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쓸쓸한 여백을 바라보듯
★★★☆
인물에게 꼭 필요한 말만 허락하고, 감정과 상황의 공기로만 극을 끌고 가는 담백한 연출의 묘. 불안정한 앵글, 조금씩 어긋나는 듯한 대화 톤 등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는 극의 반전이 밝혀지면 충분히 납득 가능하게 설계된 장면들이다. 모든 퍼즐 조각이 맞아 떨어졌을 때 느껴지는 건 쾌감이 아닌 쓸쓸함이다. 짙은 여운을 남기는 이병헌의 연기이기에 가능했다. 극장을 나설 때 기약 없는 미래가 아닌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비밀을 활용한 효과적 구성
★★★
추락이 그 시작이다. 사회적 ‘사형’을 선고받은 재훈은, 잊고 있던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 나선다. 재훈이 가진 비밀을 활용한 영화의 구성이 매력적이다. 현대인이 직면한 삶의 방향성에 대한 질문 역시 효과적으로 구현된다. 다만 철저히 혼자인 채로인 재훈의 여행이 결국 혼자의 것에 그친다는 점은 아쉽다. 반전의 효과를 떠나, 가족 간의 결속과 파국의 표현이 좀 더 엿보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 대사의 도움없이, 유영하듯 재훈의 심리상태를 끌고가는 이병헌의 연기가 극의 중심축을 단단히 이루어준다.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덤덤한 화법으로 꼬리긴 여운을
★★★☆
반전이 중요하게 기능하는 영화이나, 반전보다 인상적인 것은 작품 전체를 두르고 있는 담백한 공기의 결이다. 공간과 공간 사이, 인물과 인물 사이, 대화와 대화 사이에 사색적 여백을 만들어내며 여진을 남긴다. 이병헌 역시 산문보다는 시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다. 그의 얼굴에서 새어나오는 울음과 회한은, 지켜보는 이의 마음에도 깊은 우물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