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광고는 없었다. 진짜 없었다. 세상에 게임 CF에서 ‘팬심’이 느껴지다니. 이병헌이 출연한 모바일 게임 광고 얘기다. 스타를 기용한 모바일 게임 광고는 익숙한 형태가 되고 있지만, 이병헌이 출연한 광고는 그의 출연작을 연상시키는 패러디로 눈길을 끌었다. 생각해보니 이전에 리암 니슨을 출연시켜 “널 찾아내서 네 마을을 부술 거다”를 읊게 한 전적이 있는 게임 회사의 광고다. 이번엔 이병헌을 데리고 어떤 영화를 패러디했는지 정리했다.

이병헌이 출연한 모바일 게임 광고 영상

<매그니피센트 7>
빌리 락스

광고 영상 중
<매그니피센트 7> 빌리 락스

시끌시끌한 선술집을 단번에 정적으로 만드는 이병헌의 등장. 이병헌의 서부극 컨셉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그가 <매그니피센트 7>에 출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박창이도 있지만, 이 정통 서부극 모습은 <매그니피센트 7> 빌리 락스 역에 더 가깝다. 빌리 락스는 샘 치좀(덴젤 워싱턴)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모은 6명 중 가장 암살에 능한 인물. 총보다 빠른 단검 던지기가 일품이다. 극중 에단 호크가 연기한 굿나잇 로비쇼와 파트너 관계다.


“여 하나 썰고.”
<내부자들>
안상구 이병헌 vs. 조상무 조우진

광고 영상 속 조우진(오른쪽)
<내부자들> 조우진

이 광고를 본 사람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부분은 ‘핸드 슬라이서 조’ 파트가 아닐까. <내부자들> 조상무 조우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안상구의 팔을 잘라낸 게 조우진의 조상무다. 안상구를 묶어놓고 부하에게 무미건조하게 “여 하나 썰고, 여도 하나 썰고” 지시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안상구가 기자회견 때 가짜 손을 떼어내듯 자신의 팔목을 돌려 인사하는 장면이 킬링포인트.

<내부자들>(왼쪽), 광고 영상 중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달콤한 인생>
선우 이병헌 vs. 강사장 김영철·문석 김뢰하·오무석 이기영

(왼쪽부터) 김뢰하, 김영철, 이기영
<달콤한 인생> 김영철

미스터 강은 글자 그대로 강 사장. <달콤한 인생>에서 김영철이 연기한 캐릭터다. 이병헌이 연기한 선우의 보스로, 선우가 자신의 여자친구 희수(신민아)의 양다리를 눈 감아주자 곧바로 쳐낸다. 이후 선우가 강사장을 만나려고 백방으로 뛰는 것이 <달콤한 인생>의 스토리. 그 유명한 “나한테 왜 그랬어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대사도 광고에서 들을 수 있다. 김영철은 드라마 <야인시대>의 “4딸라!”로 최근 다시 급부상했는데, 이번 광고 속 현상금 4달러도 은근한 포인트.

<야인시대>에서 “4딸라”를 외치는 김영철(왼쪽), 광고에서 현상금 4달러.
<달콤한 인생> 김뢰하(왼쪽), 이기영

함께 등장한 김뢰하, 이기영은 각각 문석, 오무성 역을 맡았다. 문석은 선우의 동료지만, 언제나 2인자라는 열등감에 사로잡혀있다. 때문에 강 사장이 선우를 쳐낼 때 가장 적극적으로 앞장선다. 광고의 “끝까지 멋있으려고 하네?” 대사도 <달콤한 인생>에서 궁지에 몰린 선우에게 하는 대사다. 오무성은 백 사장(황정민)이 고용한 해결사로, 선우에게 사과하라고 종용한다. “잘, 못, 했, 음. 이 네마디야” 그의 간결한 화술에 선우가 “그. 냥. 가. 라”라고 맞받아치는 장면도 <달콤한 인생>에서 인상적인 개그 장면이다.

덧붙이자면 위의 영상 말미에 나오는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부분도 <달콤한 인생> 패러디. 원문은 이렇다.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선문답을 연상시키는 이 독백이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라는 질문에 “네”라는 간략하게 대답해 허무개그로 거듭난다.



“아, 안돼!”
<아이리스>
김현준의 비명

<아이리스> 장면.

광고마다 나오는 “아, 안돼!”라는 외침은 드라마 <아이리스>의 장면에서 따왔다. 2009년 방영된 <아이리스>에서 이병헌은 NSS(국가안전국) 요원 김현준으로 출연했다. 해당 장면은 김현준이 자신의 상관 백사(김영철)가 유정훈(김갑수)을 죽이는 CCTV 영상을 보는 순간이다. 깜짝 놀라 “으앗”하는 소리와 “안 돼!”라는 대사가 겹치면서 “아, 안돼!”처럼 들렸고, 이병헌의 기묘한 손연기가 더해져 두고두고 회자되는 장면이다. 이 광고 말고도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했다.


이병헌의 전매특허 춤
‘I LOVE IT’ 뮤직비디오

광고 영상(왼쪽), ‘I LOVE IT’ 뮤직비디오

이 광고를 기획한 사람은 분명 이병헌을 몹시 아끼는 것이 틀림없다. 그의 영화만이 아니라 출연 뮤직비디오의 요소까지 넣었으니까. ‘피치 브라더스’ 파트 마지막의 판토마임은 이병헌이 가수 싸이의 ‘아이 러브 잇’(I LOVE IT)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였던 춤이다. 이병헌 본인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언어가 다른 상대에게 쓸 수 있는 바디랭귀지이자 이병헌의 전매특허 춤을 잘 이용했다.


그 외의 깨알 패러디 요소

“노인을 위한 나라를 없다” 장면(왼쪽), <노인을 위한 나라를 없다> 포스터

“노인을 위한 나라를 없다”
당연히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노린 대사.


플라워 브라더스(Flower Bros)

(왼쪽부터) 백일섭, 이순재, 신구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패러디. 원로배우 이순재, 신구, 백일섭과 이병헌 대사 “좋아하시잖아요, 유럽”이 <꽃보다 할배>의 콘셉트와 딱 맞다.

신구의 플레이를 보고 있는 이순재

“오동나무 코트를 입혀주마”

<다찌마와 리> 포스터

“오동나무 코트를 입혀주마”는 오동나무로 만든 관이 가장 고급스러운 관이라 서부극에선 어차피 내 손에 죽을 거, 좋은 관 하나 짜주겠다는 도발하는 말. 국내엔 류승완 감독이 인터넷 영화 <다찌마와 리>에서 인용했다. 류승완 감독 인터뷰로는 <비바장고>란 한국 서부극 영화에서 나온 것을 인용했다고. 해당 영화의 자료가 없는 걸로 봐선 동명의 이탈리아 영화를 표절한 영화로 보인다.


잽, 잽, 스트레이트
<그것만이 내 세상>

광고 영상 중.

UFC 선수들을 만나자 이병헌이 복싱 미트를 끼고 잽잽 스트레이트를 하는 건 <그것만이 내 세상>의 패러디. 형 조하(이병헌)가 동생 진태(박정민)에게 잽과 스트레이트를 가르쳐주는 장면이다. 물론 이 광고에서나, 영화에서나 예상치 못한 장면이 이어지지만.

<그것만이 내 세상> 장면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