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1일. 고척 스카이돔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헤비메탈의 제왕'이라는 불리는 메탈리카의 내한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예상대로 남성이 많았고, 중년도 많았다. 1980~1990년대를 풍미했던 메탈리카와 그 시대를 함께 경험한 이들의 연대를 확인했다. 2만에 가까운 관객이 모여 함께 노래하고 기타 솔로를 입으로 따라했다.

공연은 정말 훌륭했다. 이제 겨우 새해가 시작했는데도 '올해의 공연'을 본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메탈리카의 컨디션도 좋았고 환경도 좋았다. 돔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울려퍼지는 사운드는 그전에 가졌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만큼 좋았고, 돔의 특성을 활용한 조명과 레이저는 쇼를 한층 더 빛나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메탈리카'의 공연 아닌가. 비록 자잘한 실수들이 있긴 했지만 공연 전체를 흠집낼 만한 건 아니었다. 제임스 햇필드의 보컬은 그 어느때보다 안정적이었고, 그 목소리와 연주의 굉음으로 만들어낸 숱한 명곡들에 현장에 있던 청중은 감동했다. 아직도 그날 들려줬던 'One'의 감동적인 무대가 종종 생각난다.
 
메탈리카의 공연을 보고 온 뒤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를 두 번 봤다. 공연의 여운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였다. 고척 스카이돔에서 'One'을 연주할 때 보여준 영상이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에서도 나오는 걸로 충분했다. 총 3번째 감상하는 영화(?)지만 매번 감상할 때면 헷갈리곤 한다. 이건 영화일까? 라이브 영상일까? 물론 영화로 분류하는 건 틀림없다. 네이버 영화에도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는 당당히 등록돼있고, '뮤지컬'과 '액션' 장르로 소개되어 있다. 위키백과에서는 '스릴러 콘서트 영화'라 설명한다.

영화에는 메탈리카 멤버들의 대사도 있고 깨알 같은 연기도 등장한다(베이스 연주자 로버트 트루히요 같은 경우엔 공연을 앞두고 오리걸음 같은 특유의 동작을 연습하는 장면도 나온다). 공연을 하기 전의 모습이나 공연 중간 멘트들도 영화를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중심은 단연 메탈리카의 콘서트 모습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화려한 무대를 꾸몄고 수만의 관객 앞에서 노래하고 연주한다. 데뷔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독특한 형식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음악가였고 자신들이 늘 해오던 콘서트 형식을 택했다.

줄거리.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에서 과연 '줄거리'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 속 '이야기'는 빈약하다. "세계 최고의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가 전석이 매진된 스타디움에서 팬들을 위한 강렬한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고 있을 때, 로드 매니저 '트립'(데인 드한)에게 어떤 물건을 찾아오라는 미션이 주어진다. 하지만, 트립의 차가 거리에서 큰 사고를 당하면서 그는 초현실적인 모험을 시작하게 되고…"라고 공식적으로 쓰인 영화 소개가 이야기의 거의 전부다. 부족한 부분은 메탈리카의 음악과 초현실적인 영상과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채운다.

영화에서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건 역시 메탈리카의 공연이다. 화려한 무대가 있고, 화려한 퍼포먼스가 있다. 30년이라는 메탈리카의 역사를 기록하듯 각 앨범들의 재킷이 영상으로 보인다. [...And Justice For All] 재킷에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상이 무대 위에 세워지고, 'Master Of Puppets'를 연주할 때는 역시 재킷에 있는 수많은 십자가들이 등장하는 식이다. 스타디움 밖에서 '트립의 대모험'이 펼쳐지지만 공연 모습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초현실적인 상황과 배경처럼 등장하는 메탈리카의 음악은 묘하게 맞아떨어지며 보는 쾌감까지 준다.
     
무대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제한된 장비로 공연할 수밖에 없게 됐을 때 "우리가 처음 차고에서 연습할 때 같다"며 데뷔곡인 'Hit The Light'를 연주하는 장면처럼 메탈리카의 팬이라면 더 재미를 느낄 만한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썼다. 말하자면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는 메탈리카의 팬이라면 만족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우리가 사랑해온 수많은 명곡들이 더없이 화려한 무대 위에서, 또 초현실적인 영상과 함께 어우러져 울려퍼진다.


김학선 /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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