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캐릭터 중 가장 유명한 캐릭터를 하나만 꼽자면? 지금이라면 스파이더맨일 것이다. 하지만 울버린의 인기도 상당했다. 2000년대 중반 <위저드> 잡지에서 꼽은 '최고의 슈퍼히어로'였고, 2011년 IGN(Imagine Games Network, 비디오 게임 소식을 싣는 웹사이트)이 자체 선정한 최고의 슈퍼히어로 순위에서도 스파이더맨의 바로 뒷자리, 4위에 올랐다. 강력한 야성미와 흉포함이 매력인 울버린은 이미 솔로 영화만 3편이 나왔고, 인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다.


울버린의 탄생

울버린은 1974년, 승승장구하던 마블의 편집장 로이 토마스, 작가 렌 윈과 존 로미타, 그리고 허브 트림프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이다. 당시 마블은 자사 캐릭터들의 인종과 배경을 다양하게 구성하려는 시도 중이었는데, 편집장 로이 토마스는 캐나다의 침엽수림지대에 서식하는 족제비과 동물 ‘울버린’의 특성을 형상화한, 캐나다인 캐릭터를 만들도록 지시하였다.

▲ <인크레더블 헐크> 181호 첫 페이지. 마블 슈퍼스타의 본격적인 첫 등장.


양손에 갈퀴를 달고, 수염이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노란색과 파란색의 조합으로 된 옷을 입은 캐릭터, 울버린은 그렇게 만들어졌고 <인크레더블 헐크> 180호의 마지막 페이지로 데뷔하였다. 당시 <인크레더블 헐크>는 각종 단역 캐릭터들의 데뷔 시험 무대였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다른 책에 등장시키고, 안 좋으면 폐기시켜버리는 식이었다. 울버린은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았고, 다음호인 181호 첫 페이지에 전면 등장한다.


다음 등장은 새로운 엑스맨의 데뷔 책이었던 <자이언트 사이즈 엑스맨> 1호. 하지만 여기서 작가 길 케인은 울버린의 마스크 모양과 색 지정을 실수로 틀려버린다. 마스크는 눈 부위가 너무 컸고, 색도 검은 색이 아니라 파란색으로 칠해버렸다. 하지만 편집부는 이 조합을 마음에 들어했고, 이것이 울버린의 설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웨폰 X

국내에도 발간된 <웨폰 X>는 울버린이 아다만티움을 얻게 되는 절절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인간병기 생성 프로그램인 웨폰 X는 울버린 첫 등장 때부터 언급되어 미스테리한 매력을 더했는데, 1980년대 초 <코난 더 바바리안>으로 유명해진, 극세밀 묘사로 정평이 난 배리 윈저-스미스에 의해 미니시리즈로 <마블 코믹스 프리젠츠>에 연재된다. 시종일관 몽환적이고 암울한 분위기, <아키라> 등의 당시 일본 만화가연상되는 치밀한 세부 디테일과 기계 묘사 등으로 인해 현재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팬 서비스 차원으로 삽입된 울버린의 탈출 장면은 이 <웨폰 X>의 내용을 최대한 오마주했다.

▲ <웨폰 X>에서 각종 모니터링 장치를 달고 있는 울버린. 작가 배리 윈저-스미스의 뛰어난 세부묘사를 알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역시 탁월한 작가인 그랜트 모리슨은 <뉴 엑스맨>의 연재를 맡으면서 웨폰 X의 X가 ‘엑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로마 숫자 10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다소 무리한 설정을 도입하였다. 즉 인간 병기 개발 프로그램의 이름은 ‘웨폰 플러스’이고 울버린 외에도 다른 병기들이 많다는 것. 1호는 캡틴 아메리카였고, 데드풀 등 익숙한 캐릭터들도 다 이 프로그램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원래 설정을 너무 파괴하는 억지스런 설정에 많은 팬들이 반박하기도 하였지만 결국 정설로 자리잡았다. <로건>에 등장한 X-23인 로라 키니도 이 프로그램의 산물이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 원작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등장한 휴 잭맨.

울버린의 '진짜' 첫 등장은?

그런데 2013년, 울버린의 첫 등장이 <인크레더블 헐크> 180호가 아니라 팬진 <FOOM>(Friends Of Ol' Marvel)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FOOM>은 당시 유행하던 동호회 잡지(동인지) 형식의 비정기 간행물이었는데, 사실은 마블사가 발행하는 (팬진으로 위장한) 잡지였다. 1973년 발간된 <FOOM> 2호에는 팬들이 직접 만든 캐릭터 컨테스트 결과가 실렸는데 여기에 실린 캐릭터 중 ‘앤디 올슨’이라는 독자가 보낸 ‘울버린’이라는 캐릭터가 있었다.


피부 아래 금속으로 된 골격이 있고, 뛰어난 회복 능력, 울버린의 것과 비슷한 안면 마스크, 피하로 무언가를 주입하는 장면 등으로 인해, 마블 제작진이 팬아트를 도용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인터넷 게시판이 뜨겁게 달궈졌다.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알겠지만, 어쨌든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별다른 가치가 없었던 <FOOM> 2호는 중고 시장에서 갑자기 100만원을 호가하는 희귀 잡지가 되었다.

▲ <FOOM> 2호에 실린 팬아트. 과연 울버린의 시초는 팬아트일 것인가.


그렇다면 울버린이 첫 등장한 <인크레더블 헐크> 180호 마지막 페이지 원화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미국 만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원화 중 하나일 이 페이지의 존재 여부는 최근까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2014년 헤리티지 옥션 경매에서 갑자기 매물로 등장하면서 세상에 그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원화의 소장자가 그것을 획득하게 된 경로다. 그는 10대였던 1983년, 작가 허브 트림프의 작화실에 놀러갔는데, 허브 트림프는 자신의 팬이었던 소년에게 “나중에 큰 돈이 될 수도 있다”며 이 원화를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허브 트림프의 예측대로 이 원화는 2014년 5월 경매에서 약 7억 5천만원에 팔리며 원화 1장 판매가 기록을 경신하였다.

울버린의 미래는?

이번에 개봉한 <로건>은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의 아홉번째이자 마지막 등장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휴 잭맨이 울버린 역을 수락하기 전 울버린 역할을 거절했던 배우들이 꽤 많았다는 거다. 러셀 크로우, 키아누 리브스, 에드워드 노튼, 멜 깁슨, 더그레이 스콧 등 유명한 배우들도 있지만 헤비메탈 밴드 미스피츠와 댄지그의 리더로 유명한 ‘흉폭한 남자’ 글렌 댄지그도 있었다.

 

앞으로 나올 엑스맨 관련 영화는 확정된 것만 해도 다크 피닉스 사가를 메인 스토리로 하는 엑스맨 영화, <뉴 뮤턴츠>, <데드풀> 속편, <엑스 포스>, <갬빗> 등 5편 이상인데, 시리즈의 최고 인기 캐릭터인 울버린이 게스트로라도 분명히 등장할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울버린 솔로 영화도 계속 나올 예정이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울버린 역할을 맡을지는 모르지만, 마블 최고의 지적 재산인 울버린의 인기는 앞으로도 쭉 상승가도를 달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픽노블 번역가 최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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