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마블 영화는 굉장히 밋밋했을 것이다. 멜로드라마의 ‘서브 남주’처럼 마블 영화도 ‘서브 빌런’으로 재미를 더했다. 2008년 <아이언맨>부터 최신작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서브 악당들을 모아봤다.

※ MCU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라자

<아이언맨> (2008)

라자

마블 팬들끼리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라자(페런 테이어)가 없었으면 MCU는 없었을 거라고. <아이언맨>에서 라자는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납치해 제리코 미사일을 제작하라고 명령한다. 토니는 미사일 제작에 협조하는 척 필요한 재료를 공급 받아 아이언맨 슈트 마크1을 제작하고 탈출에 성공한다. 잘 생각해보라. 라자에게 피랍당하던 중 토니의 심장 부근에 폭탄 파편이 박혔고, 호 인센(샤운 토웁)이 제거하지 못한 파편 때문에 토니가 전자석을 박게 된다. 라자와 인센이 없었다면, 아이언맨도 없었다. 오베디아 스탠(제프 브리지스)의 의뢰로 움직였지만 결국 그에게 토사구팽 당했지, 몸담고 있던 테러 집단 ‘텐 링즈’는 <아이언맨 3>에서 다른 단체에 이름을 도둑맞지, 여러 모로 고생만 한 빌런 되시겠다.

영화 속 반지와 ‘텐 링즈’로 떡밥만 남기고 간 라자.
아이언맨

감독 존 파브로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테렌스 하워드, 제프 브리지스, 기네스 팰트로

개봉 200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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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해머

<아이언맨 2> (2010)

제임스 로드(돈 치들)에게 무기 팔이 중인 저스틴 해머(샘 록웰, 왼쪽).

저스틴 해머(샘 록웰)는 토니 스타크의 스타크 인더스트리에 이어 군수 사업 2위인 해머 사의 CEO다. 흔히 말하는 ‘높은 사람’이지만, 본인은 토니를 이기고 싶어 안달난 철부지에 가깝다. 한 번 이겨보겠다고 이반 반코/위플래시(미키 루크)와 협력하지만 기술력과 자본만 제공한 호구가 될 뿐이다. 경찰에 체포된 몇 안되는 빌런으로, 마블 영화 빌런 중 그나마 서민적인(?) 빌런 같기도. 그래도 <아이언맨 3>에서 체포된 만다린(벤 킹슬리)의교도소 생활을 다룬 <마블 원샷: 올 헤일 더 킹>을 보면 감옥에서 동성 애인과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마블 원샷: 올 헤일 더 킹>
아이언맨 2

감독 존 파브로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돈 치들, 스칼렛 요한슨, 미키 루크

개봉 201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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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페이

<토르: 천둥의 신> (2011)

라우페이

영화를 본 사람도 기억 못하는 <토르: 천둥의 신>의 서브 빌런은 라우페이(콜름 피오)다. 라우페이는 요툰헤임의 서리 거인이다. 지구를 침공했다가 오딘(안소니 홉킨스)에게 ‘고대 겨울의 상자’를 뺏기면서 휴전을 맺었다. <토르: 천둥의 신>에서 로키(톰 히들스턴)는 자신이 양아들이고 서리 거인족임을 알게 돼, 라우 페이에게 함께 아스가르드를 침공하자고 제안한다. 둘은 성공적으로 아스가르드를 함락하지만, 로키가 라우페이를 공격해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다. 친아들에게 뒤통수 맞고, ‘전투력 측정기’ 신세가 돼 잊혀졌으니 불쌍하게 느껴진다.

토르: 천둥의 신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톰 히들스턴, 안소니 홉킨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캣 데닝스

개봉 201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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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님 졸라

<퍼스트 어벤져> (2011)

아르님 졸라

새빨간 얼굴이 인상적인 <퍼스트 어벤져>의 메인 빌런 레드 스컬(휴고 위빙) 곁에는 과학자 아르님 졸라(토비 존스)가 있다. 우주적 물질인 테서렉트를 병기화하는 데 성공한 천재 과학자로 빌런이라기보다 그저 충실한 하이드라의 일원처럼 느껴진다.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에게 생포된 후 잔혹한 레드 스컬에게 느낀 두려움에 모든 걸 털어놓는다.

속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이하 <윈터 솔져>)에서 컴퓨터의 인공지능으로 재등장한다. 외형은 구식 컴퓨터지만 막대한 정보와 은밀한 전략으로 쉴드를 몰락시킨, 하이드라의 일등공신. 서브 빌런이지만 진정한 ‘빅 픽처’를 본 유일한 악당이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죽기 전 컴퓨터에 자신의 두뇌를 백업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퍼스트 어벤져

감독 조 존스톤

출연 크리스 에반스, 토미 리 존스, 휴고 위빙, 헤일리 앳웰

개봉 201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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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우리

<어벤져스> (2012)

치타우리

<어벤져스>에서 로키는 치타우리 종족과 뉴욕을 공격한다. 치타우리는 대규모 군대를 이끌고 지구에 다다르지만, 헐크를 비롯한 어벤져스 멤버들에게 역으로 된통 당하고 만다. 로키의 존재감에 밀려 기억 속으로 사라진 안타까운 군대지만, 이들의 침공으로 지구에 전해진 기술로 인해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메인 빌런 벌처(마이클 키튼)가 탄생했단 걸 떠올리면 앞으로도 종종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어벤져스

감독 조스 웨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크리스 헴스워스,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 제레미 레너, 사무엘 L. 잭슨, 톰 히들스턴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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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린

<아이언맨 3> (2013)

만다린은 사실 트레버라는 무명배우였다.
무명 배우를 연기하는 대배우 벤 킹슬리.

텐 링즈의 수장 만다린은 원작에서 아이언맨의 숙적으로 악명 높다. 각각의 능력을 가진 열 개의 반지, 아이언맨처럼 강력한 슈트를 가진 덕분이다. 그러니 <아이언맨 3>에 만다린이 등장한다고 했을 때 그것도 벤 킹슬리가 연기한다고 할 때 팬들의 환호는 당연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웬걸. 만다린이란 정체 자체가 가짜였다. 극중 만다린은 트레버 슬래터리란 무명 배우의 배역이며, 진짜 배후는 영화 속 회사 A.I.M.의 CEO 올드리치 킬리언(가이 피어스). 트레버는 체포되는 와중에도 카메라 플래시에 기뻐하는 관심종자일 뿐이었다. 그래도 만다린을 잊어선 안된다. 마블은 단편 <마블 원샷: 올 헤일 더 킹>에서 ‘진짜’ 만다린이 있단 걸 암시했으니까.

<마블 원샷: 올 헤일 더 킹>
아이언맨 3

감독 셰인 블랙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벤 킹슬리, 돈 치들, 가이 피어스, 레베카 홀

개봉 2013 미국,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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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트록 더 리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2014)

조르주 배트록

마블 영화에서 가장 호쾌한 액션을 보여준 <윈터 솔져>에는 스치듯 지나가는 빌런이 있다. 오프닝, 캡틴은 쉴드의 스트라이크 팀,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와 임무에 투입된다. 거기서 만난 상대 바로 바로 그 빌런 바트록이다. 그는 강화인간인 캡틴을 압도하는 격투 실력을 보여준다. UFC 챔피언 출신 조르주 생 피에르가 바트록을 연기했다. 아쉽게도 배우 특성 그리고 원작서도 마이너한 캐릭터 인기를 생각하면 재등장은 없을 듯싶다.

UFC의 위력을 보여주마!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감독 조 루소, 안소니 루소

출연 스칼렛 요한슨, 크리스 에반스,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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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본 스트러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볼프강 본 스트러커(오른쪽).

볼프강 본 스트러커(토마스 크레치만)는 막시모프 남매를 소개하는 <윈터 솔져> 쿠키 영상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오프닝을 장식하는데, 어벤져스 멤버들에게 탈탈 털리는 본진을 버리고 도망치는 졸렬함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생포된 후 독방에 갇히지만, 울트론에게 암살당해 MCU에서 퇴장하고 만다. 배역을 맡은 토마스 크레치만의 말로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말고도 몇 편 더 계약했다는데, 현재로는 재등장이 어려울 듯싶다. 혹시 아르님 졸라처럼 기계로…?

“항복은 없다”
“난 항복하러 가야겠소” (???)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감독 조스 웨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제레미 레너, 돈 치들, 제임스 스페이더,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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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록 럼로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2016)

(왼쪽부터) 브록 럼로우가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윈터 솔져>에서 캡틴에게 시종일관 시비조인 브록 럼로우(프랭크 그릴로)는 하이드라의 행동대장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부하들과 캡틴을 습격하면서 “사적인 감정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누구라도 그가 캡틴에게 열등감을 가진 걸 느꼈을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 무너지는 건물에 깔려 MCU에서 퇴장하는 듯했다.

그러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에서 새로운 장비를 장착하고 재등장. 일대일 전투에서 장비의 힘으로 캡틴을 압도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남겼다. 또 캡틴을 죽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폭을 강행, 완다 막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가 수많은 사람을 죽이게 만들어 <시빌 워>의 핵심 갈등을 촉발시켰다. 적어도 서브 빌런 중에선 최상위 등급을 줘야하지 않을까.

사적인 감정이 없다던 럼로우는
기필코 캡틴을 곤경에 빠뜨리겠단 일념으로 빌런이 됐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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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2017)

아이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도입부, 우주 괴물 애빌리스크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신나게 춤을 추는 베이비 그루트가 있다. 이후 등장한 건 모든 걸 금색으로 장식한 소버린 종족의 아이샤(엘리자베스 데비키). 아이샤는 우수한 종족의 수장답게 가오갤 멤버들을 하대하고, 로켓(브래들리 쿠퍼)은 그를 골통먹인다는 핑계로 소버린 족의 배터리를 빼돌린다. 아이샤는 수많은 무인기를 출동시켜 배터리 탈환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라바저스 욘두 우돈타(마이클 루커)에게 배터리 회수를 의뢰한다. 이후에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가오갤의 앞길을 방해하지만, 사실 배터리를 도둑맞았기 때문이니 빌런 중에도 동정표를 많이 받았다. 쿠키 영상에서 소버린의 업그레이드 버전 ‘아담’을 암시했으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브래들리 쿠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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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커·팅커러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

(왼쪽부터) 1대 쇼커 잭슨 브라이스, 2대 쇼커 허먼 슐츠.
팅커러, 피니어스 메이슨

MCU 스파이더맨의 단독 데뷔작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팬들을 위한 떡밥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쇼커와 팅커러를 출연시킨 건 신의 한 수. 특히 쇼커는 1대 잭슨 브라이스(로건 마샬 그린)와 2대 허먼 슐츠(보킴 우드바인), 두 캐릭터로 설정해 원작과는 다른 재미와 현실성을 살렸다. 팅커러(마이클 체너스) 역시 노인에 가까운 원작 설정보다 젊은 캐릭터로 만들어 재등장 가능성을 남겼다. 두 사람이 벌처/아드리안 툼즈와 함께 일한 사이니 다음 작품에서 팅커러가 체포된 쇼커와 벌처를 구해 팀으로 활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감독 존 왓츠

출연 톰 홀랜드, 마이클 키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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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