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이런 친구가 꼭 있다. 장래희망에 ‘대통령’을 적는. 부동산 재벌이 대통령이 되는 미국에선, 대통령 선거는 일종의 농담으로 쓰일 만큼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벤트다. 할리우드 배우 드웨인 존슨이 대통령 출마를 언급할 때도 차가운 반응보다 뜨거운 환호가 더 많았다. 그렇다면 북미 네티즌들은 과연 어떤 스타가 대통령이길 바라고 있을까? 투표 사이트 ‘랭커닷컴’(Ranker.com)의 “대통령 선거 출마하면 좋을 스타” 투표 결과를 가져와봤다. 진지한 여론 조사가 아닌 온라인 자유 투표이니 실제 대중과의 온도차를 염두에 두자.
10
빌 나이
<러브 액츄얼리>의 그 빌 나이 아니다. 이 빌 나이는 <빌 아저씨의 과학 이야기>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과학자다. 그는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유명해졌다. 우리나라로 치면 <딩동댕 유치원> 뚝딱이 아빠 김종석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 당시 프로그램을 봤을 아이들이 중년이 됐다고 생각하면, 지지층은 확실히 탄탄할 것 같다.
9
척 노리스
맞다, 그 척 노리스다. 눈 비비고 다시 봐도 척 노리스 맞다. 우리나라 대중들에겐 ‘왕년의 액션스타’ 정도겠지만, 미국에선 동양 무술 수입의 선두주자이자 다양한 밈의 소재로 유명하다.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등 정치적 행보도 보여준 바 있다. 그렇지만 9위라니…. 척 노리스 밈에 심취한 팬들의 소행(?)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이 된다면, 정상회담에서 만날 타국 대통령들을 ‘제압’하긴 할 것 같다.
8
덴젤 워싱턴
정치인은 응당 도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최상의 선택. 덴젤 워싱턴이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검증된 배우인데다 데뷔 이래 사고 한 번 친 적 없는 클린한 사생활의 대표주자다. 특히 그가 연기한 배역들을 살펴보자. 말콤 X, 루터 허리케인 카터, 허만 분, 제롬 데이븐포트 등 현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인물들을 훌륭하게 소화해왔다. 그의 모범적인 이미지에 이토록 많은 팬들이 호응해주는 듯하다.
7
존 스튜어트
<데일리 쇼>를 진행했던 존 스튜어트는 이중 정치와 가장 가깝고, 정치인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 그는 시사, 정치 이슈를 풍자 코미디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친민주당, 반공화당적 성향이지만 보수당의 행보에 따라 날선 비판과 과감한 호평을 취하며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데일리 쇼>에서 하차할 때도 “정치계에 진출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민주당이 존 스튜어트를 결정적인 반전 카드로 꺼내든다면, ‘팝콘각’ 대선이 될 수도 있다.
6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리우드 스타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행보는 언제나 눈에 띈다. 친민주당인 다른 배우들과 달리 보수 정당인 공화당 지지자이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를 ‘빈 의자’에 비유하며 비판한 연설은 한국 대중들에게도 알려졌을 정도. 공화당 트럼프가 집권한 지금,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면 그 뒤를 이을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벽은 아흔이란 그의 나이가 아닐까.
5
오프라 윈프리
불우한 유년기를 지나 미국이 가장 사랑한 여성 진행자가 되기까지. 오프라 윈프리는 방송에서 전방위로 활약하며 미국의 희망을 대변하는 아이코닉한 인물이 됐다. 때문에 그의 정치계 진출 여부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오는 2020 대선에 출마한다는 루머가 돌았으나 “선거 운동은 나랑 맞지 않다”고 딱 잘라 부정했다. 그럼에도 그의 영향력은, 그가 보여준 행보는 대중들에게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여전히 불어넣고 있다.
4
드웨인 존슨
진짜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도, 어쩌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드웨인 존슨. 최정상 WWE 프로 레슬러인 그가 배우로 돌아설 때, 팬들은 혀를 차거나 그를 배신자라고 놀렸다. 그런데 결과는? 현재 가장 브랜드 파워가 있는 배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꾸준한 노력파인데다가 훈훈한 미담 제조기라서 팬들의 사랑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대선 출마에 관해서도 “언젠가는 가능하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가 늘 자부심을 느끼는 사모아 출신이란 것도 원한다면 정치적 무기로 쓸 수 있을 것이다.
3
모건 프리먼
버락 오마바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통령이 있었다.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이란 배우 출신 대통령도 있었다. 그럼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우 출신 대통령이라고 안 될 게 있겠나? 하물며 영화에서 ‘신’을 연기하고도 대중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은 배우라면? 모건 프리먼은 정치적 행보가 드문 배우임에도 3위에 올랐다. 대통령이란 직책에 잘 어울리는 이미지 때문이지 않을까. 사실 근래 미투 의혹에 휘말렸던 것에 생각하면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부터 대중들의 신뢰도가 어마어마한 걸 알 수 있다.
2
엘런 디제너러스
남성이 많은 이 순위에서 엘런 디제너러스가 2위에 등극한 건 현시대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엘런 쇼의 호스트 엘런 디제너러스는 초대한 셀럽들을 배려하는 진행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레즈비언이자 채식주의자로, 이른바 ‘사회적 소수자’이지만 그걸로 동정표를 얻거나 상대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최정상급 코미디언에 등극했다. “서로에게 친절하세요”(Be kind to one another)라는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그의 태도는 분명 많은 시청자들을 ‘지지자’로 만들기 충분하다.
1
톰 행크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1978년 데뷔 후 40년 동안 활동하면서 스캔들 한 번 없는 이 배우. 연기도 잘해, 제작이나 연출도 잘해, 팬 서비스도 좋아, 자선 활동도 꾸준히 해,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다. 오죽하면 별명이 ‘가장 미국적인 배우’, ‘미국의 얼굴’이겠는가. 2020년 대통령 선거 출마 루머도 있었지만, 스스로 “내겐 그만한 경험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이 순위에서 1위라니, 미국인들의 톰 행크스 사랑은 여전한가 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