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스름한 빛을 내며 밤을 인도하는 달은 언제나 신비로운 존재였다. 달에 매료된 이들은 꾸준히 달을 표현하고, 나아가서는 달에 가길 원했다. 수많은 문학, 영화들이 달을 표현하며 그 아름다움을 이야기했고, 달에 가고자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려냈다. 할리우드 역시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영화를 통해 관객들을 달에 보내고자 노력해왔다. 시간이 흐르고, 달에 갈 수 없었던 시대를 지나 과학이 발전하자 영화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로튼 토마토에서 정리한 달에 관한 영화 10편을 소개한다. 영화는 달을 어떻게 바라봤고, 어떻게 가고자 했는지를 시대 흐름에 따라 정리했다.
달에 대한 열망은 영화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 처음 달에 가는 영화를 만든 사람은 영화 제작의 선구자인 조르주 멜리에스로 1902년에 최초의 공상과학 영화 <달세계 여행>을 제작했다.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1865)을 각색한 작품으로 100년도 넘은 작품이지만 생생한 특수효과와 복합적인 플롯을 자랑한다. 천문학자는 대포로 쏘아 올려져 달에 간다. 달에 도착한 그는 셀레나이트라 불리는 달 원주민들과 대결을 하게 되고 우두머리를 죽여 무사히 지구로 귀환한다. <달세계 여행>은 인간을 달로 보내는 최초의 영화로, 당시 관객들에겐 굉장한 충격을 선사했다.

- 달세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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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르주 멜리에스
출연 빅토르 안드레, 블로에 베논, 헨리 델라노이, 디피에르, 조르주 멜리에스
개봉 미개봉
27년 만에 영화는 더욱 발전했다. <달의 여인>은 독일 표현주의영화의 대가 프리츠 랑의 작품으로 최초의 유인 달 탐사를 주제로 한다. 그는 달 탐사를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헤르만 오베르트를 포함한 당대 저명한 로켓 공학자와 달 연구가들의 자문을 얻었다. 영화 고증을 위해 과학자를 고용한 건 그가 최초였다. 영화 속 로켓은 이전과 달리 수직으로 발사됐으며, 다단계 형태였다. 이러한 사실적인 표현으로 인해 나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화 상영을 금지 시켰다. <달의 여인>에 등장하는 로켓이 그들의 비밀 병기였던 탄도 미사일 V2와 매우 흡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빙 피셸의 <데스티네이션 문>은 외계인도 등장하지 않고, 드라마적인 요소도 많지 않다. 영화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배제한 채 우주 탐사와 그 위험성에 집중한다. 우주 탐사 민영화에 관한 이야기로 항공 우주 기업 ‘스페이스 X’나 ‘블루 오리진’이 등장하기 몇십년 전에 이미 이를 예측했다. <데스티네이션 문>은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하드 SF 소설의 대가 로버트 A. 하인레인에게 각본과 기술적인 부분의 고문을 맡겼다. 사실적인 연출을 위해 영화는 과학적인 고증을 철저히 했고, 덕분에 제23회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데스티네이션 문>에서는 특이하게도 딱따구리가 등장해 우주여행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한다. 뜬금없이 만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 이상할 수 있지만 여기엔 사정이 있다. <데스티네이션 문>의 제작자인 조지 팔과 애니메이터 월터 랜츠는 친한 친구였다. 이 때문에 조지 팔은 월터 랜츠의 딱따구리 캐릭터 ‘우디 우드페커’를 모든 영화에 넣고 싶어 했다. 때문에 SF 영화에 갑작스레 딱따구리가 등장한 것이다.

- 데스티네이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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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어빙 피첼
출연 존 아처, 워너 앤더슨
개봉 미개봉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이 우주 개발을 놓고 벌인 우주 경쟁이 시작되자, 관객들 역시 우주 영화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 놓칠 리 없는 할리우드는 더 많은 우주 영화들을 제작하려 했다. 이때 제작된 많은 우주 영화들은 실제 기술 혁신을 모방하거나 이를 뛰어 넘으려고 시도 했다. 그러나 바이론 허스킨의 <지구에서 달까지>만큼은 대세를 따르지 않았다. <지구에서 달까지>는 <달세계 여행>과 마찬가지로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당대에는 굉장히 혁신적인 것이었으나, 약 100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에 봤을 땐 판타지에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지구에서 달까지>는 썩 좋지 못한 평을 받았다.
- 지구에서 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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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바이론 허스킨
출연 조셉 거튼, 조지 샌더스, 데브라 파겟
개봉 미개봉
로버트 알트만의 <카운트다운>은 NASA의 협력을 받은 영화로 행크 설스의 소설 ‘필그림 프로젝트’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러시아보다 먼저 달에 도착하려는 미국에 대한 이야기로 우주 경쟁에 사활을 걸었던 러시아와 미국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그러나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우주여행의 매력적인 부분 대신 정부의 관료주의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춰 지루하다고 평했다.
-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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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버트 알트만
출연 제임스 칸, 조안나 쿡 무어, 로버트 듀발
개봉 미개봉
존 스터지스의 <마루니드>는 최초로 달에 도착한 우주 비행사 세 명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영화가 개봉했을 땐 이미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 이후였다. 영화가 현실보다 4개월 늦게 달에 도착한 셈이다. 결국 <마루니드>는 아폴로 11호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아폴로 13호 사건을 예측하는 데는 성공했다. <마루니드>에서 세 명의 우주 비행사는 지구로 귀환하던 도중, 우주선 고장으로 인해 우주에 갇혀 버린다. 영화는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NASA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아폴로 13호도 우주선에 문제가 생겨 관제센터와 우주 비행사들의 협력을 통해 겨우 지구로 귀환했다. 우주 비행사 알프레드 워든은 “<마루니드>는 내가 현실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한 첫 번째 영화다”라고 말하며 영화의 리얼리티를 칭찬했다. 덧붙여 그는 “우주선 내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내가 기억하는 한 그건 꽤나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 마루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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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스터지스
출연 그레고리 펙, 리차드 크레나, 진 핵크만
개봉 미개봉
아폴로 11호가 달 탐사에 성공한 이후, 달 탐사는 더 이상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상과학의 소재가 되지 못했다. 이에 할리우드는 우주 탐사를 예측하기보다 우주 탐사 과정 중 생긴 역사적인 사건을 영화화 하는 데 주목하기 시작했다. 필립 카우프만의 <필사의 도전>은 1958년부터 1963년까지 진행된 최초의 유인 우주 비행 탐사 계획 ‘머큐리 계획’을 다뤘다. 일곱 명의 예비 파일럿들이 느끼던 두려움과 그들의 정신을 잘 표현한 <필사의 도전>은 후에 리들리 스콧의 <마션>(2015)에 영향을 쥬었다.

- 필사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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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필립 카우프만
출연 스콧 글렌, 에드 해리스, 바바라 허쉬, 데니스 퀘이드, 파멜라 리드, 샘 쉐퍼드, 킴 스탠리, 프레드 워드, 베로니카 카트라이트, 데이빗 클레넌, 스콧 윌슨
개봉 미개봉

- 마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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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크리스틴 위그, 제시카 차스테인, 맷 데이먼, 케이트 마라, 제프 다니엘스, 세바스찬 스탠
개봉 2015.10.08.
<아폴로 13>은 아폴로 13호에 관한 영화로 인물의 감정과 상황 모두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우주 비행사 알프레드 워든의 관점으로 볼 때, <아폴로 13>이나 <퍼스트맨>과 같은 역사적인 사실을 다룬 영화가 허구를 기반으로 한 영화보다 더 의미가 있다. 그 이유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들은 실제로 실패를 통해 얻은 성공에 대해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흥미로워 하는 것이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영화적으로도 <아폴로 13>은 이전 영화들보다 많이 성장한 작품이었는데, 특히 특수효과 부분이 뛰어났다. 영화 속 무중력 장면은 실제 무중력 상태에서 촬영한 부분도 있었다. 무중력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배우들을 시소처럼 생긴 무중력 실험기 위에 앉혀 놨다. 쉽게 말해서 시소지만, 나사의 무중력 실험기 KC-135를 사용했다. KC-135는 38000피트까지 올라갔다가 15000피트 정도 자유낙하 하면서 무중력 상태를 흉내 낸다. 배우들은 25초간의 무중력 상태를 촬영하기 위해 총 612번 자유낙하를 했다.

- 아폴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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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론 하워드
출연 톰 행크스, 케빈 베이컨, 빌 팩스톤, 게리 시나이즈, 에드 해리스
개봉 1995.08.05.
시간이 흘러, 21세기에 접어들자 달 영화들은 더 현실적인 방향을 추구하거나, 달을 넘어서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쪽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할리우드는 여전히 실제 사건들에 양념을 칠 방법을 모색했다. 공포 영화 <아폴로 18>(2011)이 한 예로, 음모론을 기반으로 한 페이크 다큐 영화였다. 썩 좋지 않은 평을 받았으나 할리우드는 포기하지 않고 <트랜스포머 3>도 이런 방식으로 제작했다. 영화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 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며 아폴로 11호가 등장한다. <트랜스포머 3> 측에선 영화 속에서 아폴로 11호는 단지 표지 기사였다고 이야기했다. NASA의 멀티미디어 연락 담당자 버트 울리히는 이 영화에 대해 “트랜스포머 같은 것들이 우리에게 조금 더 여유를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아폴로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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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곤잘로 로페즈 갈레고
출연 로이드 오웬, 워렌 크리스티
개봉 미개봉

- 트랜스포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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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샤이아 라보프, 로지 헌팅턴 휘틀리, 조쉬 더하멜, 휴고 위빙, 패트릭 뎀시, 레너드 니모이, 타이레스, 존 말코비치, 켄 정, 프란시스 맥도맨드, 존 터투로
개봉 2011.06.29.
최근 개봉한 데이미언 셔젤의 <퍼스트맨>이 오늘의 마지막 작품이다. <퍼스트맨>은 최초로 달에 착륙한 인간, 닐 암스트롱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는 영웅으로서의 그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포착해냈다. 달 착륙을 거의 완벽하게 표현한 <퍼스트맨>은 마치 한 시대의 종말처럼 보인다. 이 이상의 달 영화는 한동안 등장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우주는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스페이스 X는 화성에 가고 싶어 하고, NASA는 다시 한 번 달에 가기 위해 새로운 우주 발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울리히는 “달 탐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며 “내 생각에 이건 미래를 향한 약간의 후퇴인 것 같다. 아폴로호의 임무는 과거를 의미하지만, 이는 달에 갈 미래를 되돌아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퍼스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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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라이언 고슬링, 클레어 포이
개봉 2018.10.18.
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