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송경원 <씨네21> 기자
고전 할리우드 황금기에게 띄우는 편지, 우수와 애상에 젖을 때도 타란티노답게
★★★☆
1969 LA, 한물 간 서부극 배우와 그의 매니저를 중심으로 고전 할리우드 황금기를 되돌아본다. 타란티노가 늘 그랬듯 메인 플롯은 최소한의 알리바이일 뿐 주변 인물들과 번잡스러운 사건을 통해 서스펜스와 장르적 재미를 끝도 없이 늘어놓는다. 각종 논란과 불편한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보란 듯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속도를 올리고 질주하는 타란티노 스타일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실화의 왜곡이냐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다. 재미있는 놀이이자 허락된 폭력이며 자신이 매료되어 수집해온 또 하나 현실이자 평행세계로서의 영화. 그저 영화일 뿐인 동시에 오직 영화뿐인 세상. 이번에도 끝까지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지 않는다.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핏빛을 덜고 애수를 담아 쓴 할리우드 연가
★★★★
한물간 무비 스타와 그의 스턴트 대역 배우의 이야기를 통해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회상한다. 샤론 테이트의 비극적인 사건이 영화의 중심을 이끌 것 같지만, 온갖 곁가지의 이야기로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할리우드 고전 영화를 통해 현실과 상상을 뒤섞으며 옛 할리우드를 향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애정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영화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면 더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은 없다. 동양인에 대한 왜곡된 시선, 여성의 성적 대상화 등 논란을 불러오는 몇몇 장면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감상적인
★★★☆
샤론 테이트 살해 사건이라는 충격적 실화를 중심에 놓지만, 오직 그 충격을 고스란히 전달하려는 의도를 가진 영화는 아니다. 여기에는 1960년대 후반 할리우드의 풍경 안에서 타란티노가 동경하고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그의 작품 중 전에 없이 감상적이며, 동시에 여전히 시끄럽고 파격적인 난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배경과 디테일을 알고 볼수록 재미있는 영화지만 모르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감독의 짓궂은 농담에 기꺼이 몸을 맡긴 세 주연 배우의 변신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긴 러닝타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흐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타란티노의 영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
타란티노 영화의 소재가 된다는 건? 그의 독특한 뇌 구조 안에서 가장 기이한 방법으로 응징당할 것이란 일종의 예고다. ‘역시나. 1969년 일어난 배우 샤론 테이트 살인사건을 취한 이 영화는 예상하지 못한 지점으로 관객을 실어날라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다만 타란티노가 계획한 퍼즐을 온전히 즐기려면, 샤론 테이트에 대한 기본 정보는 알고 가는 준비 운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보인다. 영화라는 매체에 찬양을 흩뿌려온 타란티노는 할리우드를 무대로 한 이번 영화에서 작당한 듯 고전 영화들을 끌어와 인용하고 해체하고 그 속으로 침투한다. 영화광이라면 쾌재를 부를 일이다. 아니라면? 진입장벽이 꽤 높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압박을 그나마 상쇄 시켜 주는 건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우주 최강 울트라 초특급 스타들이다. 두 배우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 호흡 쩐다.’ 영화적인 그들의 만남을 지켜볼 기회를 건너뛰겠다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개봉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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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감독 곽경택, 김태훈
출연 김명민, 최민호, 김성철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무난함과 무색무취 사이
★★☆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역사에 숨은 학도병들의 숭고한 희생을 알리겠다며 만들어진 <포화속으로>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인천상륙작전>과는 시간을 나눠 갖고 있다. 세 작품 모두 태원엔터테인먼트 작품. <장사리>가 태원엔터테먼트 표 전쟁 영화의 DNA를 지닌 작품이라고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곽경택-김태훈 감독의 연출은 <포화속으로> <인천상륙작전>이 영화적으로 비판받은 지점을 애쓴 흔적을 역력히 드러낸다.  <장사리>에는 이념적으로 디자인된 북한군 캐릭터가 없고, ‘공산당은 나빠요 식의 반공 요소가 옅으며, 전쟁을 스펙터클로 소비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전쟁 영화 전체로 그림을 확대해서 바라봤을 때, 이 영화만의 특징이라 할 만한 게 보이지 않는 게 약점이다. 등장인물은 많으나, 이들의 관계를 깊이 파헤치지 못하고 전형적으로 나열하면서 무색무취에 머물고 만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감독 곽경택, 김태훈

출연 김명민, 최민호, 김성철, 김인권, 곽시양

개봉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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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학
감독 이성태
출연 박해수, 서예지, 김상호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제목은 허세인데 이야기는 폼난다
★★★ 
유흥업계의 전설 같은 인물 이찬우(박해수)와 성은영(서예지)이 권력자들이 얽힌 마약 스캔들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 클럽 마약 파티, ·경 수사권 갈등 등 사회적 이슈들을 자연스레 연상시키며 기존 범죄 영화의 익숙함을 피해간다. 속도감 있는 전개가 영화의 긴장감을 끌어올리지만, 개연성이 부족한 서사는 다소 아쉽다. 유머와 진지함을 동시에 선보이며 극의 중심을 지킨 박해수의 존재감이 빛나고, 서예지, 김상호, 김응수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다만, 굳이 양자물리학이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 이론이 이 영화에서 얼마만큼의 역할을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양자물리학

감독 이성태

출연 박해수, 서예지, 김상호, 김응수, 변희봉, 김영재, 이창훈

개봉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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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90
감독 조나 힐
출연 서니 설직

송경원 <씨네21> 기자
특별하게 포장하지 않아서 더 특별한 성장영화
★★★
자전적 기억을 녹여낸 배우 조나 힐의 감독 데뷔작. 1990년대 중반 LA, 10대 소년들의 시간을 차분히 따라간다.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는 열세 살 소년 스티비와 그를 둘러싼 이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때론 아름답게 빛나고 때론 씁쓸하게 기록된다. 특별하게 포장하지 않아서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그 시절 뜨거웠던 기억들. 90년대 문화 코드와 힙합 음악들을 양껏 쏟아부어 뜨거웠던 열기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부딪치고 아름답게 깨지는 게 허락됐던 그 시절. 뜨거운 만큼 쓰라렸고, 아픈 만큼 아름다웠던 청춘의 일기.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조나 힐의 걸출한 연출 데뷔작
★★★☆
조나 힐 감독의 첫 번째 영화는 꽤 출중하다. 첫 연출작의 신중함, 배우 출신 감독의 안목이 드러나는 캐스팅, 성장 영화에 기대하는 보편적 감성을 자신의 방식대로 풀어내는 연출력까지 두루 모범을 보인다. 그 시절 판자 쪼가리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얻었던 인생의 깨달음을 고스란히 전하는 화법이나 90년대를 향수를 자극하는 시대 배경으로만 소비하지 않는 톤앤매너가 훌륭하다. 감독의 분신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서니 설직, 루카스 헤지스, 나켈 스미스 등 젊은 배우들의 끝내주는 연기와 개성을 눈여겨보게 될 것이다. 90년대 플레이리스트로 손색없는 음악 역시 좋은 영향을 끼친다. 신선한 활력으로 뭉친 성장 영화이자 조나 힐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이미지 준비중
미드 90

감독 조나 힐

출연 서니 설직

개봉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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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 바디
감독 한가람
출연 최희서, 안지혜, 김정영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달리는 몸의 의미
★★★☆
건조하면서도 끈적하다. 이렇다 할 트릭이나 장식이 없는 이야기지만 묘한 미스터리 장르 요소가 흡인력을 만든다. 다양한 얼굴과 몸을 보여주는 최희서의 연기는 영화의 톤을 장악하는 가장 큰 힘이다. 현실적 이슈를 다루면서도 일상의 판타지를 아우르고, 나아가 섹슈얼한 뉘앙스도 품는다. 매우 복합적인 느낌의 영화다.

아워 바디

감독 한가람

출연 최희서, 안지혜, 김정영

개봉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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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감독 이옥섭
출연 이주영, 문소리, 구교환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청년들을 위한 구덩이 탈출 안내서
★★★ 
불법 촬영, 집단 따돌림, 데이트 폭력에 재개발 문제와 청년 실업까지 세상의 온갖 부조리를 담고도 발랄함을 잃지 않는다.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오가는 관계의 위태로움과 싱크홀로 상징된 우리 사회의 불안과 위협 같은 묵직한 주제 의식을 독특한 시선으로 담은 이옥섭 감독의 재기가 돋보이는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매력으로 가득한 청년세대 우화
★★★☆
상상 가능한 범주에서 한발 벗어난 연기, 디테일에서 한발 더 들어간 집요함. <메기>는 모든 전형성에서 비켜난 영화다. 의심과 믿음이라는 테마에서 가지를 뻗고 또 뻗은 상상력의 승리다. 이 상상력에는 적당한 타협이 없다. 매 장면 발동하는 영화를 향한 궁금증과 약간의 의심은 기분 좋게 배반당한다. 색깔 있는 젊은 연출가와, 훌륭한 개성을 지닌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독특한 시너지. 이 영화가 파 둔 구덩이에 기꺼이 즐겁게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재미와 의미, 기대와 가능성으로 채워진 이옥섭의 ‘구덩이’
★★★☆ 
청년실업, 불법 촬영, 여성 혐오, 무작위의 개발….  해결하지 않은 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 도시. 추측과 불신이 만들어낸 싱크홀, 그 위험한 가장자리에 20대 여성 여윤영이 살고 있다. 여윤영은 믿음의 밸런스를 되찾고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옥섭 감독’ 만이 낼 수 있는 웃음을 통해 돌아 본 지금 청년들의 풍경. 이 독특함을 실행하는 이주영, 구교환, 그리고 문소리의 매력적인 연기. 이 독특한 영화의 매력 구덩이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 

메기

감독 이옥섭

출연 이주영, 문소리, 구교환, 천우희

개봉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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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스타인
감독 우르술라 맥팔레인
출연 로잔나 아퀘트, 파즈 드 라 휴에타, 하비 웨인스타인

이화정 <씨네21> 기자
전기영화가 만들어질 적절한 타이밍에 밝혀진 민낯
★★★
지금쯤이면 하비 와인스타인의 전기영화로 <와인스타인>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에, 여성의 이름으로, 피해자의 이름으로 그 거대 제국의 민낯을 단죄하는 동명의 영화의 도착. 할리우드라는 거대 산업이라서 여성들의 꿈을 저당 잡아 이런 ‘약탈’ 범죄가 가능했고, 또 그 할리우드라서 영화를 소비를 하는 주관객층에게 반하는, 가해자가 역시 빠르게 제명되었지 싶다. 피해자들의 증언, 언론의 역할 등 미투운동을 촉발한 사건의 전반이 조명된다. #야망 #저돌적 #추진력 같은 성질의 것이 사회적 성공으로 가는 덕목으로 평가되고, 그 안에서 약자인 여성들을 소유물로, 짓밟는 것쯤 성취의 부수물이라고 여기던 야만의 시절을 지나‪, 잘못된 사회구조, 가치 평가 기준이 바뀌어야 함을 촉구하는 지금 꼭 필요한 다큐멘터리. ‬

와인스타인

감독 우르술라 맥팔레인

출연 로잔나 아퀘트, 파즈 드 라 휴에타, 하비 웨인스타인

개봉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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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룸
감독 크리스티안 볼크만
출연 올가 쿠릴렌코, 케빈 얀센스

송경원 <씨네21> 기자
소재와 아이디어만으로도 절반은 성공
★★★
아기를 원했지만 가지지 못한 부부가 외딴곳으로 이사를 온 집에서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이뤄지는 방을 발견한다. 흥미로운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영화는 제어되지 않는 탐욕을 거쳐 점차 오싹한 호러로 변모한다. 좁은 공간을 무대로 했음에도 초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다양한 비주얼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도 서스펜스를 끝까지 유지해나간다. 중반까지는 흠잡을 데 없이 영리한 기획. 다만 궁금증과 기대가 계속 커져 가는데 반해 뒷심이 부족해 후반부가 다소 사족처럼 느껴지는 게 아쉽다.

더 룸

감독 크리스티안 볼크만

출연 올가 쿠릴렌코, 케빈 얀센스

개봉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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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딸 이리샤
감독 장형윤 (목소리) 출연 천우희, 심희섭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장점이 부각되지 못한 판타지 애니메이션
★★☆
자신의 신분을 잊고 평범하게 살던 여고생이 요정 세계를 여행하는 판타지 애니메이션. 장형윤 감독 작품의 특징이라면 동물과 사물을 재치 있게 의인화한 캐릭터와 따뜻한 정서, 소소한 유머가 담긴 대사,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악을 꼽을 수 있다. 한데 같은 판타지 로맨스였던 전작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2014)가 장점을 고루 살렸다면 <마왕의 딸 이리샤> 단점이 눈에 들어온다. ‘개구리 왕자 모티프를 가져와 주인공이 현실과 요정 세계 양쪽에서 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캐릭터가 이목을 끌지 못한다. 고등학생 뮤지션이면서 마왕의 딸이라는 설정에 비해 주인공의 활약 범위가 좁고, 서브 캐릭터들의 참신함도 떨어지는 편이다. 재기발랄함과 그로테스크한 표현이 혼재된 요정 세계 또한 흡인력이 부족하다. 배우가 부른 노래와 음악 정도가 인상적이다. 어린이나 성인 어느 한쪽을 좀 더 특정했더라면 감독의 개성이 두드러질 수 있었을 텐데 타깃층이 불분명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에 그쳐 아쉬움을 남긴다.

마왕의 딸 이리샤

감독 장형윤

출연 천우희, 심희섭

개봉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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