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도 BL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Boy’s Love의 줄임말인 BL 드라마는 주로 남성과 남성의 로맨스를 자극적이지 않고 풋풋한 청춘 드라마의 느낌으로 풀어낸다. 미드나 유럽의 퀴어 드라마에서는 자신의 확고한 성적 취향을 알고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반면, 아시아에서 주로 제작되는 BL 드라마의 특징은 이성애자였던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게 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스토리가 많은 편이다. 처음부터 남성이라서 좋아한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대상이 남성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설정과 묘사로 BL 드라마는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보편화되지 않은 국내에서도 큰 거부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번 빠지면 출구를 찾기 힘들지만, 접하기 전에는 생소할 수도 있을 BL 드라마를 단계별로 소개하니 입문자라면 아래 순서대로 감상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성세 (盛势)
남남의 연애가 아직 낯설고 부담스럽다면, 이를 코믹하게 풀어낸 중국 드라마 <성세>를 입문작으로 소개한다. <성세>는 모든 것을 갖춘 남자로 많은 여성의 사랑을 받지만, 정작 자신은 여성의 다리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샤야오의 이야기다. 샤야오를 짝사랑하는 한 여성은 샤야오의 무관심에 지쳐 자신의 친오빠 위안쭝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위안쭝은 여동생이 좋아하는 남자를 감시하며 쫓아다니고, 샤야오는 그를 떼어놓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데 두 사람은 그러면서 가까워진다. <성세>는 유치할 만큼 황당한 상황과 코믹함이 장점이며, 주인공들의 티키타카가 좋다. 흔한 키스신 하나 없고 아슬아슬하지만 절대 선을 넘지 않는 브로맨스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드라마에서는 둘의 사랑을 끊임없이 암시한다. 이 드라마의 유일한 아쉬운 점은 중국의 동성애 검열로 결말까지 공개가 되지 못하고 중단된 점이다. BL 드라마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게 해줄 작품으로 추천한다. (웨이브, 티빙, 왓챠)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30歳まで童貞だと魔法使いになれるらしい)
브로맨스로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면 판타지가 살짝 더해진 오피스 로맨스를 만나보자. 동정인 채 서른 살 생일을 맞은 회사원 아다치는 자신과 신체가 닿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다. 평소 자존감이 낮고 인생의 목표 없이 지루한 일상을 반복해온 아다치는 이 초능력으로 회사에서 인기가 많은 동료 쿠로사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비밀을 알게 된다. 이성애자인 아다치는 뜻밖의 비밀을 알고 당황해하는데 점차 쿠로사와와 가까워지고, 원치 않았던 능력으로 인해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의 변화를 보이며 달라진다. 일본 드라마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는 BL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주인공의 성장을 그리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에 딱 맞는 배우 아카소 에이지와 마치다 케이타, 두 사람의 케미가 사랑스럽고 설렘을 자아낸다. 홍보문구처럼 세상 가장 무해한 순도 100% 하트 워밍 로맨스로, 종영 이후에도 큰 인기를 얻으며 극장판 <체리마호: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가 최근 국내에 개봉하기도 했다. (왓챠)
보이프렌즈 (2gether: The Series)
태국 드라마 <보이프렌즈>는 시트콤에 가까울 정도로 코믹한 작품이다. 대학생이 되어 여대생과의 연애를 상상하던 따인은 생각지도 못하게 한 남학생의 고백을 받게 된다. 따인은 스토커처럼 자신을 쫓아다니는 그 남학생을 떼어내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학교 최고 인기남 사라왓에게 가짜 남자친구 행세를 부탁한다. 하지만 사라왓은 이 제안을 계속 거절하고, 따인은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사라왓이 있는 음악 동아리에 가입하려 애쓴다. <보이프렌즈>는 남학생을 쫓아내려다 다른 남학생을 좋아하게 되는 캠퍼스 청춘 로맨스물로, 매 장면 코믹하게 볼 수 있어 BL 드라마 입문자용으로 좋다. 주연 배우인 브라이트 와치라윗과 윈 메타윈 두 얼굴 천재의 애증 관계와 코믹 연기가 압권이며, 드라마의 등장인물 모두 코믹한 설정으로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드라마 속 배경이지만 여대생들이 측은할 정도로 남남 커플이 많이 등장하고 인물 설정이 모두 호감이라 최애 캐릭터를 손꼽기 힘들 정도다. 드라마 <보이프렌즈>는 폭발적인 인기로, 후속편인 <보이프렌즈: 스틸2게더>와 영화판까지 제작되는데 아쉽게도 국내 개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넷플릭스)
미나토 상사 코인 세탁소 (みなと商事コインランドリー)
2022년 신작 일본 드라마 <미나토 상사 코인 세탁소>는 제목처럼 코인 세탁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남남 로맨스다. 미나토 아키라는 무보수 야근으로 계속된 직장 생활로 건강이 악화되어 퇴사 후 고향에 돌아와 할아버지의 코인 세탁소 관리인으로 일한다. 어느 날 코인 세탁소에 키 크고 잘생긴 남자 카츠키 신타로가 손님으로 방문해 미나토는 그의 외모에 감탄하는데, 서른 살을 앞두고 있는 미나토는 상대가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흑심을 품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인 줄만 알았던 카츠키는 은근히 박력 있고 과감해 미나토에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아 그를 난감하게 만든다. 드라마는 카츠키의 계속되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애쓰는 미나토가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미나토 상사 코인 세탁소>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드라마 속 풍경과 싱그러운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은 청량감이 느껴진다. 1화부터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드라마이자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미나토 상사 코인 세탁소>는 매주 월요일마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웨이브)
영원한 1위 & 2위의 역습 (永远的第一名 & 第二名的逆袭)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대만은 BL 드라마도 다양하다. 호평 받은 BL 드라마가 많은 가운데 몰입도가 대단한 시리즈를 소개한다. 이 드라마는 시즌1 <영원한 1위>와 후속편인 <2위의 역습>으로, 두 작품은 드라마의 배경과 분위기와 완전히 다르다. 학창 시절부터 줄곧 가오스더에게 1등을 뺏기고 2등만 해온 저우수이는 짝사랑했던 여사친에게 고백도 못 하고 차이는데, 가오스더에게 그 약점을 잡혀 시종 노릇을 하게 된다. 드라마는 저우수이가 끔찍하게 싫어했던 가오스더를 따라다니면서 그에게 스며드는 캠퍼스 생활을 그리는 <영원한 1위>, 그리고 5년 후 직장인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 <2위의 역습>으로 진행된다. <영원한 1위>는 타 BL 드라마와 큰 차별성은 없지만 <2위의 역습>은 배우들의 대단한 감정 연기에 몰입해 감상하면 헤어 나오기 힘들 것이다. 앞서 소개한 해외 시리즈들과 달리 거침없는 애정표현과 강한 여운이 남는 시리즈다. (WeTV)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은빛유니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