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플랜
감독 최진성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K=1.5
★★★
잘 만든 다큐다. 음모론 입장의 논란 제기가 아니라, 철저히 팩트와 과학과 숫자를 토대로 ‘K=1.5’라는 사실을 도출한다. 여기서 <더 플랜>은 지향점을 향해 직진한다. ‘K=1.5’를 ‘K=1’로 만들기 위한 시스템의 변화와, 허점 많은 컴퓨터 대신 사람의 손에 먼저 투표지를 쥐어야 한다는 것. 이것은 반드시 현실이 되어야 하는 바람이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합리적 의심이 필요한 이유
★★★
2012년 대선 개표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며 출발하는 다큐멘터리. 전자개표 시스템의 문제점을 숫자를 통해 증명하려 한다. 무턱대고 선동하지 않는 신중함이 설득력을 더한다. 물론 완벽한 증명이란 존재할 수 없고, 설명도 다소 복잡하며, 주장에 대한 반박의 여지도 있다. 다만 시스템에 결함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충분하고,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그걸 지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의문을 던졌으니 납득 가능한 설명이 필요하다.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감독 딘 이스라엘리트 출연 데이커 몽고메리, 나오미 스콧, RJ 사일러, 베키 지, 루디 린

송경원 <씨네21> 기자
때 빼고 광낼수록 심심해지는 이상한 게임
★★★
할리우드 버전 전대물. 어떤 재료를 가져와도 할리우드식으로 녹여내는 소화력은 새삼 놀랍다. 미국식 유머로 버무린 적당한 하이틴 성장물에서 시작해 매끈한 히어로물로 마무리. 원작의 아날로그 감성이나 움직임을 살리려 애쓴 흔적이 다소 보이지만 바꿀 부분은 확실하게 바꿨다. 표현이 복잡하고 세련될수록 매력이 반감되는 딜레마. 애초에 원작을 이길 순 없는 게임이지만 (원작 팬이 아니란 전제 하에) 이 정도면 나름 준수한 변주.


파운더
감독 존 리 행콕 출연 마이클 키튼, 닉 오퍼맨, 존 캐럴 린치

이화정 <씨네21> 기자
주의. 성공신화 아님
★★★
맥도날드 창립자 레이 크록의 성공사. 성공신화처럼 시작하지만 영화의 지향점은 다른 곳에 가 있다. 한 인간의 야망과 성취,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던 시대의 흐름을 조망함으로써,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게 만든다. 마이클 키튼의 확신에 찬 표정 안에, 햄버거가 아닌 땅을 획득해나가는 거대기업 맥도날드의 씁쓸한 '개척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럼에도 맥도날드 소재의 영화는, 엔딩크레딧과 함께 맥도날드를 먹고 싶게 하는 이상한 귀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프랜차이즈의 이면
★★★
맥도널드의 설립자 레이 크록에 대한 작품. 술수 좋은 한 사업가의 탐욕스러운 스토리는 실화 영화의 범주를 넘어, 자본주의를 통해 미국 사회를 바라보게 한다. 감독의 연출력보다 배우의 연기가 앞서는 영화. 주인공을 맡은 마이클 키튼은 특유의 광기 이미지를 잘 살려 역사적 인물에 접합시킨다.


클로저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의 난장판
★★★☆
감각적 연출과 감미로운 OST 덕에 이따금 깜빡 속고 말지만, <클로저>는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한 인물들의 난투극이다. 우리는 네 주인공의 사랑이 유지되는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충돌하고, 한없이 비열하며 너절해지는 ‘순간’만을 목격할 수 있을 뿐이다. 인물의 심리나 사랑의 속성을 우선 탐구하는 영화인 듯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배신과 관계의 파국만을 반복해 그리면서 순간의 파열음만을 좇는, 한없이 가학적인 구조에 더 몰두하는 극이다. 연극 원작을 지닌 태생적 이유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여전히 낯선 타인
★★★★
“Hello, stranger?” 길에서 만난 여자와 남자는 그래서 가까워졌을까. 만남-사랑-배신-재회의 시간 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낯선 사람으로,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는 타인으로 남겨진다. 사랑의 여러 속성 중, 이기적이고 철부지적인 면을 도려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13년 전 작품을 또 봐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하다. 이 작품은 당신이 어떤 나이-어떤 상태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여질 테니까.


아버지와 이토씨
감독 타나다 유키 출연 우에노 주리, 릴리 프랭키, 후지 타츠야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노인을 위한 집은 없다
★★★
가족 내 세대 갈등이 우스꽝스럽게, 혹은 공감에 기반한 짜증을 유발하며 펼쳐지는 가운데 '노년 세대가 갈 곳은 어디인가'라는 짐짓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적어도 주인공들은 문제를 피해다니기만 하지는 않는다. 이토 씨라는 의뭉스러운 인물이 윤활유로 기능하도록 한 아이디어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은 코믹함을 갖춘 영화가 됐다. 대단한 영화적 성취를 짚어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관객과의 소소한 공감에 충실하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일본판 ‘가족의 탄생’
★★★☆
“타다이마(다녀왔어, 다녀올게)”라는 대사가 이토록 뭉클하게 들리는 영화도 없다. 장기 불황을 겪는 일본의 가족 붕괴를 정면에서 응시하는 영화. 30대, 50대 프리터와 70대 베이비부머 세대로 꾸려진 대안 가족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는 법을 터득한다. 우에노 주리, 릴리 프랭키, 후지 타츠야 등 각 세대를 대표하는 일본 배우의 얼굴과 연기도 선명하다.


콜로설
감독 나초 비가론도 출연 앤 해서웨이, 제이슨 서디키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황당하지만 괜찮아 
★★☆
아마도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장 비중 있게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일 듯. 지구 반대편과 연결되는 기괴한 나비 효과를 괴수와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SF 판타지와 결합시킨다. 정치적이거나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지도 많지만, 그냥 이 영화가 지닌 황당무계한 상상력 그 자체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엉뚱 발랄 괴수 판타지
★★★
서울에 거대 괴수가 나타났다는 설정만으로 한국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 부천에서 촬영했다. 앤 해서웨이는 안 왔지만. 할리우드 스타가 출연한 SF 블록버스터를 예상하겠지만 기획 단계부터 작정하고 ‘B무비’로 기획한 영화다. 나초 비가론도 감독이 앤 해서웨이에게 보낸 시나리오에 “정말 이상한 걸 원한다고 했죠?”라는 쪽지를 붙인 일화처럼, 영화는 엉뚱하고 귀엽고 코믹하고 스릴 넘치는 괴수 판타지의 재미로 채워졌다.  


모놀리스
감독 이반 실베스트리니 출연 카트리나 보우든, 닉슨 호지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관객 몰입 잠금 모드
★☆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안전한 차가 나와 가족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수단으로 돌변한다면. 설정은 참신하고 기발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계속 브레이크가 걸린다. 인공지능 차 안에 갇힌 어린 아들을 구하려는 엄마의 눈물 나는 사투보다 ‘망치기 선수’라고 자조하는 엄마의 잘못에 자꾸 초점이 맞춰진다. 연출도 캐릭터도 자동차 계기판의 경고 신호를 무시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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