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은 딱 유니콘 같은 영화였다. 모두가 꿈꾸면서도 한편으론 실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16년, 마침내 예고편을 공개한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단번에 2017년 최고 기대작에 이름을 올렸다. 1982년 개봉한 이후, <블레이드 러너>는 꾸준히 재평가 받아 걸작에 올랐지만 30여 년 전 작품이니 챙겨본 사람은 명성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을 터. 그래서 10월 12일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개봉하기 전, 에디터의 팬심을 담아 영업하고자 간략하게 <블레이드 러너>의 스토리를 요약해봤다. 

※ <블레이드 러너>의 스포일러가 (당연히) 많다. 또한 해당 스토리 요약은 1992년 감독판과 2007년 파이널컷을 기반으로 한다.

블레이드 러너 2049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개봉 2017 영국, 캐나다,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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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해리슨 포드

개봉 198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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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초, '타이렐' 사의 리플리컨트(인간 형상의 로봇, 안드로이드)는 사람과 비슷한 경지에 이른다. 모델명 '넥서스 6' 리플리컨트는 인간보다 뛰어난 힘과 민첩성, 그리고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이들의 수명을 '4년'으로 제한하고 우주탐험, 행성의 식민지 작업, 성 노예 등 위험한 직종에 배치시킨다. 이에 '넥서스 6' 전투 팀은 폭동을 일으키고 이 여파로 리플리컨트의 지구 거주는 불법이 된다.

경찰은 지구에 불법으로 들어온 리플리컨트를 제거하는 특수팀 '블레이드 러너'를 개설한다. 블레이드 러너들은 눈동자의 홍채 움직임으로 인간과 리플리컨트를 구별하는 보이트-캄프 테스트로 리플리컨트를 골라내 제거한다. 이들은 '처형' 대신 '은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데커드

2019년 L.A, '블레이드 러너'로 활동하다 은퇴한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브라이언 반장의 호출을 받는다. 반장은 "최근 '넥서스 6' 6기가 지구에 숨어들었고 그중 2기를 제거했으나 홀든 요원이 리플리컨트에게 공격당했다"며 데커드에게 남은 4기를 '은퇴'시킬 것을 지시한다.

(시계방향) '넥서스 6' 로이(룻거 하우어), 조라(조안나 캐시디), 프리스(대릴 한나), 레온(브라이언 제임스)

레이첼(숀 영) / 타이렐 박사(조 터켈)

데커드가 조사를 위해 타이렐 사를 방문하자 타이렐 박사는 자신의 비서 레이첼을 테스트해보라고 제안한다. 데커드는 테스트 중 스스로 인간이라 여기는 레이첼이 실은 리플리컨트임을 알아챈다. 타이렐 박사는 레이첼이 '넥서스 6'에 조작된 기억을 주입한 새로운 모델이라고 데커드에게 귀띔한다. 레이첼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데커드의 집으로 찾아간다. 데커드는 레이첼이 리플리컨트란 사실을 털어놓고 레이첼은 혼란에 빠진다.


'유니콘의 꿈'을 꾼 데커드는 리플리컨트가 묵었던 숙소에서 발견한 단서를 추적해 조라의 행적을 알게 된다. 조라는 낌새를 알아차리고 도주한다. 추격 끝에 데커드는 조라를 '은퇴'시킨다. 조라의 죽음을 목격한 레온이 데커드를 공격하지만 데커드를 찾아온 레이첼이 총으로 레온을 '은퇴'시킨다. 데커드는 레이첼을 안심시키려 집으로 데려오고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다 서로에게 빠져들어 사랑을 나눈다.


세바스찬(윌리엄 샌더슨)

탈주한 '넥서스 6' 중 리더인 로이 베티는 수명 연장을 위해 기술자들을 찾아다닌다. 로이와 일행인 프리스는 길거리를 전전하다 '넥서스 6'를 설계한 유전공학자 세바스찬을 만나고 세바스찬은 프리스를 불쌍히 여겨 집으로 데려간다.

프리스의 안내로 세바스찬을 찾아온 로이는 노화를 늦출 방법을 알지 못하면 프리스가 금방 죽을 거라며 타이렐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로이는 세바스찬과 함께 타이렐 박사를 만나지만 타이렐 역시 노화를 늦출 방법은 없다고 밝힌다. 타이렐은 실망하는 로이에게 자랑스럽다며 다독이지만 로이는 그 자리에서 타이렐과 세바스찬을 모두 살해한다.


타이렐과 세바스찬의 살해 소식에 데커드는 세바스찬의 집으로 향한다. 프리스는 기습으로 그를 암살하려 하지만 데커드가 먼저 프리스에게 총을 쏴 '은퇴'시킨다. 프리스의 죽음을 본 로이는 데커드의 손가락을 하나씩 부러뜨린 뒤 도망가라며 풀어주는 등 그를 조롱한다. 데커드는 온 힘을 다해 옥상으로 도망가고 로이 역시 억지로 노화에 저항하며 그를 쫓는다.

도망치다가 벽에 매달리게 된 데커드, 로이는 그에게 "공포 속에서 사는 기분이 어때? 그게 바로 노예의 기분이야"라고 말한다. 로이는 데커드가 떨어지기 직전, 그를 잡아 살려준다. 의아해하는 데커드에게 로이는 "난 네가 상상하지 못한 걸 봤어. (…) 그 기억들이 모두 사라지겠지, 이 빗속의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란 말을 남기고, 작동이 멈춰버린다. 


현장에 도착한 반장의 부하 가프(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는 데커드에게 임무를 끝냈냐고 물으며 "그 여자가 죽게 돼서 안타깝네. 하지만 누군들 영원히 살겠나?"라고 말한다. 데커드는 레이첼도 '은퇴'시키라던 반장의 명령을 떠올리고 집으로 향한다. 다행히 레이첼은 살아있다. 레이첼과 함께 집을 떠나기 직전, 데커드는 바닥에서 누군가 접은 종이 유니콘을 발견하고 줍는다(이 장면이 데커드도 리플리컨트임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 후에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를 인정했다). 그리고는 레이첼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영화는 끝난다.


내가 아는 엔딩이랑 다른데?

싶은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블레이드 러너>는 총 7개의 판본이 있고 그 중 5개의 판본이 공개됐다. 먼저 최초 편집본인 워크프린트 버전, 미국 개봉판, 유럽에서 개봉했던 인터내셔널 버전, 그리고 1992년 감독판과 이를 보강한 2007년 파이널 컷 버전이다. 극장에서 개봉한 US 버전과 인터내셔널 버전은 데커드의 내레이션이 삽입돼있고, '유니콘 꿈' 장면이 없으며 데커드와 레이첼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난다(<샤이닝>의 미사용 촬영분이 해당 장면에 쓰인 것도 유명한 일화다).

극장 개봉판의 엔딩 장면.


영화가 호평을 받으면서 리들리 스콧 감독은 워크프린트 버전을 기반으로 내레이션을 제거하고 새로운 장면을 추가한 감독판을 공개했다. 이후 숨어든 리플리컨트와 최종 은퇴한 리플리컨트의 숫자가 다르고 스턴트배우의 얼굴이 보이는 등 감독판에서 잘못된 점을 수정한 파이널 컷 버전을 최종 공개했다. 리들리 스콧이 제작에 참여한 <블레이드 러너 2049> 역시 파이널컷의 설정과 엔딩을 계승한다.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버전 소개 영상 中 리들리 스콧 감독

어떻게 명작의 반열에 올랐는가
미래형 디스토피아의 완성

지금 <블레이드 러너>를 본다면 영화 속 L.A.의 모습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1982년 이후 SF 영상의 디스토피아는 모두 <블레이드 러너>의 영향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유독가스 때문에 하루종일 깜깜한 하늘,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비, 그리고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면서 탄생한 무국적 문화까지. 광고판의 게이샤 여성은 1980년대 일본의 호황에 미국이 느낀 불안감을 상징했고, 높디높은 건물들과 시장 같은 뒷골목의 대비는 인간이 도구화돼가는 미래사회를 극단적으로 내비쳤다.

신화적 텍스트와 영상美

<블레이드 러너>는 창조자와 피조물의 이야기다. 리플리컨트는 자신들을 창조한 인간과 닮았는데, 오직 '4년'이란 수명만이 다를 뿐이다. 이건 창조주가 자신의 모습을 본따 인간을 창조했다는 성경의 내용과 유사하다(타이렐은 극중 로이를 '돌아온 탕아'라고 부른다). 피라미드 형태의 건축물인 타이렐 사는 인간이 가진 권력과 필멸성을 영상으로 전한다. 인간의 눈을 극단적으로 클로즈업한 장면과 인공 인간·동물의 동공을 빛나게 하는 등 복선을 깔아두는 섬세한 영상미는 신화적 텍스트를 더욱 보강했다.

시대를 앞서간 미래의 속성

미국 영화 웹사이트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Taste of Cinema)'는 지금이야말로 <블레이드 러너> 속 미래 사회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블레이드 러너>에 담긴 '동물의 대규모 멸종과 인간의 중요성', '오염된 미래', '기업의 세계 지배권', '끝없는 계층 갈등', '자동화와 안드로이드의 부상', '창조물이나 불복종하는 선지자의 보복',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라는 7가지 속성이 현실에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일부는 다소 호들갑 같지만, <블레이드 러너>가 당시 사회상을 영화 속에 녹여 그럴싸한 미래 사회를 완성시킨 건 분명하다.


30여 년의 세월이 지났고, 감독도 교체됐지만 리들리 스콧의 총지휘 하에 두 영화는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리들리 스콧이 리플리컨트라고 인정한 데커드는 어떻게 살아있는 것이며,

<블레이드 러너>(왼쪽), <블레이드 러너 2049>(오른쪽)의 해리슨 포드

레이첼은 어떻게 됐는가,

<블레이드 러너 2049> 예고편 속 레이첼

타이렐 회장이 살해된 후 타이렐 사는 어떻게 됐으며, 자레드 레토가 연기하는 월레스는 누구인가 같은 내용이 속편의 주요 관심사다.

월레스 (자레드 레토)

또 <블레이드 러너 2049> 예고편에서 '눈'을 강조한 연출적 포인트도 재현돼 두 영화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했다.

왼쪽이 <블레이드 러너>, 오른쪽이 <블레이드 러너 2049>

과연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을까? 걸작이란 1편의 기세를 이어 새로운 SF의 마스터피스로 등극할 수 있을까? 10월 12일 그 베일이 벗겨진다.

추가
<블레이드 러너 2049> 3차 예고편

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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