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는 얼마 전 <파운더>를 봤습니다. 맥도날드 창업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맥도날드 주식회사를 설립한 인물인 레이 크록의 전기영화인데요. 레이 크록이란 인물의 장단점을 드러내면서 관객이 레이 크록의 업적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만드는 객관적인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시에 레이 크록에게 응원과 비난의 양가적 감정을 갖게 한 배우, 마이클 키튼의 얼굴이 내내 기억나더라고요. 그래서 마이클 키튼의 대표작, 어떤 영화들이 있었는지 되짚어 봤습니다.


먼저 바이오그래피를 간단히 살펴볼까요.

마이클 키튼 Michael Keaton

본명은 마이클 존 더글러스로, 1951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코라오폴리스에서 출생했습니다. 피츠버그의 공영 방송사에서 프로그램 어시스턴트로 일하다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코미디 그룹에서 코미디언으로 일하는 동안엔 직접 프로그램의 각본을 쓰기도 했습니다. 배우로 더 성공하고자 LA로 이주해 지냈고, 미국배우조합의 규정에 따라 마이클 키튼이란 예명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선배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 뒤 론 하워드가 연출한 <뉴욕의 사랑>(1982)에 출연하며 널리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잘 알려진 배우인데다 작품도 많아서 고르기가 어려웠습니다만,
마이클 키튼을 알고 싶다면 꼭 봐두면 좋을 영화 다섯 편을
에디터 마음대로 골라봤습니다.

1. <비틀쥬스>(1988)
마이클 키튼이 배우로서 크게 발돋움할 수 있던 건 전적으로 팀 버튼 감독 덕입니다. 팀 버튼의 기괴한 상상력과 귀여움이 빛을 발한 작품, <비틀쥬스>에서 마이클 키튼은 유령들을 위해 집에서 산 사람을 퇴치해주는(!?) 음흉한 비틀쥬스를 연기했습니다. 에디터에게도 (물론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세 번 이름을 부르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는 비틀쥬스가 내 앞에도 나타나주면 좋겠다고 바라던 소녀 시절이 있었죠.


2. <배트맨>(1989)
마이클 키튼의 또 다른 인생작, <배트맨> 시리즈 역시도 팀 버튼과 협업한 작품입니다. 프로젝트 자체가 배트맨 탄생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리메이크한 시리즈였죠. 제작 중 이런저런 일이 생겨 10년쯤 늦게 세상에 다시 나온 시리즈입니다. 팀 버튼의 <배트맨>(1989) 캐스팅 소식이 처음 떴을 때 분위기는 마이클 키튼=비틀쥬스=!?’였기에 제작사 워너브러더스의 주가가 잠시 휘청였을 정도로 배트맨 팬들로부터 원성이 굉장했습니다. 하지만 마이클 키튼은 그간 여러 시리즈를 거치며 가벼운 만화 주인공처럼 치부된 배트맨을 보다 원작에 가까운 어두운 캐릭터로 완벽 소화했고, 이러한 캐릭터 연출 방식은 훗날 만들어지는 많은 프랜차이즈 슈퍼히어로 영화에까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잭 니콜슨과의 환상적인 팀워크도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를 전설의 반열에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죠. <배트맨>은 가히 그해 최고의 블록버스터였습니다.


3. <퍼시픽 하이츠>(1990)
환장대환장…. 몹시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고구마 스릴러입니다. 마이클 키튼은 평범한 커플 소유의 집에 세입자로 들어간 카터 헤이즈를 연기했습니다. 집안에서 축출당한 뒤 남의 신분으로 살면서 거머리처럼 타인의 집과 돈에 기생해 살아가는 남자입니다. 실제 이름은 제임스 댄포드, 카터 헤이즈라는 이름조차 가명이죠. 그의 타깃이 된 커플은 신분도 뺏기고, 집도 뺏기고, 유산까지 하는 등 온갖 고난을 겪다 그로부터 빠져나갑니다. 특유의 무표정 속 잔혹성과 비열함이 무척 잘 드러난 캐릭터입니다. 특히 그가 바퀴벌레를 손가락 위에 올리고 뭔가 일을 꾸미는 장면에서, 마이클 키튼이 그 장면을 실제로 찍은 것인지 에디터는 몹시 궁금했습니다. ㅠㅠ 거의 30년 전의 JW 메리어트 호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컬버 시티 지점이었습니다더 뒤에 나온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도 생각납니다. 


4. <버드맨>(2014)
2000년대 이후 한동안 마이클 키튼은 약간의 침체를 겪었습니다. 꾸준히 작품은 하였으나 흥행도 평가도 그저 그런 정도였죠. <버드맨>은 그의 전성기를 되찾아준 작품입니다. 마이클 키튼이 연기하는 리건은 한때 슈퍼히어로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퇴물 취급을 받고 있는 배우입니다. 영화는 그가 영화계를 떠나 브로드웨이에서 재기를 꿈꾸며 겪는 방황을 그립니다. 커리어 초기, ‘배트맨캐릭터로 승승장구했으나 침체기에 접어든지 오래였던 마이클 키튼의 당시와 중첩되는 구석도 있었죠. 불안과 강박으로 꽉 찬,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5. <파운더>
마이클 키튼은 나이 든 믹서 외판원이었다 훗날 맥도날드 주식회사의 창업주가 되는 레이 크록을 연기합니다. 레이는 직업 특성상 길거리 음식을 자주 먹습니다. 길거리 음식 매장들의 주문 오류, 무성의한 조리, 지나친 대기 시간에 지칠대로 지쳐 있던 레이는 어느 날 신개념 레스토랑에 가게 됩니다. ‘가족 경영을 모토로 하는 맥도날드 형제의 패스트푸드점입니다. 레스토랑의 스피디 시스템, 시그니처 황금 아치, 우아한 타이틀에 매료된 레이는 맥도날드 형제와의 협업을 시작하고, 이들의 아이디어를 법적으로 갈취한 뒤 맥도날드 주식회사 CEO가 됩니다. 현대인들은 맥도날드를 사 먹는 걸까요, 맥도날드라는 브랜드를 사 먹는 걸까요? 레이는 흠잡을 데 없는 사업가입니다. 진취적이고, 긍정적이고, 성실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열망을 위해 주변은 돌아보지 않는 비인간적인 야심가이기도 하죠. 남편의 무심함에 말라가는 소심한 아내와 맥도날드를 탄생시킨 야심 없는 형제는 불도저와 같은 그의 직진에 고통 받습니다. 마이클 키튼 특유의 무표정과 광기 어린 눈은 레이 크록이란 실존 인물의 이중성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몇 가지 이야기가 더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다른 많은 훌륭한 배우들이 그렇듯, 마이클 키튼도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를 종종 해왔습니다. <붉은 돼지>(1992)의 미국 개봉버전에서는 주인공 포르코 롯소(원래 이름은 마르코 파곳’)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습니다. 픽사의 <>(2006) < 2>(2011)에서는 만년 2위의 야심 넘치는 베테랑 레이싱카 힉스의 목소리를, <토이 스토리 3>(2010)에선 바비 인형 켄의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2008년엔 직접 연출한 영화 <메리 젠틀맨>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습니다. 케이트(켈리 맥도날드)와 모종의 비밀을 간직한 암살자 로건의 우정을 그리는 영화로, 마이클 키튼이 로건을 직접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외신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은데, 에디터도 보지 못한 영화라 어떤지 알 수가 없네요. 현재로선 그의 유일한 연출작입니다. 언젠가 감독 마이클 키튼을 또 볼 수 있을까요?
 
마이클 키튼이 참여하는 <덤보> 실사 영화와 <비틀쥬스 2>의 제작이 한창 진행 중인 지금, 그는 오는 7월 개봉할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메인 빌런 벌처로 먼저 관객을 만납니다. 한 네티즌은 그가 과거 배트맨을 연기한 것을 빗대 “DC에서 마블로 이적하면서 직업도 바꿨다고 했습니다. (ㅋㅋ) 전기공학자였던 벌처는 하늘을 날 수 있는 수트를 개발해 그것으로 스파이더맨과 맞섭니다. 이번에도 버드맨이네요. 기대해봅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