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
감독 김광식
출연 조인성, 남주혁, 박성웅

이화정 <씨네21> 기자
스펙터클한 전투의 재현과 그걸 놓치지 않는 카메라의 리듬
★★★☆
<안시성>의 흐름은 총 네 번의 큰 전투와 함께 간다. 전투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를 형성한 색다른 구성의 사극. 고구려와 당나라 간의 격돌, 그 리듬을 정확히 캐치한 촬영과, <반지의 제왕>을 연상케 하는 CG의 조화가, 전쟁터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온다. 흡입력 있는 액션, 기존 사극의 톤과 차별화되는 모던한 연출이 단연 돋보인다. 여기 고대사의 히어로인 양만춘과 각 캐릭터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하지만 전투의 흐름에 비해 캐릭터 간을 오가는 드라마의 감정선은 다소 약한 편이다. 조선사를 넘어 민족의 영웅으로 이미 스토리가 구축된 <명랑>의 이순신 서사와 달리, 고구려의 영웅 양만춘이 전개하는 승리의 서사가 관객에게 어떤 감정의 기폭제를 형성할지 관건이다. 그럼에도 135분의 러닝타임이 버겁게 느껴지지 않는 잘 짜인,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즐긴 기록할만한 사극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전략과 전술이 보인다
★★★☆
5천 명의 군사만으로 지혜를 발휘해 20만 대군을 물리친다. 흡사 삼국지의 클라이맥스 적벽대전을 연상시키는 서사다. <안시성>은 여기에 주몽 이후 누구도 쏘지 못한 전설의 활까지 등장시켜 판타지적인 영웅 서사를 완성한다. 야사에만 등장해서 상상의 여지가 컸을 양만춘(조인성)<안시성>에서 제갈량이자 아서왕 혹은 레골라스 같다. 영화는 양만춘의 지략이 번뜩이는 전투 장면들을 통해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안시성>이 전쟁 오락영화로서 지닌 미덕은 전투의 전술과 전략이 명확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적을 막아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반복됨에도 볼거리로서의 재미가 줄어들지 않는 건, 구간마다 다르게 쓰인 전략과 전술 덕분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전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이자 스토리다. 몇몇 캐릭터의 개연성이 무너질 때에도, 인물 간 갈등이 허술하게 그려지는 순간에도 전투 영화로서의 시각적 쾌락만은 움켜쥐고 달린다. <안시성>은 단점이 없어서 매끈한 영화가 아니라, 잘할 수 있는 걸 두드러지게 잘해서 인상적인 영화다. 사실 그러기도 쉽지 않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공든 탑이 쌓아올린 절반의 성취
★★☆
할리우드 영화와 비견할 만한 전투 신은 단연 볼거리다. 최첨단 촬영과 막대한 제작비와 물량을 투입해 장관을 연출한다. 한국 영화의 성취라 할 수도 있다. 아쉬운 부분은 역사에 단 세 줄로 기록된 안시성 전투와 양만춘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한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운 점이다. 전형적인 캐릭터는 매력도가 높지 않고 이야기 전개와 구성도 기존 전쟁 사극을 뛰어넘지 못한다. 주어진 역할과 임무에 충실한 배우들과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전투가 시선을 잡아 끌지만 예상 가능한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 피로도가 적지 않다.

안시성

감독 김광식

출연 조인성, 남주혁, 박성웅

개봉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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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감독 이종석
출연 손예진, 현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네고시에이터 멜로드라마
★★★
협상 과정과 디테일한 기술보다는, 인질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여기엔 거대 권력의 어두운 속셈이 있으며, 범죄자에겐 숨은 애틋한 사연이 있으며,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경찰이 있다. 그런 점에서 <협상>은 범죄 스릴러와 멜로드라마의 결합인데, 그 마무리는 결국 신파의 감성이다. ‘협상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내세웠지만, 결론적으로는 익숙한 구조의 영화. 속도감이 나쁘진 않은데, 조금만 더 가속했다면 좋았을 듯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치밀함 대신 감정이 앞서나가는 전략. 무리 없이 끌고 가는 현빈, 손예진의 앙상블
★★☆ 
협상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치밀한 전략 대신, 감정의 흐름을 따라간다. 닫힌 공간이라는 세팅 연출이 다소 미흡해 중반에 긴장을 놓치는 데다, 극의 전개 안에서 숨겨둔 복선과 반전이 지극히 예상 가능하다. 이 톤이 이 영화의 약점이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너무 치밀하지 않게 전개되는 이 영화의 뜨거운 온도가 오히려 널리 소구될 만한 강점이기도 하다. 손예진의 안정적인 연기와 더불어, ‘악당이 될 수 없는’ ‘분명히 사연이 있을법한캐릭터를 연기하는 현빈. 두 배우의 노련한 연기가 좋은 호응을 이룬다. 배우로서 현빈의 마스크가 어느 때보다 설득력을 형성한, 좋은 시기의 작품이다. ,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지만, 영화 속에 만연한 여성 비하의 발언과 설정들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하는 아쉬움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손예진 현빈의 매력
★★★
협상이라는 소재에서 기대하게 되는 치밀함이나 전문성은 그 밀도가 약하다. 논리적인 게임을 즐기는 관객들에겐 싱거운 협상일 수 있겠다. <협상>이 잘하는 건 의외로 치밀한 신경전이 아니라, 감정의 스펙터클이다. 제작진이 내용보다는 주인공 손예진-현빈의 매력에 빠져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두 배우의 호연이 상투적 이야기의 흐름을 어느 정도 리드미컬하게 조율해낸다. 악역이 매력을 품으면 영화적 재미에 탄력이 붙는데, 이번에 현빈이 그렇다. 현빈 개인에게서 파생된 지점이 크다는 면에서 이 영화가 가장 잘한 건, 어쩌면 배우 캐스팅 과정의 협상이 아닐까 싶기도.

협상

감독 이종석

출연 손예진, 현빈

개봉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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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감독 박희곤
출연 조승우, 지성, 김성균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아슬아슬한 팩션
★★★
조선 말기 역사를 땅의 기운을 둘러싼 권력 투쟁과 역학의 관점에서 재구성한다. 팩션의 관건이 팩트픽션의 팽팽한 긴장 관계라면, <명당>은 픽션 쪽에 상당한 자유를 허락하는데, 이 부분을 역사적 상상력으로 봐야 할지 과도한 윤색으로 봐야 할지, 혼동되는 지점이 있다. 그 부분을 장르 요소로 돌파하는데 약간 아슬아슬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이끌며 진행시킨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익숙함과 기시감. 나쁘진 않는데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
<관상>, <궁합>에 이은 역학 3부작의 마지막. 조선 말 젊은 시절 흥선대원군을 중심으로 안동 김씨의 수장 김좌근, 임금 헌종과 장동 김 씨의 세력 다툼을 그린다. 그 중심에 지관 박재상이 있다. <관상>이 뚜렷한 대결 구조를 축으로 결정적 한 방이 있는 영화였다면 <명당>은 좀 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인물의 고뇌와 흔들림에 초점을 맞춘다. 짜임새는 더 정교해졌는데 반대로 날카로움이 무뎌졌다. 평이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와 잘 다듬어진 촬영은 아무런 거슬림이 없지만 그래서 한편으론 심심하다. 굳이 2018년이 아니었어도 언제든 통했을 이야기.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정통으로 승부하는 욕망의 드라마
★★★
욕망의 가장 구체적 대상인 땅이라는 소재에, 흥미를 당기는 역사적 사실을 한 줄 얹어 뜨거운 ‘욕망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명당, 즉 운명을 바꾸는 땅의 힘을 이야기할 것 같던 이 영화가 더욱 주목하는 건 인간의 선택이다. 운명이 잘못된 길을 제시하더라도 그 앞에 선 인물은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어떤 태도를 견지할 것인가의 서사이기도 한 것이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갈등구조와 배우들의 열연은 극의 온도를 데운다. 차곡차곡 잘 그려나간 정통 사극임에도 강력한 한 방의 부재는 아쉽다. 주인공 박재상(조승우)이 욕망의 주체라기보다 소용돌이에 휘말린 관찰자적 입장이라는 점에서 느껴지는 한계일 수 있다. 동시에 이는 명확한 장점으로도 기능하므로 포기하기 어려운 선택지였을 것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왕이 될 땅인가
★★★
무난하다. <관상>1 대 1로 매치 가능한 캐릭터 조형술도,궁궐을 중심에 두고 펼쳐지는 인간 탐욕에 대한 서사도 무난하다. 다만 송강호 얼굴이 지닌 힘이 극적 파급효과를 불러온 <관상>과 달리, 그런 인물이 딱히 보이지 않는 게 아쉽다. 배우의 문제라기보다 예측 가능하게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한계로 보인다. 특히 조승우의 매력이 신명 나게 뛰어놀기엔 그가 연기한 박재상이란 인물이 품은 운신의 폭이 너무 좁다. 전반적으로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명당>만의 특색이라 할 만한 지점도 크게 보이지는 않는, ‘무난하다로 귀결되는 무난함이 <명당>이 추석 대작들 사이에 자리한 지정학적 위치다.

명당

감독 박희곤

출연 조승우, 지성, 김성균, 백윤식, 문채원, 유재명, 박충선

개봉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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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
감독 도미닉 쿡
출연 시얼샤 로넌, 빌리 하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당신이라는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의 어려움
★★★☆
온전히 하나가 되기를 꿈꿨던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엇갈리는 순간,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그 틈새를 벌려 세밀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이언 매큐언의 원작에서 빛나던 이 강점은 영화로 틀을 바꾸어 고스란히 옮겨왔다. 만약 그랬다면, 혹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하는 안타까운 회한의 정서는 이 영화를 지탱하는 핵심이다. 밝은 구석뿐 아니라 상처로도 가득한 상대방의 세계를 전부 끌어안는 사랑이라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목격하는 마음이 묵직해진다. 결말의 묘사는 원작과는 조금 다르다. 두 버전 모두 원작자인 이언 매큐언의 선택이며, 둘 다 마음을 뒤흔든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스크린에 옮긴 문학성
★★★
<체실 비치에서는> 이언 매큐언의 동명 소설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스크린에 옮기는데 주력한다. 후회라는 감각의 물성을 가장 잘 구축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삼고 있는 만큼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성취는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려는 예민함이다. 평생에 걸쳐 후회하게 될 결정을 하는 순간과 사랑의 감정이 피어나는 찰나를 정확하고 강렬하게 담아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원작의 품격을 고스란히 품은 지성 멜로
★★★
현대 영문학의 거장 이언 매큐언의 동명 연애 소설이 원작이다. 19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신혼여행 첫날 파국을 맞은 남녀의 사연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진다. 이안 매큐언이 각본에 참여해 원작의 섬세한 문장을 스크린에 세공했다. 주연배우 시얼샤 로넌과 빌리 하울의 예민하고 예리한 심리 연기와 더불어 이야기의 중요한 배경인 체실 비치의 풍광과 클래식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완벽하고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원작을 충실히 옮긴 정통 멜로 영화.

체실 비치에서

감독 도미닉 쿡

출연 시얼샤 로넌, 빌리 하울

개봉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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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야 나부야
감독 최정우
출연 이종수, 김순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노인의 풍경
★★★☆
노부부의 삶과 죽음을 다룬다는 점에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를 연상시킬 수 있지만, <나부야 나부야>는 좀 더 간결하고 담담하다. 78년을 함께 한 후 아내를 먼저 보낸 이종수 할아버지. 영화는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로 돌아가 그들이 함께 했던 일상을 보여준다. 요강을 비우고, 손톱을 깎고, 매 끼니 소박한 식사를 마련하고, 등에 파스를 붙여주고…. 감정이나 테마의 강요 없이, <나부야 나부야>는 그저 풍경을 보여주는 것으로 작품의 소임을 다하며 65분의 러닝타임을 마친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간결한 기록.

나부야 나부야

감독 최정우

출연 이종수, 김순규

개봉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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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감독 울프강 라우엔슈타인, 크리스토프 라우엔슈타인
(목소리) 출연 폴 타이랙, 캘럼 말로니, 더모트 마제니스

송경원 <씨네21> 기자
기본에 충실한 무난함
★★★
외계인 연구에 몰두한 아빠 때문에 외로운 소년과 홈쇼핑 채널을 보다가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들의 만남. 성장기 소년의 외로움이란 테마에 외계인이라는 익숙한 상상력을 보탠 후 안정적인 잔재미들을 선사한다. 외계인 삼총사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즐거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익숙한 듯하면서도 매력이 상당하다. CG 그래픽도 전개도 결말과 감동도 그야말로 무난하다.

루이스

감독 울프강 라우엔슈타인, 크리스토프 라우엔슈타인

출연 폴 타이랙, 캘럼 말로니, 더모트 마제니스, 이안 코핑거

개봉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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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뽀잉: 슈퍼 변신의 비밀
감독 정미화
(목소리) 출연 전태열, 엄상현, 홍소영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재미와 교육 효과가 통통 튀는 애니메이션
★★★☆
인기 TV 유아 애니메이션 <놀이터 구조대 뽀잉> 첫 번째 극장판. 커다란 놀이기구로 변신하는 친구들에 비해 스프링 목마로 변신하는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여긴 사자 뽀잉이 하이에나 박사의 슈퍼 변신 능력을 얻고 싶어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TV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캐릭터, 놀이기구, 변신 능력을 결합해 인기를 모았다면 극장판에서는 공룡 로봇을 새롭게 선보이며 어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놀이터 마을 주민들의 군무와 합창, 자신감과 협동심을 다룬 주제도 눈여겨볼 만하다.

극장판 뽀잉: 슈퍼 변신의 비밀

감독 정미화

출연 전태열, 엄상현, 홍소영, 정영웅, 박선영

개봉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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