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까지 한 <걸캅스>. 5월 15일 개봉한 <악인전>. 두 영화의 공통점은? 바로 뮤지컬 출신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점이다. <걸캅스>는 강홍석이 악역 사인방의 용석 역으로, <악인전>은 김무열이 정태석 형사로 등장한다. 두 배우처럼, 최근 스크린이나 TV에서 만날 수 있는 뮤지컬 배우들을 소개한다.

- 악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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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원태
출연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개봉 2019.05.15.

- 걸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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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다원
출연 라미란, 이성경
개봉 2019.05.09.
이제는 다 아니까 짧게 짚어보는 뮤지컬 출신 배우들
오만석
<헤드윅>, <김종욱 찾기> 초대 멤버
조정석
대표작 <올슉업>, <스프링 어웨이크닝>. 최근 <헤드윅> 출연으로 ‘뽀드윅’이란 별명을 얻음.
황정민
<지하철 1호선> 앙상블로 데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캣츠>, <맨 오브 라만차> 등 출연. 현재 자신의 소속사를 통해 연극, 뮤지컬 제작자로도 활동 중.
조승우
데뷔는 영화 <춘향뎐>이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지킬 앤 하이드>, <헤드윅> 등 출연. 지금도 매체 작품이 없을 때 꾸준히 뮤지컬 무대에서 <렌트>, <맨 오브 라만차>, <스위니 토드> 등 출연.
강하늘
뮤지컬 <천상시계>로 데뷔. 팬덤이 두꺼운 <쓰릴미>와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주목 받음. 드라마 <상속자들>을 시작으로 영화 <스물>, <동주>, 드라마 <미생> 등에 출연.
주원
<알타보이즈>, <그리스> 출연. <스프링 어웨이크닝> 언더스터디에서 김무열의 하차로 주연으로 발탁. 비슷한 시기에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성공하며 방송으로 영역을 넓힘.
송창의
<블루 사이공> 앙상블을 시작으로 <사랑은 비를 타고>(할리우드 영화와 다른, 동명의 창작극), <헤드윅> 등 출연.
김무열
10년 전만 해도 김무열을 모르면 ‘뮤덕’(뮤지컬 덕후)으로 쳐주지도 않았다. 그는 <가스펠>, <지하철 1호선>, <알타보이즈> 등의 작품을 거친 후 2007년 <쓰릴미>로 정점을 찍었다. 네이슨(나)과 리차드(그)라는 두 남성이 벌인 살인사건을 그린 <쓰릴미>에서 김무열은 리차드 역을 맡았다. 그는 니체 신봉자 리차드의 지적인 면과 남성적인 매력, 때로는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을 조화시켰고, 지금까지도 최고의 리차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쓰릴미>의 초대 멤버로서 장기 흥행을 이끌었음은 물론, 가장 상징적인 배우로 남아있다.
김무열은 2009년 <작전> 조민형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2010년 드라마 <아내가 돌아왔다>와 서군 역으로 출연한 <최종병기 활>이 7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대중들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궤도에 오르려던 차에 군 복무 문제로 공백기를 가졌고, 2015년 <연평해전>과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로 복귀했다. 2017년엔 <대립군>, <기억의 밤>, <머니백>, 드라마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등 쉴 새 없이 바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홍석
사실 강홍석은 스크린에서 데뷔했다. 2008년 <영화는 영화다>에서 단역으로 얼굴을 비추고, 이후 2011년 <스트릿 라이프>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아마도 그를 대표하는 작품을 고른다면 <킹키부츠>와 <데스 노트>일 것이다. <킹키부츠>에서 그는 드랙퀸(여장남자) 롤라 역을 맡았는데,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는 캐릭터를 폭발적인 에너지로 그려냈다. <데스 노트>는 2015년 초연과 2017년 재연 모두 류크 역을 맡았는데. 인간에게 흥미와 멸시를 동시에 느끼는 사신의 심리를 맛깔나게 표현했다.
<걸캅스>에서는 분량이 적어 조금 아쉽지만, 현재 그는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신현상 역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2018년 <김비서가 왜 그럴까> 속 진지해서 귀엽기까지 한 수행비서 양철과는 전혀 다른, 폭력적이고 비열한 신현상 역은 특유의 존재감을 남겼다. 그는 여름에 방영될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출연 예정인데, 이번에도 <데스 노트>의 류크처럼 사신 역을 맡는다고 한다.
오나라
오나라는 이제 수식어 없이 그냥 ‘배우’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 2010년 이후 뮤지컬 무대보다 드라마, 영화에 더 많이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나라가 ‘뮤지컬 출신 배우’라는 아이덴티티를 갖은 건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대학 뮤지컬학부 겸임교수를 지내고 있고, 하나는 국내 창작 뮤지컬의 신화 <김종욱 찾기> 초대 멤버란 점이다.
인도 여행에서 만난 ‘김종욱’을 찾으려는 여자와 첫사랑을 찾아주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김종욱 찾기>는 특이하게도 캐릭터명을 배우의 실명으로 사용한다. 초대 ‘여자’ 역을 맡은 오나라는 그 덕에 ‘종욱과 나라의 Love Theme’나 ‘나라와 기준의 Love Theme’ 등 OST에도 이름을 새겼다. 그를 2010년 이후에 알았는데도 ‘뮤지컬 배우’로 떠올린다면, <김종욱 찾기> OST의 영향일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페임>, <명성황후>, <아이 러브 유>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오나라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댄싱퀸>, <결혼전야> 등에 출연했지만,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시작으로 <역전의 여왕>, <야왕>, <유나의 거리> 등을 거쳐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의 채진경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나의 아저씨> 정희 역도 인상적이었지만 인지도를 급상승시킨 건 <SKY 캐슬>의 ‘찐찐’ 진진희. 엄청나게 극성스러운 캐릭터를 빙의 수준으로 소화하면서도 밉상 아닌 매력으로 승화시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엄기준
자타공인 ‘연기 바보’로 알려진 엄기준도 무대에서 배우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2002년 <베르테르의 슬픔> 베르테르 역으로 첫 주연을 맡았다. 이를 시작으로 <그리스>, <헤드윅>, <김종욱 찾기>(오나라와 함께 초대 멤버)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믿고 보는 배우답게 <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보니 앤 클라이드>, <레베카> 등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라이센스 뮤지컬에 주연으로 자주 캐스팅된다. 이런 공연들이 흥행해 재공, 삼공을 하면 동일 배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편이다.
2008년부터 <김치 치즈 스마일>, <그들이 사는 세상>, <드림 하이> 등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비춘 엄기준은 <유령> 조현민 역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극 전개를 좌지우지하는 악역이지만 과거 회상에서 배역의 감정 변화를 절절하게 표현해 설득력을 더했다. 이후 <더 바이러스>, <골든 크로스> 등 주연에 발탁되지만 성적은 조금 미묘했다. 가장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건 <피고인>의 차선호, 차민호 역. 쌍둥이 1인 2역으로 완전히 다른 성격을 연기하는 것을 넘어 등장인물과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테크니컬한 연기로 복잡다단한 인물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배우라는 호평을 받았다.
김성철
앞서 언급한 선배들에 비하면 김성철은 꼬꼬마 신인 배우에 불과하다. 하지만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2014년 뮤지컬 <사춘기>로 데뷔한 그는 <마이 버킷 리스트>, <풍월주>, <안녕! 유에프오>, <베르테르>(<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동일 작품) 등 창작 뮤지컬의 주조연으로 얼굴을 비췄다. 홍광호, 한지상이 맡았었던, 그래서 ‘뮤지컬의 유망주’들이 한다고 소문난 <스위니토드> 토비아스 역도 거쳐갔다. 그러다 2017년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법자 역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수감생활을 거듭한 법자는 작중 교도소의 시스템을 알려주는 설명충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동시에 시청자들의 동정을 사는 눈물겨운 사연을 담은 캐릭터. 김성철은 법자 역으로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올해 드라마 <바람이 분다>와 영화 <장사리 9.15>로 돌아올 예정이다.
정영주
대기만성. 정영주의 매력이자 장점은 여유로운 자세이다. 1994년 <나는 스타가 될거야>로 데뷔한 그는 뮤지컬 경력만 25년째인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왕과 나>, <제너두>, <맘마 미아!>, <오페라의 유령> 같은 라이센스 뮤지컬은 물론이고 <명성황후>, <루나틱>, <서편제> 등 창작 뮤지컬에서도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주인공’이란 타이틀에 욕심내지 않고 적재적소의 캐릭터 연기를 펼치며 롱런하는 배우로서 자리 잡았다.
이 잔뼈 굵은 배우의 매체 입성은 2016년 <시그널>이다. 재한의 부탁을 받고 어린 해영에게 오므라이스를 챙겨주는 ‘오므라이스 이모’(또는 ‘껍데기집 아줌마’)로 출연했다. 이후 <부암동 복수자들> 주길연, <나의 아저씨> 조애련로 케이블 드라마 시청자들을 사로잡더니 <열혈사제> 정동자 역으로 올곧은 척 행동하면서도 이면에서 이익을 챙겨나가는 권력자의 면모를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드라마로 활약하는 만큼 무대에서의 연기도 출중해져서 2019년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