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의 난장판
★★★☆
감각적 연출과 감미로운 OST 덕에 이따금 깜빡 속고 말지만, <클로저>는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한 인물들의 난투극이다. 우리는 네 주인공의 사랑이 유지되는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충돌하고, 한없이 비열하며 너절해지는 ‘순간’만을 목격할 수 있을 뿐이다. 인물의 심리나 사랑의 속성을 우선 탐구하는 영화인 듯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배신과 관계의 파국만을 반복해 그리면서 순간의 파열음만을 좇는, 한없이 가학적인 구조에 더 몰두하는 극이다. 연극 원작을 지닌 태생적 이유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여전히 낯선 타인
★★★★
“Hello, stranger?” 길에서 만난 여자와 남자는 그래서 가까워졌을까. 만남-사랑-배신-재회의 시간 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낯선 사람으로,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는 타인으로 남겨진다. 사랑의 여러 속성 중, 이기적이고 철부지적인 면을 도려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13년 전 작품을 또 봐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하다. 이 작품은 당신이 어떤 나이-어떤 상태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여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