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미국에서 개봉한 <링스>

지난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 2위에 <링스>라는 영화가 등장했습니다. 무슨 영화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본 공포영화 <링>의 미국 버전 영화였습니다. 1998년 등장한 영화 <링>의 명성이 미국에서 아직까지 유효한가 봅니다. 새삼 <링>이 어떤 영화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링>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거나 잊고 있었던 사실들을 소개합니다.

1998년 개봉한 <링>. 플레이 버튼 누르지 마세요.

1. <링>은 실화가 바탕이다
1998년 일본에서 개봉한 <링>은 스즈키 고지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원작 소설은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1910년 도쿄대학 철학학부 심리학과 조교수인 후쿠라이 도모키치 박사의 연구가 그것입니다. 그는 초심리학과 최면술을 연구했습니다. 투시력과 염력을 지닌 미후네 지즈코라는 여성을 대중에게 공개했지만 속임수라는 비난을 받았고 미후네는 1년 뒤 자살했다고 합니다. 후쿠라이 박사도 대학에서 쫓겨났는데 마지막에 그가 연구한 대상이 다카하시 사다코라는 여성이라고 합니다. 소설은 미후네 지즈코와 다카하시 사다코를 모녀 관계로 설정했습니다. 미후네 지즈코는 어머니인 야마무라 시즈코가 됐고 딸 사다코는 이름만 빌어왔습니다. 또 소설에서 사다코는 인터섹슈얼로 묘사된다고 합니다. XY염색체를 가지고 있는ㅡ 유전적으로는 남자지만 외모는 여성인 경우입니다.

<링스>. TV를 바닥에 엎어놓아도 귀신이 나타납니다.

2. 미국에서 개봉한 <링스>는 어떤 영화인가
새 영화 <링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링스>에서 궁금한 점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입니다. 잘 알파시피 원작 일본판 <링>에서 사다코는 TV에서 기어나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VHS 테이프에 녹화된 영상을 본 사람의 TV에서 기어나옵니다. <링스>에서도 사마라(미국 버전의 사다코)는 TV에서 나옵니다만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이제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는 비디오테크가 있는 집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2012년에 제작된 <링 3D: 죽음의 동영상>에서 저주받은 비디오테이프가 인터넷 동영상으로 대체된 것처럼 <링스>에서는 간편하게 이메일을 이용합니다. 제목은 ‘Watch me’. 곧바로 스팸메일함에 넣었다면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이제 사다코는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비디오테이프가 아닌 인터넷망을 타고 이동합니다. 예고편을 보니 심지어 남자 주인공이 타고 있는 여객기의 작은 모니터에도 출몰합니다.

<링스> 예고편. 자막은 없습니다만 영화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링스> 프로모션 몰래 카메라 영상.
나오미 왓츠가 출연한 미국 버전의 <링>

3. <링>의 미국 리메이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링>에서 촉발한 J-호러의 열풍은 할리우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002년 드림웍스가 고어 버빈스키 감독과 나오미 왓츠를 기용해서 동명의 첫 리메이크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일본판의 설정을 뼈대로 미국 현지화를 잘했습니다. 1편의 성공으로 2005년 2편이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2편에는 일본판의 감독 나카다 히데오가 직접 연출을 맡았습니다. 나오미 왓츠 역시 다시 출연했습니다. 2편은 1편의 명성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미국 버전의 1편과 2편 사이 <링스>라는 단편이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이 단편이 이번에 개봉한 <링스>의 토대가 됐습니다.

(왼쪽부터) 한국판 <링> 포스터와 해외 DVD. 한국판 <링>의 해외 제목은 <The Ring Virus>입니다.

4. <링>의 국내 리메이크 영화가 있다
일본판 <링>의 충격은 할리우드보다 한국이 더 빨리 받아들였습니다. 1999년 6월에 개봉한 한국판 <링>을 기억하시나요? 김동빈 감독 연출, 신은경 주연의 영화였습니다. 정진영, 김창완 등이 출연했습니다. 사다코의 이름은 박은서로 바뀌었습니다. TV에서 기어나오는 은서는 당시 신인이었던 배두나가 연기했습니다. <링>은 배두나의 스크린 데뷔작입니다.

이탈리아 공포영화 <데몬스 2>

5. TV에서 귀신이 튀어나오는 건 <링>이 처음이 아니다
<링>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건 TV에서 사다코가 기어나오는 장면일 겁니다. 그런데 사실 TV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건 <링>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 아닙니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데몬스2>라는 영화에서 좀비가 TV에서 튀어나옵니다. 유튜브에서 검색을 해보니 나름 특수효과도 잘 쓴 것 같더군요. 다만 사다코만큼 공포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데몬스 2>의 감독 람베르토 바바는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공포영화 감독 마리오 바바의 아들입니다. 이탈리아 공포영화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왼쪽부터) 만우절 농담으로 만들어진 포스터와 실제 국내 개봉한 <사다코 대 카야코> 포스터.

6. <사다코 대 카야코>라는 영화는 농담이 현실이 된 경우다
올해 1월 <사다코 대 카야코>라는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링>의 사다코와 <주온>의 카야코가 싸우면 누가 이기냐 이런 컨셉입니다. 원래 이 영화는 2015년 만우절 농담으로 만든 포스터에서 시작됐습니다. 위의 왼쪽 포스터 가운데 문구를 해석하면 “이 싸움은 1일에 끝난다”입니다. 만우절임을 암시하는 카피입니다. 팬들의 농담은 현실이 됐습니다. 정말 영화가 제작된 거죠. <사다코 대 카야코>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씨네플레이 글을 확인해보세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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