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2>. 스틸컷만 보면 뭐 무서운 건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겠죠?

안녕하세요?
씨네플레이의 귀염둥이 에디터 신두영입니다. 오늘 저는 회사에 지각하고 말았어요. 왜냐고요? 늦게 일어났으니까요. ㅎㅎ 왜 늦게 일어났냐! 뭐라고 하시면 할 말이 없는 게 맞지만, 변명할 거리는 있어요. 저는 어제 심야시간에 그것도 혼자(!) <컨저링2>를 보고 왔으니까요. 사실 볼까 말까 정말 말성였습니다. 전편인 <컨저링>을 본 입장에서 유추해보면 2편도 너무 무서울 것 같았거든요. 같이 갈 사람도 없고. 
그러다가 결국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제 회의 시간에 했던 말이 씨가 됐거든요. <컨저링2> 관련 글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회의 시간에 얘기했죠. 나름 이슈가 되는 영화니까요. 그런데 아직 영화를 안 봤잖아요. 혼자 보기 무섭다고 솔직히 얘기했더니 편집장이 그러더라고요. “자, 그럼 오늘 혼자 가서 보고 체험기를 써보는 걸로 합시다.” “네?” 결국 이렇게 된 겁니다.


엄마가 타다가 동생이 타다가 나에게 온 모닝에 시동을 걸었다. <컨저링2> 볼라고. 왜 그랬을까.

마지막까지 갈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사실 편집장의 말은 지나가는 농담이었거든요. 그런데 <컨저링2>가 궁금하기도 했어요. 무서워봐야 얼마나 무섭겠냐 싶다가 갑자기 옛날 일이 떠올랐습니다. 오래전 종로에 있는 어떤 극장에 (친)동생이랑 같이 임수정, 문근영이 나온다고 좋다고 보러 간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을 볼 때였습니다. 침대 밑으로 귀신이 막 나오는 장면이었던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죠. 옆에 있던 동생이 비웃었습니다. 저는 이 기억을 <컨저링2>를 통해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귀여워도 남자는 남잔데 공포영화 한편 못 보는 게 말이 돼! 하면서 예매를 했습니다. 이왕이면 심야시간으로 골랐죠. 새벽 1시로! 12시31분에 차에 탔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박수 소리 들리지 않나요? ㅎㄷㄷ.

새벽엔 역시 클래식이지. DJ가 말을 안 해서 좋아. ㅎ

흠.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버렸습니다. 극장까지 차로 10분도 안 걸리는데 너무 빨리 출발한 거죠. 평소 같았으면 딱 맞게 도착할 수 있게 했을 텐데. 어제는 좀 긴장했던 걸까요. 멍하니 차에 앉아 있다가 라디오를 틀었습니다. 93.1 주파수가 맞춰져 있더라고요. 천상의 목소리라는 조수미의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워는 개뿔! 왜 저는 무섭기만 하죠.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모두 일어나! 크게 외쳐라! 서울이 왔다! 서울이 왔다! <컨저링2> 나와라!

조수미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주변 사진 좀 찍어볼까 싶었어요. 극장 주변 소개도 좀 해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건 뭐, 새벽이라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가 주로 가는 상암CGV는 상암월드컵 경기장 안에 있어요. 북문쪽으로 오셔야 합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은 FC서울의 홈구장이기도 합니다. 왼쪽에 기념품샵이 보이네요.

어둠 속에 자신의 모습을 감춘 한때 축구 천재 박주영.

위의 사진에서 위치를 조금 옮겨봤습니다. 저 가로등 불빛을 예쁘고 찍어보고 싶었거든요. 아이폰5S의 카메라 초첨을 달리 했더니 그냥 컴컴하게 나오고 말았습니다. 사진 잘 찍는 블로거 형님들 진짜 대단하십니다. 저는 그냥 발로.

농구는 새벽에 해야 꿀잼.

주변 탐방 더 해봤어요. 사실은 오른쪽으로 방향만 튼 거지만요. 그런데 저쪽을 보게 된 이유가 있었어요. 글쎄. 새벽 1시가 다 돼 가는 시간에 농구를 하고 있더라고요. 사진에는 잘 보이지가 않네요. 진짜 실눈 뜨고 보면 사람들 보입니다. 굳이 가까이 가고 싶진 않았어요. 상암CGV를 찾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새벽 1시에도 농구할 수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성산시영아파트 상가에 있는 성산왕갈비 대박 맛있어요.

주변 탐방 또 들어갑니다. 아직도 상영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요. 근데 여기 어디지? 그냥 극장 주변 공원 정도라고 할까요? 상암CGV가 있는 상암월드컵경기장 주변은 다 이런 식으로 공원입니다. 호수가 있는 월드컵 공원도 있고 좀더 걸으면 한때 쓰레기 산이라고는 믿기 힘든 하늘공원도 있죠. 사진을 좀더 성의있게 찍을 걸 그랬네요. 에고.

상암CGV는 1층에 있어서 출입하기 좋아서 자주 이용합니다. 11층까지 엘리베이터 타고 가야 하는 불광CGV 극혐.

이제 대망의 입장입니다. 간판이 보이네요. 상암CGV에는 간판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맥스관이 있습니다. 아이맥스관 스크린 사이즈는 뭐 아담합니다. 아이맥스를 제대로 즐기시려면 가능하면 왕십리로 가시는 게. 맞다. 천호에 새로 생겼지. 거기로 가셔도 되고 알아서 하세요.

축구 경기 있는 날에 저 편의점은 그냥 대박나는 날. 저기 사장님은 좋겠다.

극장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출출해졌어요. 평소에 팝콘과 콜라를 즐기지 않아서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상암CGV 입구에서 뒤로 돌아서 지하철역쪽으로 한 100여 미터 가면 있습니다. 편의점 왼편으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습니다. 어두워서 사진에서 보이지는 않네요. 비가 올 때마다 야외에 노출된 에스컬레이터가 고장나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탔던 기억이 나네요.

정면에서 보는 극장 입구. 이번엔 진짜 들어갑니다.

다시 극장으로 고고!

<컨저링2> 티켓을 진짜 원하니?

먼저 티켓 발권했습니다. 어플 안 쓰냐고요? 평소엔 쓰죠. 어제는 통신사 포인트로 무료 영화를 예매했거든요. 시간 보이시죠? 새벽 1시5분 시작입니다.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너무 무서우면 어쩌지? 저의 귀여운 모습도 스크린에 비쳤네요. 자꾸 박수 치는 사람 누구야! 

멀리 보이는 미소지기님들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수고가 많으시네요.

늦은 시간이라 극장 로비는 한적합니다. 오른편에 보이는 2층에 올라가면 김현수 에디터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샵도 있고 또 뭐가 있더라. 아, 2층에 오락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네요.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왼편엔 골드클래스 상영관이 있습니다. 상암CGV가 나름 갖출 건 다 갖췄네요.

사진을 발로 찍어서 입간판인지 포스터인지 구분을 못하겠네요.

상영관 입구에 있는 컨저링 입간판(?) 한번 찍어봤습니다. 이때부터 진짜 심장이 벌렁벌렁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왜 이걸 보러 온 거지! 그냥 갈까 하기엔 늦었습니다.

여름 심야 상영관의 패션 트렌트는 반바지에 슬리퍼. 사진은 없지만 저도 트렌드에 맞춰 입고 갔습니다.

티켓 확인하고 상영관으로 들어갑니다. 저의 동지들이 보이네요. 20대로 보이는 남자 3명이 함께 <컨저링2>를 보러 왔더라고요. 딱 봐도 공포영화 마니아 같은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저들의 당당한 걸음걸이를 보라. <컨저링2> 따위 씹어먹어주마 하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제임스 완, 한판 붙자!

사진을 왜 이렇게 찍었는지 아는 사람 계신가요? ㅋㅋ

위무도 당당한 저의 동지들이 상영관으로 쏙 들어가는 사이에 저는 화장실을 찾았습니다. 영화 보다가 화장실 가고 싶으면 안 되잖아요? 아니다. 영화 보다가 무서워서 지리면 안 되잖아요. 화장실 내부 사진도 찍었습니다만 식사 중에 보실 분을 감안하여 화장실 입구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극장 외부에 있는 화장실보다 이곳이 한적하기 때문에 저는 늘 이곳을 이용합니다. 저의 깜찍한 모습이 여기도 비춰 있네요. ㅎㅎ

(저를 포함해) 혼자 오는 사람이 절반 이상인 나의 사랑 5관.

화장실 바로 옆 상영관은 구 무비꼴라쥬 현 CGV 아트하우스관입니다. 5관은 사이즈가 제일 작아 보입니다. 그래도 다양성영화를 자주 상영해주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상영관입니다. 오늘 상영시간표를 보니까 윤가은 감독 <우리들>이 저녁 시간에 상영되네요. 이 영화, 꽤 좋습니다.

저는 당당하게 프라임존에 앉았습니다. 프라임한 기분이 들지 않는 건 왜죠?

하이고~ 길고 긴 극장 주변 탐방과 극장 탐방을 끝내고 드디어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번에도 너무 일찍 왔나? 광고도 안 틀어주고 에이컨 소리만 들립니다. 이거 일부러 이러는 건 아니겠지? 에어컨 소리가 왜 이렇게 무서워요? 상영관 안에는 대략 10여명의 관객이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습니다. 아까 만난 우리 친구들 3명과 커플 2쌍 정도. 그리고 저. 맞다. 제 뒷자리에 또 혼자 온 남자 분 있었어요. 그분이 통화하는 내용을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듣게 됐습니다. 애인한테 전화하더라고요. 잘 자라면서.

멀리 제 모닝이 보이는군요. <곡성> 보고 나왔을 때 이 주차장을 지나며 온몸에 돋은 소름을 정리(?)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어라? 갑자기 주차장 사진이 나와서 많이 놀랐죠? 영화 끝났습니다. 2시간 금방 지나가네요. ㅎㅎㅎ 상영관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다르다더니 들어가기 전에는 보들보들 떨었는데 나올 때는 뭐 덤덤하네요. 제임스 완, 별거 아니네. 생각보다 안 무서웠습니다. 같이 있던 관객들도 다들 공포영화 고수인지 아무도 소리를 지르지 않더라고요. 물론 한 3번 정도 의자에서 엉덩이가 뜨고, 5번 정도 손에 땀을 쥐고, 10번 정도 스크린에 눈을 못 두고 극장 벽의 별 갯수를 세고 있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왔으니 매우 주관적인 <컨저링2> 간단 요약 들어갑니다.

1. 1편보다 안 무섭다. / 2. 그래도 무섭다. / 3. 사랑이 넘치는 공포영화다. 아이~ 캔 폴링 인 럽 윗 유~♪ / 4. 수녀 악령은 역시 마릴린 맨슨을 닮았다. / 5. 공포영화 마니아가 아니라도 볼 만한 영화다.

이제 집에 가려고요. 시간이 벌써 3시 반 가까이 됐네요. 부릉~ 시동을 걸고 저는 음악을 틀었습니다. 뭐 틀었냐고요? 바흐의 <마태수난곡>이요. 악령들은 바흐 음악 싫어하는 거 맞죠? <검은 사제들> 보니까 박소담이 연기하는 악령이 “망할 바흐” 그러던데. 사실은 <곡성> 보고 나왔을 때도 바흐 들었어요. 악쿠마 무서워! 흐음. 검색해보니 <검은 사제들>에 나온 바흐 음악은 칸타타(엥? 커피는 아닌데) 140번이라고 합니다. 이 음악 다운로드 받아놔야겠네요.

이상 <컨저링2> 심야에 혼자 보기 미션을 완수한 씨네플레이 귀염둥이 에디터 신두영이었습니다.

덧, 저는 이 글을 쓰는 와중에 계속해서 아래 동영상을 플레이하고 있었습니다.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있어(BWV.140 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