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아이덴티티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안야 테일러 조이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맥어보이에게 23인분의 출연료를 지급하라!
★★★☆

사건을 쌓아가다가 의도치 않은 방향에서 한 방 먹이는 것은 샤말란의 특기이자 장점인 동시에 한계로도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샤말란에게 진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괴한 상상력이다. <23 아이덴티티>는 그러한 상상력이 심리극을 만나 영리하게 발휘된 결과물이다. 반전을 조금 비튼 방식의 결말로, ‘반전으로 흥하고 반전으로 망한 샤말란이라는 일각의 야유를 대범하게 뒤집기도 한다. 어떤 식이든 뒤집기의 대가이긴 한 셈. 다만, 이야기 패턴이 몇 번 반복되는 탓에 지루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그리고 제임스 맥어보이. 누군가에겐 샤말란의 영화가 아니라, 맥어보이의 영화로 기억될 공산도 크다. 그에게 23인분의 출연료를 지급하라!



싱글라이더
감독 이주영 출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쓸쓸한 여백을 바라보듯
★★★☆
인물에게 꼭 필요한 말만 허락하고, 감정과 상황의 공기로만 극을 끌고 가는 담백한 연출의 묘. 불안정한 앵글, 조금씩 어긋나는 듯한 대화 톤 등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는 극의 반전이 밝혀지면 충분히 납득 가능하게 설계된 장면들이다. 모든 퍼즐 조각이 맞아 떨어졌을 때 느껴지는 건 쾌감이 아닌 쓸쓸함이다. 짙은 여운을 남기는 이병헌의 연기이기에 가능했다. 극장을 나설 때 기약 없는 미래가 아닌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비밀을 활용한 효과적 구성
★★★
추락이 그 시작이다. 사회적 사형을 선고받은 재훈은, 잊고 있던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 나선다. 재훈이 가진 비밀을 활용한 영화의 구성이 매력적이다. 현대인이 직면한 삶의 방향성에 대한 질문 역시 효과적으로 구현된다. 다만 철저히 혼자인 채로인 재훈의 여행이 결국 혼자의 것에 그친다는 점은 아쉽다. 반전의 효과를 떠나, 가족 간의 결속과 파국의 표현이 좀 더 엿보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 대사의 도움없이, 유영하듯 재훈의 심리상태를 끌고가는 이병헌의 연기가 극의 중심축을 단단히 이루어준다.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덤덤한 화법으로 꼬리긴 여운을
★★★☆
 
반전이 중요하게 기능하는 영화이나, 반전보다 인상적인 것은 작품 전체를 두르고 있는 담백한 공기의 결이다. 공간과 공간 사이, 인물과 인물 사이, 대화와 대화 사이에 사색적 여백을 만들어내며 여진을 남긴다. 이병헌 역시 산문보다는 시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다. 그의 얼굴에서 새어나오는 울음과 회한은, 지켜보는 이의 마음에도 깊은 우물을 만들어낸다.


문라이트
감독 배리 젠킨스 출연 알렉스 히버트, 애쉬튼 샌더스, 매허샬라 알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따뜻한 색, 블루
★★★★☆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감정이 거의 손실율 없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되는, 매우 희귀한 사례의 영화. 굳이 분류하자면 성장 영화인데, 이런 식으로 뭉뚱그리는 표현이 퍽퍽하게 느껴질 만큼, 영화의 결이 섬세하게 살아 있다. 관람하는 영화가 아니라 체감하는 영화. 영화를 보고 나면 왠지 영화의 색들이 몸에 묻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이 안에 한 사람의 인생이 흐른다
★★★★
처음부터 존재할 필요도 없었으나 저절로 쌓였던 선입견은 영화를 보는 동안 부드럽게 무너진다. 한 사람의 인생을 성정체성이나 인종의 틀로 바라보는 것은 얼마나 편협한 사고란 말인가. <문라이트>를 본다는 건, 소년이 어른으로 자라나며 보는 것과 경험하는 것, 그리고 그가 듣는 이야기에 온전히 눈과 귀를 내어주는 경험 그 자체다. 그의 인생 안에서 분기점이 되는 순간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인물을 깊숙이 이해하려는 시도. 이는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가장 순수한 욕망일 것이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스크린에 새겨 넣은 단 한 문장. “달빛 아래에선 모두 푸르게 빛난다.”
★★★☆
흑인, 퀴어, 성장영화 등 어떤 분류를 하건 무의미하다. 이것은 온전히 배리 젠킨스의 호흡으로 빚어낸 배리 젠킨스의 영화다. 형식적은 운율이나 내재적인 구성 모두 서사적이라기보다는 시적이다. 타인의 잔혹한 시선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달빛 아래 모두 푸르게 빛나는이미지를 향해 나아가는 이미지와 사운드. 종종 과잉처럼 보이기도 하고 카메라가 앞서나가기도 하지만 형식과 내용을 일치시키려는 시도들이 믿음직스럽다. 단 한 장의 이미지로 기억되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영화.


루시드 드림
감독 김준성 출연 고수, 설경구, 박유천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자다 나올 뻔
★☆

기본 소재와 설계도는 흥미롭다. 그러나 손에 쥔 패를 구체화시켜나가는 아이디어는 납작하고도 납작하다. 신과 신 사이의 리듬감을 매만질 줄 모르는 영화는, 결말에 끼워맞춰 캐릭터들을 운용한 탓에 우연을 남발하기도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을 이 영화의 걸림돌로 거론하는 분위기인데, 말은 바로 하자. <루시드 드림>의 패착은 <인셉션>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핵소 고지
감독 멜 깁슨 출연 앤드류 가필드, 빈스 본, 테레사 팔머

송경원 <씨네21> 기자
고통을 착취하는 이미지. 무엇을 위한 지옥도인가.
★★☆
2차세계대전에서 의무병으로 활약했던 데즈먼드 도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전장에서 비폭력의 신념을 지키면서 수많은 인명을 구한 군인의 일화는 충분히 극적이다. 문제는 비폭력의 숭고를 부각시키는 방식이 매우 폭력적이란 점이다. 전장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으나 끔찍한 지옥도를 보여준다기보다는 하드고어 이미지 자체를 즐기는 쾌감으로 치장되어 있단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주제와 형식의 완벽한 불일치.
 


존 윅 - 리로드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 데이빗 레이치 출연 키아누 리브스, 브리짓 모이나한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총을 든 파괴왕
★★☆

이미 다음 시리즈까지 염두에 둔 <존 윅 - 리로드>의 물량 공세는 상당하다. 전설적인 킬러 존 윅(키아누 리브스)은 전편보다 더 많이 죽이고 더 많이 피 흘린다.화력이 보강되고 살인의 명분이 확실해진 자리에 남는 것은 강력한 자극이다. 1인칭 슈팅게임처럼 리얼한 총격전과 뼈가 으스러지는 파열음이 고막을 내리꽂는 격투는 키아누 리브스가 안쓰러울 정도로 파괴적이다. 비슷비슷한 액션이 미지근했던 관객에게는 만족스러울 선택.

송경원 <씨네21> 기자
액션의, 액션에 의한, 액션을 위한
★★★☆
속편은 정해진 것처럼 덩치를 불리기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균형을 잃은 공갈빵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존 윅>도 스케일을 키운 건 마찬가지지만 다행히도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온전히 액션이 집중한 구성이 빛나는 건 바로 그 액션 장면들이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액션과 캐릭터, 2가지만으로도 흥미로운 영화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한 속편. 스타일리시 그 자체.


미인어
감독 주성치 출연 임윤, 덩차오, 나지상

송경원 <씨네21> 기자
어설프고 착해서 더 행복한 이야기
★★★
주성치 더하기 인어공주. 설명은 이걸로 충분하다. 주성치 없는 주성치 영화를 아쉬워할 수도 있겠지만 특유의 유머 코드와 페이소스는 여전하다. 다만 좀 더 대중적이고 좀 더 규모가 커지고, 좀 더 친절해졌을 따름이다. 직선의 이야기는 보기에 따라선 지나치게 만화적이다. 그럼에도 끝내 마음을 두드리는 선한 시선. 의도적인 조악함이 의외의 웃음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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