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무명 시절을 거친 배우들의 수상 소감을 듣는 것만큼 감동적인 일이 있을까요? 올해 청룡영화상의 화제는 단연 남우조연 부문 시상이었습니다. 트로피의 주인은 <범죄도시>에서 위성락으로 맹활약을 펼쳤던 배우 진선규. 정말 조선족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을 정도로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그는 무대 위에 올라서자마자 감동의 눈물을 훔쳤죠. 그를 지켜본 관객들의 마음도 함께 벅차올랐음은 물론입니다.

충무로의 얼굴로 우뚝 설 날이 기대되는 그! 그간 많은 배우들에게도 이처럼 가슴 뛰는 순간들이 존재해왔는데요. 오늘은 배우 진선규를 포함해, 유난히 긴 무명 시절을 보낸 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승승장구 중인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봤습니다.


진선규

데뷔 2004년 연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수상 2017년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로드 넘버 원>, <풍산개>, <극적인 하룻밤>, <터널>

올해 드라마틱 화제의 주인공이 된 이 배우! 진선규는 이미 대학로의 터줏대감으로 유명한 배우였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연기를 시작한 그! 2004년부터 연극 무대 위에서 활동하다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귀시장 패거리' 중 한 명으로 단역 연기를 시작하며 충무로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후 한해 서너 작품씩 출연하며 제 얼굴을 알려갔죠.

<범죄도시>

최근 굵직굵직한 작품에도 여러 번 얼굴을 비쳤습니다.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의 대표 케이스! <극적인 하룻밤> 속 시후(한예리)의 소개팅남, <터널>에서 "이게 얼마짜리인 줄 아세요?" 구시렁거렸다가 대경(오달수)에게 호되게 당하는 장비 책임자 역을 비롯해 <특별시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남한산성>, <꾼>에도 얼굴을 비쳤습니다. 본인의 이름 세 글자, 인생작 <범죄도시>로 확실히 알렸으니 우리는 개봉을 앞둔 그의 차기작 <암수살인>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네요!


정우

데뷔 2001년 영화 <7인의 새벽>
수상 2010년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우상,
2014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

<라이터를 켜라>, <동갑내기 과외하기>, <사생결단>, <다찌마와 리>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역으로 그해 겨울, 전국 온 여성의 마음을 녹인 정우! 그 역시 긴 무명 시절 쌓아온 탄탄한 연기력으로 빛을 본 배우입니다. 배우 인생에 딱 한 번뿐이라는 신인상을 무려 3번이나 수상한 그! 오랫동안 '눈에 띄는 신인'으로만 지냈던 그의 배우 생활에 대한 기록이죠. 정우는 2001년 코미디 영화 <7인의 새벽>으로 스크린 데뷔를 치렀습니다. 이후 <라이터를 켜라>, <품행제로>, <동갑내기 과외하기>, <사생결단>, <다찌마와 리> 등에서 작은 역할들을 맡아왔죠.

<바람>
<응답하라 1994>

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건 2009년! 모두의 학창시절을 소환해내는 영화 <바람>의 주연으로 우뚝 서며 조명을 받았습니다. 실제 그의 학창 시절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에 더 뜻깊었죠. 껄렁껄렁한 일진 고등학생 짱구를 리얼하게 소화해낸 정우! 2010년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남우상을 받으며 스타 반열에 오르는 듯 싶었으나...! 바로 군 입대를 선택했습니다. 이후 몇 년이 지나 그를 다시 정상에 올린 작품은 바로 <응답하라 1994>! <바람>을 인상 깊게 본 신원호 감독의 선택이었죠. 정우는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을 비롯한 여러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휩쓸며 충무로 대세로 거듭났습니다. <흥부>를 비롯해 개봉을 앞둔 신작만 세 편, 얼른 보고 싶어 현기증 나네요!


곽도원

데뷔 2001년 연극 <햄릿>
수상 2014년 한국 영평상 남우조연상

<오구>, <마더>, <아저씨>, <황해>

프로필에 공식적으로 표기된 데뷔는 2001년이지만 알고 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연극판에 뛰어든 배우! 곽도원입니다. 14년간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2003년 코미디 영화 <오구>로 스크린 데뷔를 치렀습니다. 이후 단편, 독립, 상업영화를 오가며 부지런히 필모를 쌓았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대사 있는 단역을 맡았으나 결국 뒷모습만 나왔다던 안타까운 스토리부터 <아저씨> 속 원빈과 일대일 취조 장면이 편집되었다는 이야기까지!(ㅠㅠ) 단역배우로서 여러 고충을 겪었으나, <황해>에서 구남(하정우)에게 습격당하던 김 교수 역으로 존재감 갑 연기를 선보이며 충무로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이후 그의 이름 세 글자를 알린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죠. 그는 조폭보다 더 무서운 악질 검사 조범석을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쾅쾅 찍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생애 처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안타깝게도 수상엔 실패했죠. 대신 누구보다 풍성한 일복을 얻었습니다. 이후 2년간 <베를린>, 드라마 <유령>, <변호인> 등 무려 11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다작 배우의 반열에 올랐죠. <변호인>으로는 한국 영평상을 비롯한 여러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조연 트로피를 휩쓸기도 했습니다.

<곡성>, <강철비>

대감독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그! <황해> 이후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 <곡성>의 주연으로 활약하며 여러 시상식의 남우주연 후보에 오른 건 물론, 제37회 황금촬영상 시상식 연기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매 시즌마다 극장가 찾아오는 부지런한 소 배우! 올해 말을 장식할 영화 <강철비>도 기대할 수밖에 없네요!


천우희

데뷔 2004년 영화 <신부수업>
수상 2014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신부수업>, <허브>, <마더>, <26년>
<써니>

혜성처럼 등장한 것 같은 배우 천우희! 알고 보면 단역부터 차근차근 필모를 쌓아온 배우입니다. 2004년 <신부수업>의 '깻잎 무리' 중 한 명으로 연기 데뷔를 치른 그녀. 이후 <허브>, <마더>, <사이에서>, <이파네마 소년> 등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가리지 않고 필모를 쌓아나갔죠. 그중에서도 그녀의 미친 연기가 돋보인 작품은 데뷔 7년 만에 만난 영화 <써니>입니다. 그녀는 '써니'를 해체 위기에 빠뜨리는 인물 상미를 연기했죠. 이후 '써니 본드녀'라는 검색어가 생길 정도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선보였습니다.

<한공주>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

<써니> 이후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던 그녀. 그녀는 2014년 개봉한 <한공주>를 통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죠. 러닝타임 내내 몸을 짓누르던 압박감, 그를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해낸 천우희의 연기력이 빛나는 영화였습니다. 국내 개봉 전부터 해외 영화제에서 온갖 상을 휩쓸며 주목받던 <한공주>! 그해 청룡영화상 또한 배우 천우희를 주목했습니다. 손예진, 전도연, 김희애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여우주연 후보에 올랐던 그녀. 그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 트로피는 천우희에게 돌아갔습니다. 정말 깜짝 놀란 듯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던 그녀의 수상 소감은 단연 감동 덩어리였죠! 그녀의 진심 어린 수상 소감에 많은 배우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김성균

데뷔 2001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수상 2012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

<범죄와의 전쟁>, <이웃사람>, <박수건달>,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2년 스크린 데뷔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충격 비주얼 선보이며 눈도장 쾅쾅 찍은 배우 김성균! 데뷔작으로 백상예술대상 외 여러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모든 건 그간 무대 위에서 쌓아왔던 탄탄한 연기력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죠. 프로필 상 데뷔작은 2001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이지만, 알고 보면 18살 때부터 극단에서 활동해왔던 김성균! 그는 주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해왔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 <이웃사람>,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인 그! 한 인터뷰에선 <범죄와의 전쟁> 촬영 당시에 연기를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랜 시간 무대 위에서 활동해왔던 그, 생계가 어려웠던 탓에 영화 촬영과 아르바이트를 함께 했다고 털어놓았죠.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그에게 터닝 포인트를 안겨준 작품은 단연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조폭, 살인마, 배신한 특수요원 등 온갖 무서운 역할 전담하던 그에게서 저렇게 귀여운 스무 살(...) 삼천포가 탄생할 줄 누가 알았을까요? 드라마 데뷔작에서 반전 매력 시전하며 온 국민의 마음 저격한 그! 이후 <응답하라 1988>에서는 정환(류준열)의 아버지 성균으로 등장하며 또 다른 반전 매력(!)을 선보였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사랑스러움을 담당한 그! 이후 1년에 4~5편 출연은 기본인 다작 배우가 되었습니다.


라미란

데뷔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
수상 2013년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친절한 금자씨>, <괴물>, <미쓰 홍당무>, <연애의 온도>

충무로의 강력 신스틸러 배우 라미란! 수년간 연극과 뮤지컬 무대 위에서 활약하던 그녀는 2005년 <친절한 금자씨>로 스크린 데뷔를 치렀습니다. 이후 <괴물>, <음란서생>, <미인도>, <박쥐>, <미쓰 홍당무>, <아이들..> 등 셀 수 없는 히트작 속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죠. 연기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오디션을 봤다던 그녀. 연기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주유소, 마트 시식코너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함께 했습니다.

<소원>

개성 있는 연기력으로 차근차근 인지도를 높여가던 라미란! 그녀는 2012년부터 제대로 된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댄싱퀸> 속 정화(엄정화)의 친구 명애를 시작으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연애의 온도>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라미란은 <소원>으로 2014년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이후 <국제시장>, <히말라야>, <봉이 김선달>, <덕혜옹주>, <특별시민> 등 매해 뚜렷한 캐릭터들을 남기고 있는 중이죠. 물론 그녀의 인기를 정점으로 올려놓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연 같은 신스틸러, 치타 여사도 빼놓을 수 없고요!


류승룡

데뷔 2004년 영화 <아는 여자>
수상 2011년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황진이>, <시크릿>

영화 데뷔는 2004년이지만, 연기 데뷔는 훨씬 그 이전으로 거슬러가는 이 배우!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경력을 쌓던 류승룡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98년부터입니다. 그가 '난타'의 1기 멤버였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죠! 5년 동안 공연을 하며 '대사가 있는' 역할을 갈망해왔던 그. 과감히 공연을 그만두고 다시 무명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극 무대 위에 섰죠. 오랜 시간 끝에 장진 감독과의 인연으로 2004년 <아는 여자>의 강도 역으로 스크린 데뷔를 치른 그! 이후 <박수칠 때 떠나라>, <거룩한 계보>, <황진이>, <시크릿> 등에 출연하며 다작 열일하였으나...!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최종병기 활>, <내 아내의 모든 것>

류승룡만의 아이덴티티(라 쓰고 쥬신타+더티 섹시라 읽는다)가 구축된 건 2012년! 그는 <최종병기 활>에서 무자비한 청나라 명장 쥬신타를 연기하며 큰 호평을 받았죠.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뽐낸 이 영화로 2012년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은 그! 이후 승승장구하며 작품마다 개성 있는 캐릭터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은 류승룡이 충무로를 꽉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해였죠!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등 흥행까지 꽉 잡은 작품들을 줄줄이 선보이며 대배우로 자리 잡았습니다. <부산행>으로 천만 흥행 이끈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의 주연을 맡은 그! 신작 속 그의 모습은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이외에도 오랜 무명 시절을 보낸 배우들은 너무너무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노력 끝에 빛을 본 이 세상 모든 배우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혹시나 리스트에 언급되지 않아 아쉬운 배우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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