념 암살자들이 활약하는 흥미로운 설정이 인상적이다. 특히 아버지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독특한 상상력과 탁월한 완성도를 그의 영화에서도 보여주며 뒤를 잇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레이저 헤드>

<이레이저 헤드> Eraserhead (1977)

컬트 무비의 귀재 데이빗 린치 감독의 장편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는 유례없는 기괴함과 독창성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디 호러 영화다. 잭 낸스가 완전하지 않은 형태의 아이의 아버지로 출연한다. 통통한 머리와 피부가 없는 지렁이 같은 어린 아이는 바디 호러 장르의 결정적 캐릭터 중 하나다. <이레이저 헤드>가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주인공이 큰 고통을 받는 바디 호러 영화가 아니라 바디 호러를 활용하여 주인공의 정신을 해체하는 데에 있다. <이레이저 헤드>는 데이빗 린치가 딸의 출생 기형과 린치가 교정 수술을 통해 강제로 앉아 있는 동안 겪은 고통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철남>

<철남> Tetsuo: The Iron Man (1989)

최고의 스피드를 꿈꾸는 한 남자가 고철을 이용해 발의 스피드를 올린다. <철남>은 악몽 같은 작품으로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 중 가장 보기 괴로운 바디 호러 영화 중 하나다. 영화는 한 남자가 허벅지를 벌려 쇠막대기를 집어넣는 것으로 시작한다. 상처가 구더기에 감염되는 다음 순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츠카모토 신야가 각본, 감독, 제작을 맡은 일본의 공포 영화로 소름 끼치는 이미지들의 잔상은 징그럽고 가차 없는 히스테릭한 시청 경험을 만들어낸다.


<티스>

<티스> Teeth (2007)

밋첼 릭텐스타인 감독이 연출한 <티스>는 2007년 선댄스 영화제를 발칵 뒤집어 놓으며, 15년이 지난 지금 가장 신선한 바디 호러 영화로 남았다. 성기에 이빨(공식적으로는 질 치아라고 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아름다운 고등학생 던(제니스 웨이슬러)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남자들을 무참히 잘라버린다. 던의 치아는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지만 자신의 자아와 성숙함에 대한 힘을 부여하게 되어, 스스로를 보호하고 스스로 동의할 때 성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비디오드롬>

<비디오드롬> Videodrome (1983)

바디 호러 장르에 대한 데이비드 크로낸버그 감독의 통달은 바디 호러를 연구하는 컬트 클래식 영화 <비디오드롬>으로 이어진다. 캐나다 토론토의 텔레비전 방송국 사장 맥스 렌(제임스 우즈)은 ‘비디오드롬’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쇼가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비디오드롬’은 잔인한 고문과 살인을 중심으로 무작위 희생자를 내는 바디 호러 프로그램이다. 초현실적 구성의 <비디오드롬>은 크로넨버그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난 바디 호러 영화로 평가받는다.


<슬리더>

<슬리더> Slither (2006)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히어로 무비 감독으로 익숙한 제임스 건은 <새벽의 저주>, <스쿠비 두> 등 작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감독으로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은 건 첫 연출작 <슬리더>를 통해서다. 외계인 침공 장르와 바디 호러 공포를 결합한 <슬리더>는 인간을 숙주 삼아 퍼져나가는 외계 생물체의 공포라는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한다. 핏빛의 민달팽이 형상의 외계 생물체는 인간의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 인간을 숙주로 삼는다. 감염된 사람들은 좀비가 된다. 제임스 건의 트레이드 마크인 코믹한 입담은 <슬리더>에서도 십분 발휘되어, 일반적인 바디 호러 영화보다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씨네플레이 봉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