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시즌 2 제작을 알리며 다시 한번 세계적인 신드롬을 예고했다. 이 작품에 또 다른 관심도 있다. 곧 열릴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이 어떤 결과를 낼지 많이들 궁금해한다. 에미상은 드라마, 버라이어티, 애니메이션 등 미국 방송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시상식이다. 특히 작년에는 OTT 서비스의 작품들이 절반이 넘는 수상 결과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오징어 게임>의 선전을 기대하며, 이 드라마처럼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에미상을 수상한 넷플릭스 작품을 돌아보자.
수호천사 울리 (Nobody's Looking) – 작은 행운을 위한 과중한 업무
브라질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시리즈 <수호천사 울리>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천사의 애환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빨간 머리에 작은 날개를 등에 달고 반소매 정장을 입은 수호천사들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인간의 안녕을 위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신입 천사 울리가 당연시해왔던 천사들의 규율에 의문을 품고 대형사고를 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된다. 엉뚱하긴 하지만 주인공이 던지는 질문에는 일리가 있고, 좋았던 의도와는 다르게 점점 악화되는 상황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수호천사들은 정형화된 이미지가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직장인과 다를 바 없이 일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천사들의 모습은 우리네 모습과 닮기도 했다. 기계적 시스템에 의구심을 가지고 동료들을 선동해 규칙을 어기는 울리의 모습도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울리 역을 맡은 배우 빅토르 라모글리아의 친근한 모습이 캐릭터를 미워할 수 없게 한다. 다만 넷플릭서들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하지는 못해 시즌 2의 제작이 무산된 점은 아쉽다. 화려한 영상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작품은 아니지만, 시즌 1만으로 종영하기에 소재의 독특함이 아깝게 느껴진다.
블랙 미러 (Black Mirror) – 드디어 시즌 6 제작 확정!
넷플릭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이 드라마만큼은 놓치지 마라"라고 할 때, <블랙 미러>는 꽤 상위에 매겨질 작품이 아닐까 싶다. 2018 에미상 TV 영화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에 빛나는 <블랙 미러>는 사실 처음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아니었다. 시즌 1이 2011년 영국의 지상파 방송 채널 4에서 시작했고, 시즌 3부터 넷플릭스에서 제작하게 되었다. 드라마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어두운 본능에 시선을 맞춘다. 첨단 기술이 도래한 세상에서 벌어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현실을 풍자하고, 반전을 배치해 장르적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시즌별로 3~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는데, 모두 개별적인 이야기를 다루기에 전편을 보지 않아도 관람에 큰 부담이 없다. 얼마 전 이 작품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출신 코미디언이자 제작자인 찰리 브루커는 지난 5월 버라이어티를 통해 시즌 6의 제작이 확정돼 캐스팅이 진행 중이며, 에피소드의 러닝 타임은 60분이 넘고 각 편이 영화처럼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시즌 사이 3년간의 공백이 발생한 이유는 제작자들이 이직하며 생긴 판권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작품인 만큼 시즌 6로 돌아올 <블랙 미러>의 관심은 벌써부터 뜨겁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에게 놀라움과 묵직한 메시지를 건넬지 기대된다.
에일리언 월드 (Alien Worlds) – "우주 어딘가에 생명체가 있을까?"에 대한 페이크 다큐 식 답변
<에일리언 월드>는 태양계와 흡사한 페가수스 행성을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천체 물리학자 디디에 쿠엘로의 논리를 전개하며 포문을 연다. 이후 지구의 생물과 실제로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는 행성의 생명체들을 번갈아 보여주는데(아직 실제로 생명체가 생존 가능한 행성은 발견하지 못했다), 중요한 건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우주 생명체는 모두가 허구인, 작품만의 상상력이라는 것이다. 대신 이 설정을 현실인 것처럼 가정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진행하며 색다른 재미를 자아낸다. 총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은 각각 아틀라스, 야누스, 에덴, 테라라는 가상의 행성을 조명하고, 지구와 행성의 물리적 특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응한 생물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틀라스는 대기 밀도가 높아 평생을 비행하며 생존하는 스카이 그레이저라는 외계 생명체가 있고, 극한의 환경인 야누스에서는 자웅동체인 펜타포드가 적응했다는 식의 그럴듯한 논리로 실제 현실처럼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매화마다 우주와 생명체의 모습을 상당 수준의 cg로 그려내어, 다큐멘터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힘을 느끼게 한다.
다크 크리스탈 : 저항의 시대 (The Dark Crystal: Age of Resistance) –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
1982년 영화로 개봉했던 <다크 크리스탈>이 시리즈물로 컴백했다. 원작 역시 머펫쇼의 장인인 짐 헨슨의 작품인데, 넷플릭스에서 극장판의 프리퀄을 다룬다. 다크 크리스탈을 악용하는 스켁시스에 맞서 평화를 되찾기 위해 모험에 나선 세 명의 겔플링의 이야기를 담았다. 캐릭터의 외형이 진입장벽이 될 수 있지만 막상 정주행을 시작하면 탄탄한 세계관과 연출에 놀랄 수밖에 없다. 특히 <다크 크리스탈> 세계를 간략적으로 소개하는 첫 장면의 시각적 즐거움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약 40년 전 극장판에서는 겔플링이 멸망하고 단 두 명 밖에 남아있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전개로 결말에 도달할지 상상력을 자극한다. 여담으로 <다크 크리스탈 : 저항의 시대 메이킹필름>을 보면 제작비의 압박과 퀄리티 사이에서 제작진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다. 2020년 에미상을 수상했지만, 시즌 2의 제작은 결국 무산되었다. 이제는 여타 걸작들과 같이 역사의 뒤안길에 남게 되어 아쉬움을 남긴다.
릭 앤 모티 (Rick and Morty) – <백 투 더 퓨처>의 매운맛 애니메이션
2021년 제73회 에미상에서 TV 만화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릭 앤 모티>는 주정뱅이 천재 과학자 릭이 철부지 손자 모티와 차원 간 모험을 떠나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다. <심슨가족>이나 <어드벤처 타임>을 기대하고 본다면 19금 매운맛에 놀랄지도 모른다. 할아버지 릭 산체스가 스미스 가족의 집에 얹혀살면서 각종 SF 적(?) 위기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이 사건에 가족들이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유쾌한 웃음을 빚어낸다. <릭 앤 모티>는 <The Real Animated Adventures of Doc and Mharti>라는 단편만화가 전신이다. 여러모로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아마 릭과 모티의 특징과 관계를 보면 바로 납득이 갈 것이다. 이외에도 <닥터 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같은 영국 TV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모습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유쾌하지만 괴이한 극중 세계관을 잔혹하고 폭력적인 묘사로 풀어내는 점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특이한 점은 릭과 모티 두 주연 캐릭터의 목소리를 저스틴 로일랜드 한 사람이 맡았다는 것이다. 방송사 어덜트 스윔은 처음에는 이를 반대했으나, 릭에게 대항하는 모티의 성격을 추가한 뒤 승인했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제작진은 시즌 1부터 숨겨놓은 비밀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작품을 정주행한다면 여러 요소가 새롭게 보일 듯하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