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부산영화제를 찾은 오우삼 감독.

전설의 귀환이다. 1980~90년대 홍콩 누아르 액션의 거장, 오우삼 감독의 <맨헌트>가 1월 25일 개봉했다. 장한위, 후쿠야마 마사하루, 하지원 등 중국, 일본, 한국의 스타들이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맨헌트>는 유능한 변호사에서 하루아침에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추락한 두 추(장한위)와 그를 쫓는 베테랑 형사 야무라(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이야기다. 하지원은 두 추를 제거해야 하는 킬러 레인으로 등장한다. <맨헌트>는 국내에서 <철도원>으로 널리 알려진 배우 다카쿠라 겐의 대표작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1976)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맨헌트

감독 오우삼

출연 장한위, 후쿠야마 마사하루, 치웨이, 하지원

개봉 2017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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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

감독 사토 준야

출연 다카쿠라 켄, 하라다 요시오

개봉 1976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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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헌트> 오우삼 감독 인사 영상

<맨헌트>는 오우삼 감독의 특별한 프로젝트다. 과거 자신을 액션의 거장으로 만들어준 추억의 액션 스타일을 재현하기 때문이다. 오우삼 감독은 국내에 공개된 위 영상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맨헌트>의 액션디자인은 과거의 제 스타일을 관철하여 다른 환경과 새로운 액션을 디자인했습니다. (중략) 저의 트레이드 마크인 ‘쌍권총 액션’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둘기도 날아가죠.” <맨헌트>에서 다시 보는 오우삼 액션의 세 가지 트레이드 마크를 소개한다.


1. 쌍권총
<영웅본색>

오우삼 감독은 <맨헌트>를 소개하며 “오랜만에 권총액션으로 돌아온 작품”이라고 말했다. 오우삼 감독은 쌍권총 액션을 사랑한다. <삼국지>를 바탕으로 만든 <적벽대전>에서는 쌍권총을 등장시킬 수 없어서인지 쌍칼이 등장했다. 어쨌든 그의 액션 스타일에서 쌍권총은 빠지지 않는다. 대표작 <영웅본색>에서 쌍권총 액션은 최고의 미장센을 만들어냈다. ‘바바리 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성냥개비를 입에 문 주윤발은 비장미 가득한 표정과 음악을 배경으로 쌍권총을 쏘아댄다. 탄창을 가는 법은 없다. 총알은 무제한이다.

<매트릭스>

총알을 칼같이 재장전하는 액션영화 <존 윅>과 비교해볼 때 오우삼의 쌍권총 액션이 지금은 유치하고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당시에는 달랐다. 쌍권총 액션은 전에 없던 신선한 스타일이었다. 그의 쌍권총 액션은 워쇼스키 (당시) 형제의 <매트릭스> 등에서 오마주하기도 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역시 오우삼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맨헌트>

참고로 <맨헌트>에서의 2인 1조 쌍권총 액션을 볼 수 있다.

매트릭스

감독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 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개봉 199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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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둘기
<첩혈쌍웅>

오우삼 감독이 2017년 부산영화제를 찾았을 때 촬영한 사진(포스트 맨 위)을 보면 손으로 비둘기 모양을 만든 것을 볼 수 있다. <맨헌트>의 포스터에도 비둘기가 보인다. 그의 비둘기 사랑은 유별나다. 오우삼 감독은 미국 선교사가 운영하는 루터교 학교를 다녔고 목사가 될 생각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기독교에서 비둘기는 성령의 상징이다.

<페이스 오프> 성당 시퀀스의 비둘기.

하얀 비둘기는 붉은 피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영웅본색>과 더불어 오우삼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첩혈쌍웅>에서 비둘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우삼의 비둘기는 할리우드에서도 날아올랐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존 트라볼타가 출연한 <페이스 오프>가 대표적인 영화다. 테러리스트와 FBI 요원의 얼굴을 바꾼다는 설정의 이 영화 교회 총격전에서 비둘기가 등장한다. <첩혈쌍웅>의 그것과 매우 유사한 장면이다. 지금 다시 보면 뜬금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오우삼의 액션 스타일은 할리우드에서 먹히는 것이었다.

<맨헌트>에서는 비둘기를 단순한 액션 미장센의 요소가 아닌,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첩혈쌍웅

감독 오우삼

출연 주윤발, 이수현, 엽천문

개봉 1989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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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프

감독 오우삼

출연 존 트라볼타, 니콜라스 케이지

개봉 199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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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슬로모션
<맨헌트>

슬로모션은 오우삼의 필수 요소다. 슬로모션이 아닌 쌍권총과 비둘기의 등장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슬로모션은 비장미와 연관된다. 오우삼의 세계에 사는 사나이의 의리는 비장한 것이다. 그 비장함은 무한탄창의 쌍권총 난사와 붉은 피와 대비되는 비둘기의 비상으로 이뤄진다. 이때 슬로모션이 아닌 정상적인 화면 속도라면 비장미는 완성되지 못한다.

<겟어웨이>

오우삼의 슬로모션 테크닉은 ‘폭력 미학의 대부’, ‘폭력의 피카소’라는 평가를 받는 샘 페킨파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으론 <가르시아> <와일드 번치> <어둠의 표적> <겟어웨이> 등이 있다. <영웅본색>에서 <겟어웨이>의 계단 총격전을 오마주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참고로 박찬욱 감독 역시 샘 페킨파의 열렬한 팬이다.

겟어웨이

감독 샘 페킨파

출연 스티브 맥퀸, 알리 맥그로우

개봉 197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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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헌트>는 2017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한 바 있다. 스크린에 비친 비둘기와 마주잡은 두 손이 인상적이다.

오우삼 감독은 <영웅본색>, <첩혈쌍웅>, <종횡사해> 등으로 1980~90년대 홍콩 액션 누아르의 시대를 이끌고, 1990년대 이후 할리우드로 건너가 <브로큰 애로우>,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 2> 등으로 자신만의 액션을 선보였다. 이후 오우삼의 스타일은 낡은 것이 됐다. 중국으로 돌아온 오우삼 감독은 <적벽대전> 연작, <태평륜> 등으로 과거 자신의 액션과는 다소 거리가 먼 작품을 연출했다.

<맨헌트>는 일흔이 넘은 오우삼 감독이 자신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 ‘화양연화’를 기억하는 영화다. 안타까운 점은 90% 이상 액션으로 구성된 <맨헌트>가 과거의 오우삼 액션 스타일 말고는 특별한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는 거다. 오우삼 감독이 과거를 뛰어넘는 새로운 액션과 영화문법으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