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타고 있어요>

2020년과 2021년 사이 '동학개미운동'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주식 열풍이 불었다. 당시에 비하면 현재는 그 기세가 (아주) 살짝 줄었지만, '주식을 하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다'란 말이 떠돌 정도로 여전히 주식은 많은 이들의 관심사로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세태를 고스란히 반영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개미가 타고 있어요>가 8월 12일 공개됐다. 해당 작품은 '떡상기원 주식 공감 드라마'로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주식시장에 뛰어든 다섯 인물이 미스터리한 모임에서 만나 주식을 통해 인생을 깨닫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개미가 타고 있어요>

주식에서 '개미'라는 용어는 소액을 운용하는 개인투자자를 말한다. '개미’ 중 대다수가 주식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기에 주식으로 성공한 '개미'는 극소수다. <개미가 타고 있어요>는 이렇듯 현실적인 인물들이 등장시켜 보다 친밀하게 주식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에 집중한다.

주식투자로 전세 계약금을 날린 명품매장 판매직원 유미서(한지은), 나이 서른셋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선우(홍종현),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하루 벌어 하루를 즐기며 사는 강산(정문성),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족발집 사장 정행자(김선영), 퇴직한 영어 교사 김진배(장광)까지. 이렇게 다섯 인물이 <개미가 타고 있어요>의 주역이다. 시작한 계기는 다를지언정 주식을 하는 사람 대부분이 그렇듯 다섯 개미들은 ‘주식 떡상'을 통해 자신의 인생 역시 같이 상승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기적'은 말 그대로 기적인지라 주식을 시작할 때의 기대감과 자신감은 그래프가 내려감에 따라 점점 더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개미가 타고 있어요>는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괴물>의 최지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최지영 감독은 최근 몇 년 사이 “주식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관련 드라마는 없었다”며 "(그런 드라마를) 만든다면 주식을 하는 사람도, 안 하는 사람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았다"고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매회 본방송이 끝난 직후에 경제 유튜버 슈카가 등장해 주식의 기본 지식을 알려준다”고 덧붙여 다른 드라마와의 차별성을 예고했다.


금쪽이 개미 유미서 역 - 한지은

<개미가 타고 있어요>

남다른 입담과 센스로 백화점 명품관 판매왕 자리를 꿰찬 낙천적 성격의 유미서는 결혼을 앞두고 집값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시작한 인물이다. 친구의 '너만 알고 있어~"라는 말에 주식 시장에 뛰어든 그는 나날이 올라가는 수익률에 홀려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가 모조리 날리는 충격적 결과를 맞게 된다. 이 때문에 파혼까지 하게 된 유미서. 전 재산과 남편을 동시에 잃었으니 주춤할 법도 한데, 되려 그는 이후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며 ‘금쪽이 개미'를 자처한다.

유미서 역을 연기한 배우 한지은은 "디테일은 다르지만 주식에 입문하는 과정이 100% 똑같아서 미서란 인물에게 이입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단 500만 태워봐. 잃으면 내가 줄게' 이 대사는 주식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이 듣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주식을 하며 60% 손실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한지은은 <개미가 타고 있어요>에 대해 "주식이 관심사인데 다룬 드라마가 없어서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자칫 소재가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데 쉽고 유쾌하게 그려낸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출연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트라우마 개미 최선우 역 - 홍종현

<개미가 타고 있어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선우는 과거 어떠한 사건을 겪고 주식 트라우마를 가진 채 은둔형 외톨이로 살다가 막 사회에 나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유미서를 만나며 다시금 주식에 뛰어들게 된다. 주식 그래프를 보고 정신을 잃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는 최선우는 명문대 출신에 고급 외제차를 몬다는 설정까지 더해져 궁금증을 불러오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최선우 역을 연기한 배우 홍종현은 3년 만의 복귀작으로 드라마 <개미가 타고 있어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소재가 신선했다. 다섯 명의 개미가 등장하는 것과 각각의 상황이 현실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라도 이런 상황에선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공감했다"고 밝혔다. 주식 경험이 전혀 없던 홍종현은 작품을 위해 처음으로 주식에 도전하기도 했다고. 연기를 위해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소액을 넣었지만, 로그인이 되지 않아 이후 상황을 확인도 못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욜로 개미 강산 역 - 정문성

<개미가 타고 있어요>

앞날 따윈 생각하지 않고 세상 즐겁게 매일 춤판을 벌이는 프리터족 강산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슈퍼 개미가 되고 싶은 '욜로 개미'다. 강산 역을 연기한 배우 정문성은 캐릭터에 대해 "이전에 했던 역할 중 이번과 비슷한 역할은 없었다"며 "안타깝게도 '저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라는 실패 사례를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개미가 타고 있어요>에 투입한 이유에 대해 "주식 관련 드라마라고 해서 주식을 하나도 모르는데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상관없고 그냥 재밌는 이야기이더라. 주식 위주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주식을 통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출연하게 됐다"며 주식을 일절 모르는 사람도 이 드라마를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촉 개미 정행자 역 - 김선영

<개미가 타고 있어요>

맛집으로 소문난 족발집 사장인 정행자는 자식을 다 키운 뒤 인생의 낙을 찾던 중 오래된 종이 증권을 발견하며 주식을 시작하게 된다. 주식 고수가 되어 자유를 찾고 싶은 마음만은 진심인 인물로, 자신의 촉을 믿고 투자하는 ‘촉 개미’이다. 정행자 역을 연기한 배우 김선영은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해도 되나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공감이 갔다"고 말하며 "대본을 받고 새벽까지 읽었다. 너무 웃겨서 읽다가 남편을 쫓아갔다. 무조건 출연하고 싶었다”고 극찬해 궁금증을 유발했다.


노익장 개미 김진배 역 - 장광

<개미가 타고 있어요>

수십 년간 영어 교사로 재직하며 큰 굴곡 없이 살아온 김진배는 평소 땀 흘려 번 돈이야말로 값진 것이라 생각해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정년퇴직 후 쓸쓸함을 느끼던 와중 큰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친구를 보고 본인 역시 인생 2막을 살아보고자 주식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장관은 김진배라는 인물에 대해 "김진배는 정년퇴직하고, 사회에서 외톨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말하며 "(젊었을 때) 주식을 권했던 친구를 찾아가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데, 계속 깨진다. 작품 후반 부분에서 그가 어떻게 될지 기대해 달라"고 소개한 바 있다.

장광은 자신의 주식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30년 전에 우리나라에 주식이 처음 들어왔을 때 열풍이 있었다. 당시 돈으로 800만 원 정도 주식을 샀다. 40% 정도 날리고 재빨리 거둬들였는데, 모른 척하고 버텼어야 괜찮은 집을 마련했을 거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당시 해당 종목이 상장 폐지됐는데, 이후로 주식을 안 하고 있다"라고 밝혀 실제 경험을 작품 내에서 어떤 식으로 풀어낼 것인지 기대감을 안기기도 했다.


씨네플레이 김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