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정 <씨네21> 기자
누구도 대신 재단할 수 없는 임신, 출산, 낙태
★★★☆
아마 다운증후군 아이를 임신한 사실, 그 자체가 산모인 아스트리드의 가장 큰 고민줄기가 아닐까 싶을 거다. <24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예측을 번번이 벗어나는 이야기다. 아스트리드가 출산을 결심한 것은, 이 영화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보통의 휴먼드라마와 결이 달라지는 지점이다. 영화는 출산을 고결함, 숭고함, 모성애라는 틀 안에 가두지 않는다. 여성의 임신, 출산, 낙태에는 그보다 더 복잡다단한 줄기들이 있고, 그 결정은 누구도 끼어들거나 대신해 줄 수 없는 문제다.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는 사회적 활동과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책임감 사이에서, 아스트리드의 판단과 고민, 유보, 갈등의 시간들이 마치 곁에서 지켜보는 듯 세밀하게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