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콤비 김명민-오달수가 설 연휴에 맞춰 3년 만에 돌아왔다. 2월 8일 개봉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한국 퓨전 사극 영화에서 삼부작을 완성한 시리즈로 등극했다. 그동안 많은 영화들이 정통사극보다 퓨전사극을 지향해왔던 바, <조선명탐정>의 귀환과 함께 퓨전 사극 영화들의 성적과 특색을 살펴보려 한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감독 김석윤

출연 김명민, 오달수, 김지원

개봉 2017 대한민국

상세보기

퓨전 사극은 코미디가 찰떡?
조선명탐정 (478만, 387만)

김탁환의 소설을 기반으로 탄생한 영화 <조선명탐정>은 2011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로 시작됐다. 당시에만 해도 시리즈물의 가능성보단 설 명절 영화로 흥행하는 게 급선무였는데, 478만 명을 돌파하면서 속편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4년 후 2015년 설에 개봉한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도 387만 명을 넘어서며 3편의 가능성이 보였다. 김명민은 3편 개봉 전 인터뷰에서 4, 5편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하니 3편이 흥행해 진정한 설 단골 영화가 될지 궁금해진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감독 김석윤

출연 김명민, 오달수, 한지민

개봉 2011 대한민국

상세보기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감독 김석윤

출연 김명민, 오달수, 이연희

개봉 2014 대한민국

상세보기

해적: 바다로 간 산적 (866만)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퓨전 사극에다가 한국 영화에서 성공한 적 없는 해상전을 그렸고, 하필 개봉 일주일 전에 <명량>이 개봉했다. 당시 경쟁작은 윤종빈 감독 연출에 하정우, 강동원이 등장하는 <군도: 민란의 시대>. 하지만 정확하게 오락성을 노린 스토리와 연출, 유해진을 비롯한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가 <명량>, <군도>처럼 다소 진지한 영화에 질린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하면서 866만 명을 달성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감독 이석훈

출연 김남길, 손예진

개봉 2014 대한민국

상세보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490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실존 인물인 이덕무와 백동수를 모티브로 만든 코믹 하이스트물이다. 개봉 전에는 유명한 외화의 제목을 써서 비판을 받았으나 결과적으로 친숙한 제목 덕을 봤는지 490만 명을 돌파했다. 무더운 8월에 ‘얼음 저장소 털기’라는 소재도 잘 먹혀들었고, 주조연들의 코믹 연기 앙상블이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경쟁작이 <나는 왕이로소이다>, <토탈 리콜>, <알투비: 리턴투베이스>였다는 것도 호재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감독 김주호

출연 차태현, 오지호, 민효린, 성동일, 신정근, 고창석

개봉 2012 대한민국

상세보기

황산벌 (277만)·평양성 (171만)

이준익 감독은 사극을 자주 다루는 감독 중 하나다. <사도> 같은 정통 사극도 연출했지만, 그래도 그의 필모그래피를 연 건 <황산벌>이라 할 수 있다. 역사 속 인물들에게 현실적인 ‘사투리’를 장착시키고 처절했을 보병전을 구현한 <황산벌>은 당시 277만 명을 달성해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 <왕의 남자>(!)의 토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8년 후 제작한 <평양성>은 전작의 개그나 메시지를 뛰어넘지 못해 171만 명에서 멈췄다. 이준익 감독은 연출 은퇴를 선언했다가 <소원>으로 복귀, <사도>·<동주>·<박열> 등을 연출했다.

황산벌

감독 이준익

출연 박중훈, 정진영, 이문식

개봉 2003 대한민국

상세보기
평양성

감독 이준익

출연 정진영, 이문식, 류승룡, 윤제문, 선우선

개봉 2010 대한민국

상세보기

같은 소재, 배우여도 극과 극

나는 왕이로소이다 (79만) - 광해, 왕이 된 남자 (1231만)

비슷한 영화가 있다면 보통은 앞서 선점하는 쪽이 유리하다. 하지만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운명은 정반대였다. 두 영화는 각각 세종과 광해군 시대, 왕과 똑같이 생겨 대역이 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8월에 먼저 개봉한 이후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유사한 느낌의 <나는 조선의 왕이다>란 제목을 버리기까지 했다. 아예 코미디를 저격했던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79만 명을 동원해 흥행에서 참패한 데 반해,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천만을 넘어 최종 관객 수 1231만 명을 기록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감독 장규성

출연 주지훈, 백윤식, 변희봉, 박영규, 임원희, 김수로, 이하늬

개봉 2012 대한민국

상세보기
광해, 왕이 된 남자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개봉 2012 대한민국

상세보기

강동원

형사 (120만) - 전우치 (613만)

두 영화 다 ‘퓨전 사극’이라기에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강동원이란 공통점 하나로 올려본다. <형사 Duelist>는 하지원과 강동원의 만남, 그리고 시대의 비주얼리스트 이명세 감독 연출로 주목받았다. 이명세 감독의 기존 영화들처럼 스토리가 아닌 이미지의 영화였고, 개봉 후 관객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로 등극했다. 120만 명으로 기록됐지만 N차 관람 인증 팬들이 수두룩해 마니아의 영화란 이미지가 생겼다. 반대로 <전우치>는 사실상 최초의 강동원 원톱 영화였는데, 전우치의 껄렁거리는 캐릭터성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호평과 흥행을 동시에 잡았다. 613만 명 관객을 돌파하며 그에게 흥행 배우란 이미지를 안겨줬다. 

형사 Duelist

감독 이명세

출연 하지원, 강동원, 안성기

개봉 2005 대한민국

상세보기
전우치

감독 최동훈

출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개봉 2009 대한민국

상세보기

유승호

조선마술사 (62만) - 봉이 김선달 (205만)

유승호가 전역 후 촬영한 영화 두 편은 모두 퓨전 사극이다. 하나는 마술을 소재로 한 <조선마술사>고, 다른 하나는 조선의 민담 속 인물을 그린 <봉이 김선달>이다. 두 영화 모두 재기발랄한 소재를 조선시대로 끌어와 새로운 퓨전 사극을 그려보려 했지만 빼어난 완성도를 보여주지도, 특출한 흥행 성적을 세우지도 못했다. 그나마 <봉이 김선달>은 200만 명을 넘었으나 손익분기점이 최소 250만 명이었기에 결국엔 성공하지 못한 셈. 연이은 퓨전 사극 선택이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조선마술사

감독 김대승

출연 유승호, 고아라

개봉 2015 대한민국

상세보기
봉이 김선달

감독 박대민

출연 유승호, 조재현, 고창석, 라미란, 시우민

개봉 2016 대한민국

상세보기

황정민

천군 (120만)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140만)

천만 배우 황정민도 퓨전 사극의 벽에 부딪힌 적 있다. <천군>과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퓨전 사극이다. <천군>은 남북한 병사가 타임 슬립으로 조선 시대의 젊은 이순신을 만나는 이야기고,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농민운동을 전개한 대동계 민중을 다뤘다. 두 영화 다 제작비가 적지 않아 손익분기점이 높았는데, 1백만 관객을 넘지 못하고 멈춰 섰다. 보기에 따라 일종의 퓨전 사극인 <그림자 살인>도 189만 명을 기록했다.

천군

감독 민준기

출연 박중훈, 김승우, 황정민, 공효진

개봉 2005 대한민국

상세보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감독 이준익

출연 황정민, 차승원, 한지혜, 백성현

개봉 2010 대한민국

상세보기

정재영

신기전 (372만) - 역린 (384만)

위의 두 사람과 반대로 퓨전 사극으로 흥행 기록을 세운 배우도 있으니 <신기전>과 <역린>의 정재영이다. <신기전>에선 명나라의 세력에 맞서는 무장 설주로 출연했고, <역린>에선 문서를 관리하는 내시 갑수로 등장했다. 두 영화 모두 3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영화 내적으론 역사 왜곡이 심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퓨전 사극으로 분류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신기전

감독 김유진

출연 정재영, 한은정, 허준호

개봉 2008 대한민국

상세보기
역린

감독 이재규

출연 현빈, 정재영, 조정석, 조재현, 한지민

개봉 2014 대한민국

상세보기

퓨전 사극은 칼을 싫어한다?

퓨전 사극은 자객이나 싸움꾼을 싫어하는 걸까? 이상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실제 흥행 성적을 살펴보면 이상하게 ‘칼잡이’가 주인공인 영화들은 썩 좋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낭만자객 (94만)

‘흥행불패’ 윤제균 감독의 유일한 퓨전 사극이자 흥행 실패작이다. 그래도 94만 명이라니, 명성(?)에 비하면 그나마 많은 관객 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자객들이 실수로 귀신들의 귀천을 막게 돼 그들의 복수를 대신하게 된다는 내용은 그런대로 참신하다 해도 윤제균 감독 특유의 코믹 센스가 과하게 더해지면서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 이 영화 이후 윤제균 감독은 <1번가의 기적>까지 4년간의 연출 공백기를 가졌다.

낭만자객

감독 윤제균

출연 김민종

개봉 2003 대한민국

상세보기

조선미녀삼총사 (48만)

한국 영화 망작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조선미녀삼총사>는 세 명의 현상금 사냥꾼을 그린다. 2012년 12월에 촬영이 종료됐으나 후반작업 과정에 우여곡절이 겹쳐 2014년 1월에야 개봉했다. 심지어 당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흥행 중이던 <겨울왕국>, <수상한 그녀>에 이어 개봉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물론 영화가 좋았다면 입소문으로 뒷심 흥행했겠지만, 48만 명이란 숫자가 모든 걸 말해준다. 

조선미녀삼총사

감독 박제현

출연 하지원, 강예원, 가인, 고창석, 주상욱

개봉 2013 대한민국

상세보기

협녀, 칼의 기억 (43만)

아무리 생각해도 <협녀, 칼의 기억>은 이상할 정도로 망했다. 언론 시사 전까지만 해도 괜찮은 영화라는 소문이 돌았고 주연 전도연, 이병헌, 김고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정작 개봉한 영화는 허술한 액션신에, 이상할 정도로 과장된 연기가 난무했고, 개봉 연기의 원인이었던 이병헌만 빛나는 괴상한 상황을 맞이했다. 결국 흥행에도 실패하며 종종 이병헌의 사극 출연작에서 누락되는 영화로 남았다.

협녀, 칼의 기억

감독 박흥식

출연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개봉 2015 대한민국

상세보기

1724 기방난동사건 (28만)

그래도 <협녀, 칼의 기억>은 종종 거론되기라도 하지, <1724 기방난동사건>은 정말 잊힌 영화다. 이정재, 김옥빈, 김석훈, 이원종이란 대중적인 배우들이 출연했는데도 28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조선 팔도의 두 주먹이 맞붙는 영화인데, 과한 CG 효과나 밋밋한 캐릭터 설정 등이 발목을 잡았다.

1724 기방난동사건

감독 여균동

출연 이정재, 김석훈, 김옥빈

개봉 2008 대한민국

상세보기

퓨전 사극에는 역시 에로?

<음란서생>을 시작으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2년마다 에로티시즘이 강하게 담긴 퓨전 사극이 개봉했다. 2006년 <음란서생>, 2008년 <쌍화점>과 <미인도>, 2010년 <방자전>, 2012년 <후궁>이 바로 그 계보이다. 이들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는 수익을 냈다. 하기사 <변강쇠>(1986)를 생각하면 퓨전 사극의 에로티시즘은 실로 오래된 전통이기도 하다.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건 표현 수위가 굉장히 세고 동성애를 다뤘던 <쌍화점>. 손익분기점인 350만 명을 넘어 377만 명을 돌파했다. 하나하나 짚어보자면 <음란서생> 257만 명, <미인도> 232만 명, <방자전> 303만 명, <후궁> 232만 명이다. 2015년에 이 계보를 이을 만한 두 작품이 등장하는데 하나는 <순수의 시대>이고 하나는 <간신>이다. 그나마 <간신>은 110만 명을 돌파했으나 <순수의 시대>는 47만 명에서 멈춰 섰다.

음란서생

감독 김대우

출연 한석규, 이범수, 김민정

개봉 2006 대한민국

상세보기
미인도

감독 전윤수

출연 김규리, 김영호, 김남길, 추자현

개봉 2008 대한민국

상세보기
쌍화점

감독 유하

출연 조인성, 주진모, 송지효

개봉 2008 대한민국

상세보기
방자전

감독 김대우

출연 김주혁, 류승범, 조여정

개봉 2010 대한민국

상세보기

에디터가 소개하는 퓨전 사극의 흥망사는 여기까지. 혹시 에디터가 놓친 퓨전 사극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시길 바란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