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어떤 버릇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감독들도 찍는 영화마다 버릇처럼 나오는 장면들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 언뜻 사소해 보이지만 감독들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 '시그니처 샷'들을 모았습니다.


웨스 앤더슨
- 좌우대칭 샷, 유니폼
<판타스틱 Mr. 폭스>,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는 좌우대칭입니다. 사소한 장면이어도 대칭을 꼭 맞춰서 전개되는 화면은 아름다울 정도죠. 그렇다고 데칼코마니처럼 항상 좌우가 똑같은 그림은 아닙니다. 사물이 대칭일 때는 사람에, 사람이 대칭일 때는 배경에 조금씩 변화를 주어 지루하지 않게 연출합니다.

<로얄 테넌바움>, <문라이즈 킹덤>,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의 또 다른 시그니처는 '유니폼 사랑'입니다. 그의 대표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떠올릴 때 보라색 호텔 유니폼이 생각나는 건 저뿐만이 아닐 텐데요.

<로얄 테넌바움>의 아버지와 두 아들은 흰 줄무늬가 들어간 빨간색 트레이닝을 맞춰 입었고요. <문라이즈 킹덤>의 스카우트 단원들도 유니폼을 맞춰 입었죠.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에선 빨간 모자와 파란 옷을 입었습니다. 명료하고 통일된 유니폼은 그의 연출 특징인 좌우대칭 샷과 색감을 이루는 데도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리들리 스콧
- 선풍기
<블레이드 러너>

서스펜스 비주얼의 대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사물은 선풍기인데요. 환풍기, 풍력발전기, 낡은 선풍기 등 날개 달린 사물들이 많이 나오지만 무엇보다 많이 나오는 선풍기는 천장형 선풍기입니다. 자주 등장시키는 특별한 의미가 있냐는 질문에 선풍기는 시원하게 해주지 않냐(ㅋㅋㅋ)며 농담조로 대답했지만 그 이유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니발>

<블레이드 러너> 도입부 시퀀스의 중요 장면에도, <한니발>에서도, <블랙 레인>의 나이트클럽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던 선풍기. 이 영화들에서 선풍기는 항상 긴장감 가득한 순간에 등장했습니다. 앞으로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에 선풍기가 등장한다면 주의 깊게 봐야겠네요~.


쿠엔틴 타란티노
- 레드 애플 담배, 트렁크, 맨발
<킬 빌 1>, <펄프 픽션>, <포룸>, <황혼에서 새벽까지> 등

쿠엔틴 타란티노는 시그니처 샷이 가장 도드라지는 대표적인 감독입니다. 직접 만든 가상의 브랜드 '레드 애플 담배'를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부터 꾸준히 등장시켰는데요. <펄프 픽션>의 포스터에도, <킬 빌 1>의 광고판에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재키 브라운>, <킬 빌 1>, <데쓰 프루프>

또한 그가 자주 찍는 장면 중에는 자동차 트렁크 내부에서 트렁크를 여는 사람들을 올려다보는 구도의 장면도 있습니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데쓰 프루프>, <킬 빌 1>, <킬 빌 2>

괴짜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에 대한 소문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유명한 소문 중에 발 페티시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독 그의 작품에 맨발 클로즈업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킬 빌 1>에서는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에서 발가락을 하나하나 움직인 장면이 있었고, <데쓰 프루프>에서는 여자 맨발 클로즈업 장면으로 시작했죠.


오우삼
- 하얀 비둘기
<첩혈쌍웅>, <적벽대전 1>, <페이스오프>, <미션 임파서블 2>

오우삼 감독의 시그니처는 비둘기입니다. 비둘기가 푸드득 날아가는 장면만 나와도 오우삼 감독의 영화라고 말할 정도로 자주 등장합니다. 이유는 감독이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인데요. 비둘기가 상징하는 평화와 순수가 영화 내용과 대비, 반전 효과를 줄 수 있어서 자주 사용한다고 합니다. 덧붙여 오우삼의 영화에는 쌍권총도 자주 나오죠.

<영웅본색>

홍상수
- 소주
<하하하>, <밤과 낮>, <우리 선희>, <밤의 해변에서 혼자>

외국인들이 한국 영화를 볼 때 한국 사람들은 도대체 저 초록색 병에 담긴 건 뭐길래 저것만 마시면 고민을 술술 털어놓는지 궁금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소주 마시는 장면, 한국 영화에서 수도 없이 나오지만 홍상수만큼 자주, 그리고 리얼하게 찍는 감독이 있을까요? (스틸컷만 봐도 취하는 기분입니다 ㅋㅋㅋ)

심지어 외국이 배경인 영화에도 소주는 빠지지 않습니다. <밤과 낮>에서는 와인잔에 담긴 소주가 등장했으며, <다른 나라에서>에선 안느(이자벨 위페르)가 "I like Soju"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그 후>에 대해서도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는 "소주, 50가지 그림자.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 사랑에 대해 새벽부터 밤까지 얘기하는 '전형적인' 홍상수 영화"라고 평했습니다. 바로 그 '전형적인' 장면들이 홍상수 영화의 시그니처 샷이라고 할 수 있죠,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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