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인가. DC의 영화는 어쩌다 이렇게 됐나. 2017년 야심차게 준비한 <저스티스 리그>는 씁쓸한 결과만 남겼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마블보다 DC가 먼저 시작했다. 1990년대의 <배트맨> 시리즈를 생각해보라. 슈퍼히어로 영화 시장은 DC가 독점하고 있었다. <슈퍼맨> 시리즈는 그 이전부터 있었다. 2008년 마블의 <아이언맨> 이후 상황은 급속도로 역전됐다.
슈퍼히어로 관련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해외 매체 ‘히어로익 할리우드’(Heroic Hollywood)에서 ‘DC 영화가 성공하기 위한 10가지 방법’이라는 칼럼을 내놨다. 이 칼럼의 저자(Christian Hinton)는 스스로 DC의 팬이라고 밝히면서 DC 영화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를 전한다. 팬심으로 쓴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가 생각하는 DC 영화의 개선 방안을 살펴보자.
*참고. 아래의 글은 ‘히어로익 할리우드’ 칼럼을 씨네플레이 에디터가 거칠게 번역·의역해서 요약한 내용이다. 에디터 개인 의견도 다소 섞여 있다.
1. 좋은 캐스팅을 유지해라
배트맨을 연기하는 벤 애플렉을 제외하면 현재 DC 영화 캐릭터의 배우들은 자신의 역할에 불만이 없는 듯하다. 그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성실하고 훌륭하게 연기했다. 헨리 카빌, 에즈라 밀러, 제이슨 모모아, 레이 피셔 그리고 갤 가돗. 크게 나무랄 데가 없어 보인다. 이 캐스팅 조합은 DC 영화의 미래를 생각해볼 때 나쁘지 않다. 만약 이탈이 발생한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 저스티스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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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벤 애플렉, 헨리 카빌, 갤 가돗, 제이슨 모모아, 에즈라 밀러, 레이 피셔
개봉 2017 미국
2. 톤을 바꿔라
마블의 훌륭한 점을 꼽자면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이 절묘하게 공존하다는 데 있다. 평론가들도 이 점을 높게 평가한다. DC는 이 지점에서 부족하다. 마블 출신 조스 웨던 감독이 <저스티스 리그>에 합류하면서 톤을 좀더 가볍게 바꾸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나 <원더 우먼>에서 유머러스한 톤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원더 우먼>에서는 꽤 성공했다. 이런 관점에서 DC의 기대작은 아마도 플래시(에즈라 밀러)를 전면에 내세운 2020년 개봉예정작 <플래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샤잠도 코믹한 톤의 히어로가 될 가능성이 있다.

- 플래시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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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출연 에즈라 밀러, 키어시 클레몬스, 레이 피셔, 빌리 크루덥, 갤 가돗
개봉 2020 미국
3. 감독
잭 스나이더 감독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팬들이 그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저스티스 리그> 때 그의 편집본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았다. 동시에 그는 DC 영화 침체기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특히 평론가들은 그의 스타일을 새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원더 우먼>의 경우에는 달랐다. 패티 젠킨스 감독은 평론가의 지지를 받았다. 2018년 개봉예정인 <아쿠아맨>은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더 배트맨>은 <클로버필드>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맷 리브스가 감독이다. 연출력을 인정받은 감독의 기용은 분명 DC의 명예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다.

- 원더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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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패티 젠킨스
출연 갤 가돗, 크리스 파인
개봉 2017 미국
4. DC 영화 명단 공개
마블 수장 케빈 파이기는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코믹콘과 같은 행사에서 그 계획을 발표한다. 팬들은 기대에 부풀어오른다. DC도 비슷한 행보를 보여줬다. 2017년 브라질 코믹콘에서 자신들의 계획을 공개했다. <아쿠아맨>, <샤잠!>, <원더 우먼 2>, <플래시 포인트>, <수어사이드 스쿼드 2>, <더 배트맨>, <배트걸>, <그린 랜턴>(Green Lantern Corps), <저스티스 리그 다크> 순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는 분명 DC 영화의 좋은 방향이다. 다만 슈퍼맨과 사이보그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카메오든 뭐든, 크로스오버의 가능성은 있다.
5. <플래쉬 포인트>
‘히어로익 할리우드’의 저자는 <플래쉬 포인트>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거는 듯 보인다. 그는 “<플래쉬 포인트>를 20번 이상 언급했지만 한번 더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할 때 중요한 건 스토리 라인이다. <플래쉬 포인트>의 스토리 라인을 깊이 있으면서도 감성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에즈라 밀러의 플래시가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였다. 좋은 스토리가 뒷받침된다면 <플래쉬 포인트>는 관객과 평단이 싫어하기 힘든 영화가 될 것이다.
6. 빌런 활용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빌런은 매우 중요한 존재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빌런의 존재감이 떨어지면서 재미가 반감한 사례가 될 것이다. DC는 매력적인 빌런을 만들어내야 한다. 2008년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압도적이었다. 그를 능가할 빌런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빌런의 활용은 중요한 포인트다.
7. 솔로 무비에 집중하라
어쩌면 <저스티스 리그>는 다소 성급한 영화였는지도 모르겠다. 솔로 무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원더 우먼>은 솔로 무비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맨 오브 스틸>도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다. 다행히도 DC는 <아쿠아맨>을 시작으로 솔로 무비들의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솔로 무비를 통해 캐릭터의 인지도와 매력을 널리 알린 다음 다시 한번 팀을 짜는 것이 좋겠다.

- 아쿠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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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제임스 완
출연 엠버 허드, 제이슨 모모아, 윌렘 대포, 패트릭 윌슨, 테무에라 모리슨, 니콜 키드먼, 돌프 룬드그렌, 그레이엄 맥타비쉬
개봉 2018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8. 캐스팅을 다시 하라
‘히어로익 할리우드’의 저자는 배트맨의 캐스팅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좋은 캐스팅을 유지하라는 1번 항목에서 벤 애플렉를 제외한 바 있다. 그가 생각하는 배트맨 후보는 제이크 질렌할 혹은 존 햄이다. 제이크 질렌할은 벤 애플렉보다 젊고, 존 햄은 좀더 흥미로운 캐릭터라는 주장이다.
9. 코스를 유지하라
지금 비록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의 최선은 DC가 구상했던 계획, 방향, 코스를 유지하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 톤을 바꾸는 것, 좋은 감독의 영입, 솔로 무비에 집중하는 것 등은 DC 영화의 미래를 밝게 하는 요소다. 이런 요소가 DC 영화에 반영되고 있다. 캐스팅을 마구 바꾸거나, 스토리 라인을 흔들거나, DC 확장우주(DCEU, DC Extended Universe)의 전체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분명 DC의 영화들은 진화하고 있다.
10.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라
이게 가능할까?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라니. 9번 항목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도 하다. ‘히어로익 할리우드’의 글쓴이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다른 사람들이 주장하는 'DC 리부트'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대목이다. 그는 "리부트의 장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DCEU의 영화가 5편밖에 되지 않았으며 분명 발전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팬으로서 DC 영화를 지지하고 즐기기 바란다"고 적었다.
‘히어로익 할리우드’의 저자는 칼럼을 통해 DC 영화가 성공하기 위한 10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DC 영화의 발전 가능성과 몇 가지 개선 방안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영화가 나올 걸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DC 팬들이 많이 언급하는 워너브러더스 경영진에 대한 문제는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의 글 자체가 워너브러더스의 경영진을 향한 글일지도 모르겠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