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질 뻔한 저스티스 리그를 간신히 되살려 낸 시리즈, <원더 우먼>은 원톱 주인공인 원더 우먼 못지 않게 조연들의 활약도 대단합니다. 실제로 이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도 국적이 매우 다양하네요인종과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적재적소에 나타나 뚜렷한 인상을 남기며 제 몫을 다한 조연들을 소개해봅니다.


패트릭 경 / 데이빗 듈리스

영국 블랙풀 출생. 데이빗 듈리스는 18세부터 런던으로 이주해 음악과 드라마를 공부했습니다. TV시리즈와 연극을 오가며 연기력을 다듬은 뒤 세기말의 음험하고 건조한 정서를 세심히 담아낸 <네이키드>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크게 발돋움했습니다.

<네이키드>

<네이키드>에서 데이빗 듈리스가 연기한 조니는 여성들과 제대로 된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며 음모론을 신봉하는 병적인 독서광입니다. 데이빗 듈리스는 자신을 찾아온 기회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임했고, 잭 케루악의 소설, 각종 철학서와 종교 서적을 탐독하며 조니를 만들었습니다. <네이키드>로 데이빗 듈리스는 그해 각국의 비평가협회상 연기상을 비롯해 제46회 칸영화제에서까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

이후 <토탈 이클립스>, <티벳에서의 7>, <위대한 레보스키> 등의 좋은 영화들을 거쳤습니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늑대인간 리무스 루핀 교수를 연기하며 보다 폭넓은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고, 여전히 장르와 배역에 한계가 없는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원더 우먼>에서도 의외의 활약을 보여줍니다. 일찍부터 <원더 우먼>의 정보를 수소문했던 팬들이라면 그가 영화에서 어떻게 등장하는지 미리 알고 있었을 테지만, 그나마도 모르고 볼 관객을 위해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표작
<네이키드>(1993)
<토탈 이클립스>(1995)
<드래곤 하트>(1996)
<티벳에서의 7>(1997)
<위대한 레보스키>(1998)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 이후 시리즈
<킹덤 오브 헤븐>(2005)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2008)
<워 호스>(2011)
<제로법칙의 비밀>(2013)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아노말리사>(2015)


루덴도르프 장군 / 대니 휴스턴

이탈리아 로마 출생.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을 그의 풍채는 부모로부터 배우의 DNA를 물려받았기 때문인가 싶습니다. 아버지가 존 휴스턴, 어머니가 조 살리스입니다. 원래 대니 휴스턴의 꿈은 감독이었다고 합니다. <미스터 노스>(1988) <꼴레뜨>(1991) 등을 연출했습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
<프랑켄슈타인>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단역을 연기하며 본격적으로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열었고 이후 배우로 더 왕성하게 활동 중입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는 울버린을 탄생시킨 웨폰X 프로젝트의 지휘자, 윌리엄 스트라이커 대령을 연기했습니다. 흥미롭게도 <프랑켄슈타인>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내는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연기했고, <원더 우먼>에선 대량 학살을 주도하는 독일군의 루덴도르프 장군 역을 맡았습니다. 모두 사람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일종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점이 공통적이네요.


대표작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5)
<안나 카레니나>(1997)
<21 그램>(2003)
<에비에이터>(2004)
<콘스탄트 가드너>(2005)
<킹덤>(2007)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음모자>(2010)
<타이탄의 분노>(2012)
<더 콩그레스>(2013)
<빅 아이즈>(2014)
<프랑켄슈타인>(2015)


닥터 포이즌 / 엘레나 아나야

진정한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이 사람이죠. 엘레나 아나야가 연기한 <원더 우먼>의 닥터 포이즌입니다. 스페인 팔렌시아 태생의 엘레나 아나야는 2004, 유럽영화진흥기구와 IMDb에서 각각 앞으로 유럽영화계를 이끌어 갈 여배우로 꼽힌 바 있습니다.

<루시아>
<내가 사는 피부>

여러 스페인 영화를 거치다 훌리오 메뎀의 <루시아>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녀에게>에서 단역 안젤라를 연기하며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연을 맺었고 이후 <내가 사는 피부>에서는 로버트(안토니오 반데라스) 박사의 생체실험 대상인 베라를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팬들에게 그의 얼굴을 알린 작품은 <반 헬싱>일 겁니다. 드라큐라 신부 알리라 역을 맡았죠.

<반 헬싱>

<원더 우먼>의 닥터 포이즌은 원작 코믹스에서도 존재하는 빌런입니다. 원작에서 1대 닥터 포이즌, 마루 공주는 화학과 독약을 다루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성입니다. 남성으로 위장해 나치 스파이로 일하면서는 미군에 독극물을 퍼뜨리지만 원더 우먼에 의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데미스키라에 갇히기까지 합니다. 영화 <원더 우먼>에서는 생사 여부가 모호합니다. 과연, 다음 시리즈에도 나올까요?


대표작
<아프리카>(1996)
<루시아>(2001)
<그녀에게>(2002)
<반 헬싱>(2004)
<세비지 그레이스>(2007)
<비밀의 섬 이에로>(2009)
<포인트 블랭크>(2010)
<내가 사는 피부>(2011)
<인필트레이터: 잠입자들>(2016)


히폴리타 여왕 / 코니 닐슨

덴마크 코펜하겐 태생의 코니 닐슨은 18세부터 파리에서 모델로 활동했고, 로마의 드라마스쿨에서 연기를 배웠습니다. 이탈리아에 사는 동안엔 여러 유럽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여러 나라를 전전해서인지 영어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웨덴어, 독일어 등에 능통하다고 하네요.

<데블스 에드버킷>

미국으로 이주한 뒤엔 키아누 리브스, 알 파치노,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한 <데블스 에드버킷>에 참여하며 얼굴을 알렸습니다. 케빈(키아누 리브스)을 끔찍한 지옥으로 인도하는 여자 크리스타 벨라를 인상적으로 연기했죠. 나중에 밝혀진 크리스타 벨라의 정체가 놀라웠습니다.

<브라더스>

이후로도 할리우드에서 <미션 투 마스>, <글래디에이터>, <스토커>, <베이직> 등에 출연하며 튼튼한 필모그래피를 쌓았습니다. 남편이 죽은 뒤 시동생과 묘한 감정을 나누는 사라로 출연한 <브라더스>는 그에게 제52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겼습니다. 2009년에 만들어진 동명 리메이크작에선 나탈리 포트만이 코니 닐슨의 배역을 연기했죠. <원더 우먼>에선 관객을 압도한 절경의 데미스키라 왕국을 다스리는 히폴리타 여왕으로 출연합니다. 강건한 군대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훗날 원더 우먼이 되는 다이애나(갤 가돗)의 어머니로서 단호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표작
<데블스 에드버킷>(1997)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1998)
<미션 투 마스>(2000)
<글래디에이터>(2000)
<스토커>(2002)
<베이직>(2003)
<브라더스>(2004)
<퍼펙트 센스>(2011)
<님포매니악 볼륨1>(2013)
<님포매니악 볼륨2>(2013)
<쓰리데이즈 투 킬>(2014)


안티오페 장군 / 로빈 라이트

데미스키라에서 다이애나에게 무예를 가르치는 용맹한 장군 안티오페를 연기한 배우죠. 로빈 라이트는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자랐고 14세에 모델로 활동하며 일을 시작했습니다. 18세에 첫 출연한 NBC TV시리즈 <산타 바바라>에서 켈리 캡웰을 연기하며 주목받았습니다. <프린세스 브라이드>로 장편영화 데뷔전을 치렀고, <포레스트 검프>에서 제니를 연기해 각종 영화상에 여우조연상 후보로 올랐습니다. <산타 바바라>로 만난 데인 위더스푼과 2년여의 결혼 생활을 했고, 이혼 뒤 1996, <더 홀>로 만난 숀 펜과 결혼해 5년쯤 지내다 다시 이혼했습니다레베카 밀러의 여성영화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에선 교양 넘치는 상류층 여성 피파 리의 심적 균열을 호연했습니다.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로빈 라이트는 인권운동가로도 활동 중입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다국적 광산업체들과 정치인들이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반대하는 캠페인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가 내레이터로 참여한 다큐멘터리 <웬 엘리펀츠 파이트>(2015)도 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죠.

<하우스 오브 카드>

무엇보다 워싱턴 정가를 배경 삼은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클레어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뛰어난 정치인 프랭크(케빈 스페이시)의 아내이자 프랭크 못지 않은 야심가죠. 비영리 환경단체의 대표로 일하는 냉철한 커리어 우먼입니다. 2016년부터는 종종 에피소드 연출도 겸하고 있네요.


대표작
<프린세스 브라이드>(1987)
<포레스트 검프>(1994)
<더 홀>(1997)
<언브레이커블>(2000)
<나인 라이브즈>(2005)
<베오울프>(2007)
<뉴욕 아이 러브 유>(2009)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2009)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2009)
<음모자>(2010)
<머니볼>(2011)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
<램파트>(2011)
<투 마더스>(2013)
<더 콩그레스>(2013)
<모스트 원티드 맨>(2014)


용병 찰리 / 이완 브렘너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출신의 이완 브렘너는 <원더 우먼>에서도 전쟁에 트라우마를 가진 스코틀랜드 청년 찰리를 연기합니다. 전쟁에 정신적 상해를 입어 내내 불안에 떠는 안쓰러운 모습으로 등장하죠. 영화 속에서 전쟁의 참상을 피부에 닿도록 표현해준 인물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사격과 위장에 능하다고 소개된 찰리가 큰 활약을 하지 못한 점은 무척 아쉬웠습니다.

<트레인스포팅>
<설국열차>

<원더 우먼>이 아니라도 이완 브렘너는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불구가 되거나 모자라고 어수룩한 모습으로 영화에 출연하는 경우가 특히 많기로도 유명한 배우죠. <트레인스포팅>에서 벡비에게 손을 잘린 스퍼드, <블랙 호크 다운>에서 총 맞고 청력을 잃는 군인, <설국열차>에서 동상으로 팔이 부서지는 앤드류의 모습이 바로 스쳐지나가네요. 이완 브렘너의 어릴 때 꿈은 서커스 광대였다고 합니다. 어쩌다 쇼비즈니스 세계에 입문해 쭉 배우로 살게 됐고, 커리어 초반엔 대니 보일, 가이 리치, 하모니 코린 등 거침없는 영화인들의 작품에서 불완전하고 혼란한 캐릭터를 연기해왔습니다. 딸의 이름까지 하모니 코린에게서 따와 하모니로 지었다네요.


대표작
<네이키드>(1993)
<트레인스포팅>(1996)
<줄리앙 동키보이>(1999)
<스내치>(2000)
<파라노이드>(2000)
<진주만>(2001)
<블랙 호크 다운>(2001)
<웰 컴 투 더 정글>(2003)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004)
<80일간의 세계일주>(2004)
<매치 포인트>(2005)
<할람 포>(2007)
<환상의 그대>(2010)
<퍼펙트 센스>(2011)
<잭 더 자이언트 킬러>(2013)
<설국열차>(2013)
<T2: 트레인스포팅 2>


그밖에도 유능하고 센스 있는 비서 에타 역의 루시 데이비스, 각 나라 언어에 능통한 퇴역군인 사미어 역의 세이드 타그마오우이, 미국 원주민 동료 치프 역의 유진 브레이브 락 등 여러 조연들이 깨알 등장했습니다. 이 귀엽고 든든한 파티가 후속 시리즈에는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아 너무나 아쉽습니다. <원더 우먼> 출연 배우들의 다작을 응원해봅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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